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시민신문 |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공무원이 된 터라, 공직자의 덕목이나 가치관이 있을 리가 없었죠. 그저 매일이 배움의 연속이었어요. 참고 인내하고 또 배우며 그렇게 40년을 넘게 공직생활을 이어갔죠. 퇴직하면 이제 끝 아니냐고요? 퇴직은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또 다른 출발점이라는 생각에 저는 아직도 배우고 있어요”
정 전 소장의 첫 근무지는 웅상면사무소였다. 서창동 출생이기에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마을 이장님과 마을 동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세금을 받으러 마을 곳곳을 누비고, 논과 밭에 나가 면사무소 전달 사항을 상세히 알려주는 그야말로 민생 현장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했다. 어리숙했지만 가슴 따뜻했던 공직생활의 첫 시작이었다.
그런 그가 44세 젊은 나이로 사무관으로 승진했고 이후 동면장, 상하수도사업소장, 복지문화국장, 안전도시국장, 경제주택환경국장, 행정국장, 그리고 웅상출장소장을 마지막으로 서기관으로 명예퇴직했다.
이렇게 15년 가까이 책임자 자리에서 일하다 보니, 지역사회 현안 하나하나가 마치 내 일처럼 기억에 남는다고.
“2006년 체육과장 시절, 하북체육공원과 웅상체육공원 건립에 필요한 땅 매각을 반대하는 땅 주인과 허가를 내주지 않으려는 관련 기관에 수십 차례 찾아가 결국 설득했던 적이 있었죠. ‘부산까지 20번 넘게 찾아온 성의를 생각해서 허락하겠다’고 했던 땅 주인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정 전 소장의 발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비 확보를 위해 도청은 물론 각종 중앙부처 문턱이 닳도록 바쁘게 드나들었다. 그 결과 태풍 차바가 강타했을 때 양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받아 복구비로 국비 1천억원을 확보했고, 양산일반산단이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노후 산단 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1천500억원을 지원받는 등 큰 성과를 얻곤 했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녔던 정 전 소장이지만, 여전히 조금 더 뛰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답은 현장에 있다’ 명불허전이죠. 지역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아쉬워요. 일단 민원이 들어오면 탁상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무조건 현장으로 가야 해요. 후배 공무원들도 이 점을 꼭 명심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을 털어놨다.
“공직자로서 큰 과오 없이 명예롭게 퇴직하는 데 있어 가족의 역할이 컸죠. 사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가족을 위한 일상은 거의 없는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어요. 퇴직했지만 지역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판단에, 여전히 가족여행 한 번 못 갔어요. 저를 지탱해 준 가족에게 지면을 빌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