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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성숙한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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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시민의식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3/03 10:45 수정 2020.03.03 10:45

 
↑↑ 명형철
전 양산 하북초 교장
(사)미래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양산시민신문
 
온 나라에 코로나19 감염증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사회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집단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국민의 일상은 마비될 지경이다. 온 국민은 심리적으로 전염병 대유행 전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미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수백m의 줄서기가 시작됐고 손세정제는 마트 매장에서 동이 났다. 한편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도 기승을 부리고 어느 지역에서는 자가 격리 대상자가 공공장소를 활보하는 사례까지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철저한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는 자신은 물론 상대의 안전도 지키는 나부터의 실천 운동이며, 이 작은 실천 운동이 담보돼야 지역과 국가 방역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나부터의 실천 운동은 우리 사회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주고 있는 좋은 사례다.

현재 바이러스 감염 경로 파악이 힘든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시점에서 정부는 위기 대응 단계를 ‘위기’에서 ‘심각’으로 올려 범정부 총력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도 행정ㆍ방역 당국ㆍ의료기관과 전문가만으로 확산을 막는 건 역부족이다. 중앙집중식 국가 감시망을 넘어 시민 스스로 판단해서 자가격리를 하는 등 지역과 주민의 풀뿌리 역량이 발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상황에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전문가, 국공립 및 민간의료기관, 지자체와 시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런 시점에 시민 상호 간에 따뜻한 격려와 관심으로 연대의식을 통한 공동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 시민의식도 대단히 중요하다. 우한 교민을 수용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시민의식 사례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 초반의 반대를 철회하고 도착하는 교민을 따뜻하게 포용했다. 2주간 격리 기간을 끝내고 떠나는 교민은 꼭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I♡아산ㆍ진천, WE♡대한민국, 등 감동의 문구로 화답했다.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지역 ‘셀프 방역’을 위한 코로나 방탄시민단이 조직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헌혈이 부족해지자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단 10일 만에 혈액 보유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기적을 만들어 냈다. 전국 지자체와 시민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장미꽃 사주기’, ‘구내식당 닫기’, ‘외식 한 번 더하기’, ‘임대료 인하 상생협약’ 등 각종 상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신학기를 맞아 입국하는 중국 유학생을 위해 지자체가 공항에서 기숙사까지 무료 콜밴 서비스를 지원하고 해당 대학이 자가격리 기간 따뜻한 관심과 밀착지원을 제공하는 ‘선한 사마리아인’ 미담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성숙한 시민의식만으로 현 위기를 극복할 순 없다. 정부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잠시 우리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꺾을 수 없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오늘을 이겨내야 한다. 과거 우리는 위기 상황이 도래할 때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전통과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국가 수준의 재난 극복을 위한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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