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몸이 알아서 반응하던걸요? 하하”
배성호 학생(양산초5)은 지난달 28일 집에서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 7시께 갑자기 할머니 고함이 들렸고,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창고 아궁이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2층에 있던 어머니는 서둘러 119에 신고했지만, 창고에 붙은 불이 집으로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성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집 앞마당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안전핀을 뽑았다.
불길이 집으로 옮겨붙는 것만 막자는 의지로 소화기를 붙잡고 연신 분사했다. 소화액이 바닥나자, 성호는 곧장 다용도실로 달려가 집 안에 보관해 뒀던 소화기 한 대를 다시 꺼내 들고 화재 진압에 나섰다.
그렇게 4분이 지나자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좁은 골목인 데다, 불법 주ㆍ정차 차량 탓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소방호스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그런데 소방대원이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화재는 이미 초기 진화된 상태였다. 성호의 용감한 행동이 대형 화재를 막은 것이다.
김동권 양산소방서장은 “이날 화재는 아궁이에 남아 있는 불씨가 주변 벽면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지만, 빠른 대처로 창고 일부만 소실되는 것 외에 다른 피해가 없었다”며 “어린 나이에도 빠르고 용감하게 불길에 맞선 성호를 칭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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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몸통을 잡고 안전핀을 제거한 다음, 바람을 등지고 소방호스를 불 쪽으로 가까이 향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소화기의 올바른 사용법이지만, 내 눈앞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있다면 성인도 당황하기 마련.
성호는 “몇 달 전에 이웃집에 불이 났고, 그때 얼마나 큰 피해를 당했는지 직접 눈으로 봤다. 그러다 보니 불을 보는 순간, 소화기부터 찾게 됐다. 그냥 몸이 알아서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호의 순발력 있는 판단에는 학교에서 수차례 받은 소방안전교육이 한몫 톡톡히 했다. 경남도내 최초 재난안내방송시스템을 갖춘 양산초는 지난해 6월 대대적인 지진ㆍ화재 대피 훈련을 했다. 이날 성호 역시 화재 진압, 환자 이송 등 모의훈련에 적극 참여했다. 또 성호는 4학년 때부터 양산초 어린이건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건강ㆍ안전교육을 받기도 했다.
성호는 “소방안전교육만 5~6번은 받았다. 교육을 받을 때는 이미 잘 아는 내용인데 또 교육받는 게 못마땅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반복해서 익혔기 때문에 위급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순옥 양산초 교장은 “성호는 소방안전교육뿐 아니라 학교에서 진행하는 많은 교육과 캠페인에 유독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학생”이라며 “성호의 용감한 대처가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고, 다른 친구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화재 진압 후 아궁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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