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앉아 연잎 위 보석 같은 물방울에 빠져들었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자궁 속 태아처럼 유영하는 물벼룩 몇 마리 보았다
빙빙 돌고 있어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지만
물로 지은 철옹성에 갇힌 거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못 하나 박지 않은 반구형 투명한 벽
안팎 어디에도 출구가 없는 건축물
반영된 주위 풍경, 분홍 향기마저 영롱하게 가둔 채
또르르 또르르 굴러도 끄떡없는 돔
시간이 지날수록 햇볕이 쨍쨍할수록
![]() |
![]() |
|
↑↑ 성명남 시인 201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로 등단 시집 ‘귀가 자라는 집’ 삽량문학회 회장 이팝시 동인 | ||
ⓒ 양산시민신문 |
물방울 속 불안은 내 몫이 되었다
쉬지 않고 맴돌지만 어떤 궁리도 서지 않는
저들의 운명을 결국 간섭하고 말았다
톡
건드리는 순간 철컥 열렸다
물벼룩의 환호가 검지손가락 끝에 쟁쟁하다
스스로 생성하고, 스스로 소멸하는 자연의 섭리를 간섭한
나를 변명하려고
일어서는 두 발이 저릿저릿 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