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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아이를 받지 않는 공간>과 노배드패런츠존<나쁜 부모를 받지 않는 공간>의 사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1/21 09:04 수정 2020.01.21 09:04

 
↑↑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양산시민신문  
‘노키즈존’이라는 용어는 2014년부터 사용했다고 한다.(위키백과) 영업시설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아이를 받지 않겠다는 업주의 안내문은, 이젠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문구가 됐다. 찬성과 반대 여론도 아주 뜨거웠는데, 찬성하는 쪽은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예절의 중요성과 영업시설을 운영하는 업주의 애로사항에 대한 이해의 이야기가 많았고, 반대하는 쪽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 모두 잠재적 위험군이 될 수 있는 오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2017년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가 한 이탈리아 음식점이 설정한 노키즈존에 대해 일률적으로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지 않을 것을 해당 업장에 권고한 사례 이후로 이 문제는 아동 인권 문제로 정리됐고, 인권은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과 대한민국 헌법에 의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인권위 권고와는 별개로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업장에 대해서 불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권고 자체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을뿐더러 업소 역시 헌법 15조에 따라서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고, 특히 업소 내 공간을 분리해서 키즈존과 노키즈존으로 구별해 운영한다면 더욱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원을 열고 일 년 남짓 됐을 때 노키즈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물론 아이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았고, 그중에는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도 있었다. 그로 인해 주변 손님이 피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핫플레이스라는 공간 특성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방문객이 많아서 그렇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방문객이 줄지 않으니, 문제점도 나아질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필자는 초조해졌다. 서원의 특성상 공간에 비해 테이블 수가 많지 않은 점과 툇마루가 있어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의 선호도가 맞물려, 때로는 서원 전체 균형이 무너질 때는 개선 방법이 없다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한 분, 한 분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 역시, 계속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기에 혼자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아내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의논도 했지만, 항상 결론은 아동의 권리, 그 어떤 것도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방문객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해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서로 공감해 해결해 나가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애쓰던 일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살펴본 결과 마을에 큰 키즈카페와 키즈파크가 생기고 난 뒤였다. 딱 꼬집어 이 공간 때문에 서원의 애로사항이 줄어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마을에 다양한 키즈 공간이 생겨서 아이와 부모가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분산 효과가 있다고 본다.

가장 최근에 ‘배드패런츠존’ 즉, 나쁜 부모는 받지 않겠다는 문구가 생겼다고 한다. 실제 나쁜 부모가 누구인지는 모르니 특정인을 출입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동반한 부모에게 자녀 관리를 맡길테니 주의해 달라는 당부라고 한다. 필자는 이 문구가 좀 더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받지 않는 공간이라는 아동인권 문제에서, 나쁜 부모 출입을 제재하고자 하는 자녀교육 문제로 인식의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다만, 나쁜 부모의 형태는 어느 정도 감이 오지만, 그렇다고 좋은 부모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만약 카페에서 아이가 뛰어다니지 않게 하기 위해 카페에 앉아 있는 동안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면서 혼자 두게 하는 일이, 나쁜 부모가 되지 않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필자는 좋은 부모의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필자 경험으로는 아이를 받지 않는 공간과 나쁜 부모를 받지 않는 공간 사이에는 아이들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하고, 또 부모 역시 그 공간에서 자신들에게 이로운 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부모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문화강좌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녀와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자녀의 문제 행동을 잘 교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좌가 마을 곳곳에서 어느 시간대에나 열려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책모임이나, 책을 읽어주는 문화활동이 도서관뿐만 아니라, 마을 카페에서도 순회적으로 열 수 있었으면 한다. 그 시간대에는 아이를 선생님에게 맡기고 차를 마실 수 있기도 하지만, 나아가 아이와 함께 활동한다면 더 좋은 활동이 되겠다.

‘아이는 잘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의 뜻은 마을 전체가 아이를 위한 공간이 돼야 하고 마을사람 모두가 아이의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을의 카페 공간마저도 이러한 활동의 중심이 된다면 마을에서 아이가 자라나면서 부모가 살아가면서 나쁜 아이, 나쁜 부모가 안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필자의 당부는 아이를 받지 않는 공간과 나쁜 부모를 받지 않는 공간 사이에 지역 공공서비스가 들어간다면, 지역 민간서비스를 다방면으로 활용한다면 사회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 자세가 더욱 지혜롭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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