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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인철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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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유년 시절에 자주 불렀던 동요를 따라 부르다 나무는 살이 에이는 겨울을 어떻게 날까 궁금해진다.
나무는 매년 수십만 송이 꽃을 피운다. 꽃 한 송이는 수십만 개 꽃가루를 만들어 내고. 그러나 씨방 하나를 수정시켜 씨로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은 꽃가루 단 한 톨. 곤충이나 바람에 의해 매년 지구의 땅 위에 수백만 개 씨앗이 무차별적으로 아무 데나 떨어진다. 그 가운데 5%도 안 되는 숫자만이 싹을 틔운다. 그중에서 또 5%만이 1년을 버틴다. 어린나무가 사는 것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단풍나무처럼 부모가 보살핌을 주기도 한다. 매일 밤 땅속 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 올려 어린 나무에 주는 것이다. 그러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1년 내내 쌓아 온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린다. 이것을 실행하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하여튼 나무들은 속세의 보물을 모조리 땅으로 보내고 그것들은 썩어 분해가 된다. 그들은 안다. 어떻게 하면 내면의 보물과 영혼을 하늘에 쌓아 올릴지. 호프 자런의 ‘랩걸’ 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평생을 살아 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지구상 대부분 식물은 한자리에 서서 사건을 하나하나 견뎌내면서 시간여행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은 긴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영하의 날씨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사형선고 같은 3개월을 견뎌야 한다. 가문비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그리고 알래스카, 캐나다,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등지를 덮고 있는 나무들은 6개월까지도 영하의 날씨를 견딘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해내면서도 몇억 년 이상 죽지 않고 살아내는 존경스러운 나무들.
ㆍ돌감: 돌감나무의 열매. 작고 씨가 많아 품질이 낮다.
ㆍ보늬: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
ㆍ연감: 물렁하게 잘 익은 감=연시, 연시감, 홍시(紅柿)
ㆍ불밤송이: 채 익기도 전에 말라 떨어진 밤송이
ㆍ아람: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진 정도가 된 상태
ㆍ외톨박이: 한 송이에 한 톨만 든 밤
ㆍ쭉정밤: 속에 알이 들지 않고 껍질뿐인 밤 두런두런 구시렁구시렁1)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어릴 적 배운 동요를 부른다. 남북 체제가 달라지며 우리는 ‘동무’라는 좋은 말은 쓸 수 없게 됐다. 북쪽에서 혁명을 위해 싸우는 사람을 일컫다 보니 ‘친구’라는 말만 쓰게 되었다. 인민이라는 말도 쓸 수 없어 ‘국민’이라는 말만 쓴다.
2) ‘조가비’라고 하면 감칠맛 나는 이름에 저절로 바닷속에서 움직이는 조개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조가비는 살아있는 조개가 아니라 ‘조개껍데기’입니다.
3) 드라마에서 ‘…집안이 풍지박산이 났다’는 대사가 자주 나오는데, 사방으로 날아 흩어진다는 뜻의 한자어 풍비박산(風飛雹散)을 잘못 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