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
ⓒ 양산시민신문 |
그러나 실제 쥐는 우선 보기에도 매우 혐오스러운데, 쥐를 잡아서 꼬리를 잘라 학교에 가져오라는 숙제를 낸다면 아마 기절초풍할 것이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못살았던 시절 가장 큰 식량 도적에다 질병 전파 원흉으로 지목된 쥐 박멸운동이 국가적인 행사로 대대적으로 벌어지던 시절, 그때는 그랬다.
쥐에게는 음습하고 약고 탐욕스러운 도적, 간신, 전염병 매개체와 같은 극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붙어있다. 그러나 쥐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어쩌면 뜻밖이기도 한 긍정적인 특성이 있다. 경자년 쥐띠 해를 맞아 이 특성을 좋게 풀어보기로 한다.
우선 경자년의 ‘경(庚)’은 10간의 7번째로 방위로는 서쪽, 색으로는 백색을 나타내고, ‘자(子)’는 십이지의 첫 번째 동물인 쥐로서 방위는 정북방, 시각은 밤 11시~1시(子時), 달로는 음력 11월을 가리킨다. 그래서 굳이 색깔로 하자면 경자년은 흰 쥐띠 해가 된다.
우리 민속에서 왕성한 번식력으로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진 쥐는 한 배에 7~10마리씩 연 5회 정도 새끼를 낳는다. 나는 아무리 계산해 봐도 모르겠는데, 어떤 이가 쥐 1쌍이 1년 뒤에 1천250마리로 불어난다고 계산해놓았다. 상징세계에서 쥐는 긍정적인 동물인 것이다.
쥐 ‘서(鼠)’자가 아닌 아들 ‘자(子)’자를 쓰고, 정월 첫 쥐날(上子日)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거나 한밤중 자시에 방아를 찧는 풍속, 쥐불놀이 등도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민속의 하나다. 다만, 특이하게도 쥐에게 직접 풍요를 빌고 축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쥐를 구제(驅除)하는 상징 행위를 통해 풍요를 기원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쥐는 근면성과 활동성, 인내성, 저축성 등이 매우 강해서 부지런히 다니며 먹이를 훔치고, 먹고, 옮기고, 감춰놓는다. 물건이 조금씩 계속 없어지거나 반대로 조금씩 계속 모일 때 ‘쥐 소금 나르듯 한다’고 한다. 쥐가 주로 밤에 부지런히 먹이를 모으고 비축하기 때문에 숨겨놓은 재산이 많다고 해 ‘밤에 태어난 쥐띠는 잘 산다’는 속설도 생겼다.
훔치는 행위는 별개로 하고, 그 근면함과 인내성은 본받을 만하다. 안으로 옥은 앞니는 웬만큼 단단한 물건이라도 인내심 있게 꾸준히 갉아서 구멍을 내고 만다. 그냥 두면 앞니가 무한정 자라기 때문에 뭔가를 끊임없이 갉아서 이빨을 닳게 하는 것이다.
또한 쥐에게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예지하는 능력이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혜공왕 5년 조에 ‘치악현에서 8천여마리나 됨직한 쥐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고 그해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기상이변으로 흉년이 들 것을 예지한 쥐들의 식량 확보를 위한 집단 이동이었을 것이다. 뱃사람들에게는 쥐가 배에서 내리면 배가 난파한다는 속신이 있다. 집이 무너질 것을 예지하고 자기에게 잘해준 주인의 목숨을 구한 보은형 쥐 설화도 있다.
쥐는 더러운 곳에 살면서 곡식을 축내고 페스트와 유행성출혈열 등 무서운 질병을 옮기는 해로운 동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100위까지가 모두 쥐 연구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쥐는 긍정적인 특성도 적지 않다. 아무쪼록 올해는 윗글에서처럼 좋게 해석한 쥐의 근면성, 적응성, 인내성, 저축성, 예지력 등 특성이 우리 인간사회에서 잘 발휘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새해 인사 한마디, 매월 귀한 지면을 할애해주는 양산시민신문과 나와 견해를 다소 달리하지만 졸고에 비평과 조언을 해주시는 독자께 감사드리며 만사형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