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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 詩] 돔, 열다
생활

[초대 詩] 돔, 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1/21 17:53 수정 2020.01.21 17:53

돔, 열다

                                            성명남

유등지 연꽃 보러 갔다
쪼그려 앉아 연잎 위 보석 같은 물방울에 빠져들었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자궁 속 태아처럼 유영하는 물벼룩 몇 마리 보았다
빙빙 돌고 있어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지만
물로 지은 철옹성에 갇힌 거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못 하나 박지 않은 반구형 투명한 벽
안팎 어디에도 출구가 없는 건축물
반영된 주위 풍경, 분홍 향기마저 영롱하게 가둔 채
또르르 또르르 굴러도 끄떡없는 돔

시간이 지날수록 햇볕이 쨍쨍할수록                                          
 
↑↑ 성명남
시인
201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로 등단
시집 ‘귀가 자라는 집’
삽량문학회 회장
이팝시 동인
ⓒ 양산시민신문  

물방울 속 불안은 내 몫이 되었다
쉬지 않고 맴돌지만 어떤 궁리도 서지 않는
저들의 운명을 결국 간섭하고 말았다


건드리는 순간 철컥 열렸다
물벼룩의 환호가 검지손가락 끝에 쟁쟁하다
스스로 생성하고, 스스로 소멸하는 자연의 섭리를 간섭한
나를 변명하려고
일어서는 두 발이 저릿저릿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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