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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네가 살아야 할 네 인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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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네가 살아야 할 네 인생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2/04 08:54 수정 2020.02.04 08:54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해서 어쩌다 보니 아이를 넷 낳았다. ‘어쩌다 보니’를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하나님의 은혜로’라고 할 수 있다. 내 계획과 의지에 의해서 된 것이 아니라 신의 섭리로 이뤄진 일이라 그저 감사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지금은 애를 넷 낳으면 애국자라고 치켜세워주고 또 여러 가지 혜택도 주지만, 그때만 해도 온갖 비난과 걱정을 한 몸에 받았다. 정말 서러웠지만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서러움을 다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잘 커 줬다. 

교육학을 전공해서인지 애가 넷이라서 그런지 한 번씩 이런 질문을 받는다. “목사님의 자녀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솔직히 특별한 교육관을 갖고 계획성 있게 키웠기보다는 그냥 매 순간 닥치는 대로 열심히 했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그래도 뭔가 좀 멋진 대답을 해줘야겠기에 우리 부부가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왔는지 곰곰이 돌이켜보니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네가 살아야 할 네 인생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존재다. 부모로부터 태어나지 부모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임신과 출산 시기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로봇을 설계해서 제작하듯 그렇게 자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내가 키워야 할 내 자식이지만 내 것이 아니다. 우린 누구나 그렇게 태어나서 자기 인생을 살아간다.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는 오롯이 자기만이 살아가야 할 자기 인생을 부여받은 것이다.

‘존 엠 드레셔’라는 작가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는 ‘내가 가정을 다시 시작한다면’이라는 책을 썼다. 그 내용을 보면 아내를 더 사랑하고, 아이들과 더 많이 웃고, 더 나은 청취자가 되며,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이 격려하며, 작은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소속감을 개발하며, 친숙하게 하나님을 소개하겠다는 등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10가지의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다섯 번째가 아주 이상하다. 소제목 그대로 옮기면 ‘나는 자녀를 위해 기도하지 않겠다’이다. 자녀를 위해 기도하지 않겠다고?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 그 내용을 살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부분 부모는 우리 자녀가 이런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런데 이 기도는 자녀의 인생이 아닌 부모가 바라는 인생이 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강요하는 것이며, 이런 기도가 결과적으로 자녀의 인생을 망치게 된다. 그래서 그는 부모가 바라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보다는 자녀가 스스로 살아야 할 인생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 기도하겠다고 한다.

스스로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려서부터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가 좀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주고, 또 함께 그 일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기는 했지만 결정은 아이들이 하도록 했다. 때때로 그 결정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아이들이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기도 하고, 왜 그때 말리지 않았냐고 부모 탓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살아야 할 네 인생이다. 결정도 네가 하고, 그 책임도 네가 지고, 그 열매도 네가 먹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알아서 할 일과 부모가 도와줘야 할 일을 구분할 줄도 알고, 이제는 좀 컸다고 부모 사정을 이해해 주기도 한다. 솔직히 난 내 인생살이 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내 인생은 내가 살고, 네 인생은 네가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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