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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천성산, 그 천 개의 얼굴
기획/특집

천성산, 그 천 개의 얼굴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0/01/21 09:32 수정 2020.01.21 09:32

최근 관광의 흐름은 미식여행과 감성카페, 골목여행, 뉴트로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양산시도 이에 발맞춰 새로운 지역 관광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양산! 어디까지 가봤니?’ 공모전을 진행했으며, 심시위원 평가와 온라인 투표를 거쳐 접수한 27개 작품 가운데 5개 작품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본지는 수상작품을 차례로 소개한다.

↑↑ 천성상 주차장에서 노전암 방면으로 30분 정도 걸으면 작은 산골 마을을 거쳐 노전암이 나온다
ⓒ 양산시민신문

1. 외로움은 나를 천성산으로 이끌고

내 고향은 경북이고, 경남 쪽에는 와 본 일이 거의 없었다. 직장 때문에 부산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부산에서 혼자 살며 직장에 다니는 건 외로운 일이다. 퇴근해서 집에 와도 나를 기다리는 건 텅 빈 집밖에 없었다. 부산ㆍ경남 쪽엔 친구나 친척도 없어서 휴일이라 해도 밖에 나가 만날 사람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 안 좋기만 한 건 없는 법인가 보다. 이 외로움이 내게 새로운 취미를 선사했고, 그 재미에 푹 빠졌다. 천성산 숲길 하이킹, 여기에 취미를 들이고부터 오히려 혼자 있는 게 좋아졌다. 혼자서 조용히 천성산 숲길을 걷다 보면 나를 둘러싼 모든 고민과 시름이 사라졌고, 마치 내가 이 아름다운 산의 일부가 된 것처럼 행복감이 몸에 꽉 차는 걸 느꼈다.

사람은 슬픈 일뿐만 아니라 기쁜 일도 주변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나는 천성산에 다녀올 때마다 직장 동료들에게 천성산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마치 짝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처럼 예찬을 바치곤 한다. 내가 어느 정도로 천성산을 좋아하느냐면, 지금 사는 집 전세계약이 끝나 다음에 이사할 일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양산과 가까운 곳으로 갈까 고민할 정도다. 직장이 2호선 라인에 있음으로 양산으로 이사를 한다 해도 출ㆍ퇴근에 크게 지장은 없다.

작년 초, 부산으로 이사를 왔지만 해운대니, 광안리니 하는 유명한 곳을 빼면 아는 곳이 없었다. 살고 있는 부산에 대해서도 그런데 양산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작년 초봄쯤이었다. 혼자 통도사를 방문하고서 그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운 미에 감탄한 적이 있다. 그래서 주변에 또 어디 좋은 곳이 없을까 하고 네비게이션을 켰다. 내비게이션에서 주변 지도를 검색하다 보면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네이게이션을 보고 택해서 찾아간 곳이 천성산이었다. 천성산 입구뿐만 아니라 내원사로 향하는 도로에도 주차장이 충분히 마련돼 있어 주차 걱정은 전혀 없다.

↑↑ 가을에 찍은 계곡 모습
ⓒ 양산시민신문

2. 갈림길에서 나눠지는 매력 두 가지

천성산 입구에 주차하면 내원사로 향하는, 길 양쪽에 오래된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그 옆으로 너무나 맑은 냇물이 흐르는 도로가 있다. 그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가든 걸어서 가든 쭉 올라가면 그 끝에 내원사가 오랜 시간을 견디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내원사는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운 보물이지만, 거기까지 이어지는 길은 여태껏 내가 본 길 중 가장 평화롭고 아름답다. 로마, 바르샤바, 피렌체, 크라쿠프, 프라하, 뮌헨 등 해외여행을 여러 번 가봤어도 이 길을 걸을 때만큼 내게 평화와 행복감을 주는 곳은 없었다. 몇 백 년은 됐음직한 커다란 나무들이 길 양 쪽에서 머리를 드리우면 그 나뭇가지와 잎사귀 사이로 화창한 햇살이 통과되어 초록색 빛이 일렁인다. 그 빛에 물든 채 걷는 내내 세상 어디에도 보기 드문 아름다운 계곡이 음악을 연주하듯 경쾌하게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천성산 입구에서 내원사 방향으로 가는 코스 못지않게 그 다른 쪽, 즉 노전암 방면을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 맨 위의 사진은 계곡의 본격적인 시작 지점이다. 천성산은 원래 계곡으로 유명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항상 정답인 듯싶다. 그저 유명한 것과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사진만으로는 실제 천성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내기 힘들다.

나는 계절마다 천성산을 2~3번은 꼭꼭 간다. 왜냐하면 산은, 특히 천성산은 계절마다, 날씨마다, 일조량마다, 시간마다, 지점마다 천 개의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다. 봄에는 봄대로, 여름에는 여름대로, 가을에는 가을대로, 겨울에는 겨울대로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달리하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각기 다양한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아침에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오후에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비가 와서 가고, 또 어떤 때는 맑은 날 가기도 한다. 봄에는 만물이 약동하고 싹을 틔우는 걸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여름에는 콸콸 쏟아지는 계곡물이 역동적이고, 가을에는 단풍빛깔로 물든 계곡물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겨울에는 맑은 계곡물이 얼어붙어 마치 커다란 거울처럼 변신한 걸 감상하는 맛이 있다.

↑↑ 직장 동료 둘을 데리고 갔을 때 찍은 사진
ⓒ 양산시민신문

3. 나는 천성산 전도사

천성산 숲길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굳이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숲길을 따라 걸으면 되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특별한 등산화나 등산장비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가볍게 걷다 보면 몸도 마음도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고요함과 깨끗함은 숲만이 줄 수 있는 큰 축복이다. 우리가 숲에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고, 가뭄에 물 한 방울 부어준 적 없어도 숲은 항상 우리가 찾아주기만을 기다리며 모든 것을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숲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누가 언제 오든 숲은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반겨줄 수 있다.

천성산이 내게 정말 소중한 이유는, 아마 고단한 직장생활을 달래주고 고단한 세상살이에서 받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 때문인 듯싶다. 나는 상처를 입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이곳의 숲을 걷고, 살아갈 힘을 다시 얻는다.

좋은 건 가까운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법이다. 혼자 걸어도 행복한 숲길이지만,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이 소개 글을 쓰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이 보배 같은 산을 소개해서 내가 천성산에서 얻은 것을 그들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만, 산을 찾아가서 제발 취사를 한다든가, 쓰레기를 버린다든가, 꽃을 꺾는다든가 하는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냥 김밥을 싸가서 먹고 쓰레기를 반드시 챙겨왔으면 한다.

계곡에서 나오면 아까 건넜던 노전암 구름다리를 다시 건너오게 된다. 이때 기분은 마치 환상세계에 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듯하다. 노전암 앞에는 10여호 정도 모여 사는 산골마을이 있는데, 그 길에 홀로 서 있는 커다란 감나무가 쓸쓸해 보이면서도 아름답다.

↑↑ 계곡에는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깊게 파여 있는 곳이 많은데, 양산시에서 보존에 힘썼는지 태곳적 그대로의 맑은 물과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 양산시민신문
↑↑ 트래킹 하기에 딱 좋은 천성산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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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전암 부근 산골 마을 길가에 서 있는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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