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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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밭 위에 흙을 쌓고 또 쌓아 올려(畦) 만든 곳에서 한가로이 쉬며(休), 아름다운 때(烋)를 보내다’란 의미의 공간으로, 연구소를 찾는 손님들과 학부모들 휴식처가 되는 일종의 사랑채 역할을 하는 곳이다. 겨울이면 그 효용 가치가 높은데 가끔 주말에 장작을 패며 추위 속에 땀 흘리는 노동을 만끽하고, 그 온기로 몸을 달구며, 군고구마의 달콤함도 맛보는 호사(豪奢)를 누림이 참 좋다.
모 TV 프로그램처럼 자연인으로 살아가고자 함이 아니다. 풍류를 즐길 만큼 여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내게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할머니 노동으로부터 온 가족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모습을 목격하며 자연스레 체득한 하나의 현상이며, 연구소를 운영하며 나름의 교육철학에서 탄생한 하나의 작은 공간일 뿐이다.
얼마 전,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 몇 명과 한 달간 쉼터(오두막) 만들기를 목공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며 또 느낀 바가 있었다. 기존 쉼터를 리모델링하는 것이었는데, 그동안은 어른들이 다 만들어 준 공간에 채색해 꾸미는 것에 치중한 목공 활동이었다면, 내가 진행한 것은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사고(왜?)와 실현(어떻게?)이었다.
그동안 학교 건축에서 교육 공간에 대한 논의는 교실 또는 도서관 등 기능성 공간과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나는 학습 이외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측면에서 다루고 싶었다. 노동을 통한 작은 공간 하나로부터 쉼터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 이르고, 그것에 근거한 놀이와 어울림의 교육인간학적 의미를 탐색하고자 했다.
그 공간을 구성하며 나무의 성질을 이해하고, 톱과 망치, 드릴 등 도구 사용과 노동의 가치를 배우며 함께 도와서 만들어간다는 것에 나름의 의미를 뒀다. 아이들의 ‘쉼터 만들기’라는 하나의 공간 창작활동에 너무 큰 의미를 두었을까? 아니다. 분명, 함께한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으며 그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이라 나는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결과만이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세상 속에서 교육의 현상학적, 인간학적 의미의 과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다양한 현상과 경험을 쌓으며(畦), 아이답게 놀고 배우며(休), 아름다운 때(烋)’를 보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