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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박사의 경제 산책] 빚 권하는 사회의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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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박사의 경제 산책] 빚 권하는 사회의 주택시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9/12/10 17:32 수정 2019.12.11 17:32

 
ⓒ 양산시민신문  
한 때 진보 논객들 가운데 한국 부동산시장 폭락을 예언하는 이들이 많았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는 것이 그들의 구호였다. 근거도 나름 있었다. 인구증가율 둔화, 주택보급률 상승, 경제성장률 하락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판단할 때 주택가격은 하락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예언은 모두 헛소리로 끝났다. 2010년대 이후 부동산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지적으로, 혹은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예상은 주택시장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일이다. 현대의 부동산시장은 금융산업과 완전히 통합돼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주요 은행 수익 원천은 기업 대출이 아니라 가계 대출에서 나온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도매금융이 아니라 개인, 가계를 대상으로 한 대출에서 예대마진이 발생한다. 가계가 일정 규모 이상 자금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봐서 세 가지다. 주택 구입, 개인 사업을 위한 자금 수요, 생계 보조를 위한 카드 및 단기대출.

이 중에서 은행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개인 사업을 위한 대출은 심사가 엄격하다.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담보대출은 은행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장기 대출이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 채무불이행 위험도 낮다.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주택을 차압하면 된다. 주택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 위기는 부동산담보대출 확대가 빌미가 됐다. 2009년 미국 부동산시장이 붕괴하면서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지만 2010년대 이후 주택가격은 곧장 회복했으며, 그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연방준비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0%로 낮췄고 그도 모자라서 양적완화 즉, 부실채권 구매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들에 현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중앙은행으로부터 공급받은 현금을 다시 가계에 대출했고 가계는 이 자금으로 주택구입을 하면서 곧바로 주택시장은 ‘정상화’됐다.

세계 모든 곳이 유사하며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분양시장을 활성화한다. 금리를 1.25%로 내리고, 2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낮췄으며, 부동산 담보 비율을 높여주고, 소득대비 가계대출 규모를 확대했다. 서울과 인근 경기도 도시,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시장은 곧바로 달아올랐다. 갈 곳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유동자금들은 주택시장으로 몰리면서 단기적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했다. 분양시장이 달아올랐고 너도나도 대출로 주택구입에 올인했다. 서울과 경기도 인근은 몇억씩 오르고 부산 등 대도시도 2~3억씩 올랐다. 덩달아 가계부채도 폭등한다.

문재인 정부는 건설업을 통해 경기 부양을 자제하겠다고 했다. 잠시 주택경기는 가라앉았다. 그러나 잠시다. 경기 후퇴가 지속되는 국면에서 이자율을 다시 올릴 수는 없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흘러넘친다. 기업들 수익성이 악화된 저성장 시대에 주식이나 기타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는 큰 위험을 동반한다. 이자율은 낮고 자금은 풍부한 데 투자할 곳이 없다.

주택가격 정체 혹은 하락으로 인해 불만에 싸인 지방 유권자들은 투기지역 지정 해제를 요구한다. 이 유권자들은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고, 상승한 가격에서 조금만 가격 하락이 있어도 큰 불만을 갖는다. 정부로서는 지방 도시를 투기지역으로 묶어 두는 것도 여의치 않다.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투기지역을 해제하면 서울의 자금이 몰려온다. 주택가격이 여기저기 들썩인다. 2020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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