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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둘레길] 감ㆍ밤에 대한 말 2..
오피니언

[우리말 둘레길] 감ㆍ밤에 대한 말 2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12/10 09:19 수정 2019.12.10 09:19

 
ⓒ 양산시민신문  
고물상에 갔다가 우연히 책 한 권을 얻었다. 갈색 표지의 ‘세계사 편력’이라는 책이다. 표지를 넘기자 작은 문구가 나온다. 이 책은 인도의 민족해방 지도자 네루가 여섯 번째 감옥 생활 중 세계사 교육을 위해 무남독녀 13살짜리 딸, 인디라 간디에게 쓴 편지를 모은 글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그간 배운 서양 중심 역사는 아니다. 

프랑스 공포정치 편을 펼친다. 로베스피에르가 타도되기 전, 16개월 동안 4천여 명이 기요틴(단두대)에 의해 희생됐다. 혁명 정부 상황은 어땠을까. 외국 군대의 위협이나 적과 내통하는 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탁월한 라파예트 장군의 반역에 젊은 지도자들은 거의 신경과민이었다. 이 시기 영국과 미국의 형법이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도 비교해준다. 두 나라는 재산 범죄에 대해 사소한 것이라도 교수형을 시켰다. 이때 처형된 사람이 공포정치로 죽은 사람보다 더 많다. 혁명 정부의 방법은 솔직하고 직선적이고 성급하고 잔혹했지만 속임수는 없었다. 그에 비하면, 수구반동 정부는 ‘법과 질서’라는 말을 좋아했다. 그것의 미명 하에 언론을 탄압하고, 제멋대로 체포하고, 고문했다. 과거 한국 독재 정부가 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표방하는 것은 ‘자유’지만 특권층 멋대로 행동하는 자유이며, 정의를 외치지만 합법적으로 많은 국민을 희생시켜 자기 배를 채우려는 사회질서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을까. 지금 특권층이 공수처법을 거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기요틴 공포정치는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 공포가 크게 가슴에 자리 잡는 것은 왜일까. 죄 없는 사람들도 희생됐지만, 대부분 소수 상류층이 기요틴에 목을 들이밀었는데 말이다. 네루는 말한다. 부자나 높은 특권층이 곤경에 빠지면, 이상한 일이지만 우리는 습관처럼 더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ㆍ골감: 꼭지에서 꽃이 붙었던 배꼽 자리로 네 갈래의 골이 져 있는 감
ㆍ곶감: 껍질을 벗기고 꼬챙이에 꿰어서 말린 감
ㆍ까치밥: 까치 따위의 날짐승이 먹으라고 따지 않고 몇 개 남겨두는 감
ㆍ땡감: 덜 익어 맛이 떫은 감
ㆍ뾰주리감: 모양이 조금 갸름하고 끝이 뾰족한 감
ㆍ알밤: 밤송이에서 빠지거나 떨어진 밤톨
ㆍ쭈그렁밤: 알이 제대로 들지 않아서 껍질이 쭈글쭈글하게 된 밤


두런두런 구시렁구시렁

1) 횟집에 가면 아저씨가 날카로운 회칼로 생선을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얇게 베어내서 접시에 담아옵니다. 이것이 바로 ‘저미다’입니다. 그러나 꿀에 인삼이나 아몬드 따위를 넣어두는 것은 ‘재다’입니다.

2) 국이나 찌개, 한약 따위의 물이 증발해 분량이 적어지게 하는 것은 ‘졸이다’입니다. 생선이나 무 같은 채소 따위를 양념해 간이 충분히 스며들도록 바짝 끓이는 것은 ‘조리다’ 입니다.

3) 홍길동의 손에 탐관오리가 ‘죽임을 당했다’는 말은 멋지게 들리지만, 맞지 않습니다. 홍길동의 손에 탐관오리가 ‘죽음을 당했다’ 또는 ‘죽었다’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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