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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말 둘레길] 손님 치르기에 대한 말..
오피니언

[우리말 둘레길] 손님 치르기에 대한 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3/03 10:51 수정 2020.03.03 10:51

 
↑↑ 양인철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페이스북 친구 중에 양기원이라는 분의 글을 읽고 있다. 농촌지역 인간관계에서 정치 성향, 취미, 종교, 학벌, 지식 등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거의 모두가 혈연 지연이고, 사람 수가 적으며, 이래저래 만날 일이 많기 때문에 좋든 싫든 함께 어울린다. 초등학교 나오지 않은 무식한 사람도, 아첨하는 사람도, 말을 잘 둘러대는 사람도, 정치 성향이 진보인 소위 노빠와 문빠 좌빨도, 문재인과 조국, 전라도를 무지하게 싫어하고 저주하는 지만원 황교안 추종자도, 언행이 나빠 공자님이 지팡이로 때렸다는 원양(原壤) 같은 버릇없는 놈, 싫은 놈도 다 친구이다.

그분의 공개된 프로필을 본다. 독서, 글쓰기, 명상, 수행, 2019 전업농 은퇴 후 자급자족의 텃밭 농사. 사진을 보니 나이가 좀 드시고 머리가 허연 분이다. 그분의 글에 다시 눈을 둔다. …하지만 만나는 것이 꺼려지고 두렵기까지 한 친구들이 있다. 단 한 가지, 정치 문제 때문이다. 거창군 가조면은 보수 성향 국회의원을 다섯 배출한 지역답게 전국 어느 지역보다 보수적인 동네다. 그래서인지 요즘 절반이 넘는 지인들이 만나기만 하면 문재인 대통령 하야와 구속, 조국 장관 사퇴와 구속을 입버릇처럼 외친다. 극우 인사들이 시도 때도 없이 거리에서, 방송에서 외쳐대니 정말 하야하고 구속도 될 거라 믿는 것일까. 친구들 말에 나는 그저 듣기만 한다. 그런데 다음이 문제다. 한바탕 떠들고 나서 꼭 내 의견을 묻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나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고 자리를 뜬다. 뭐라고 마음에 안 들게 한마디 했다가는 친구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 한바탕 사달이 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전에는 정치 얘기로 흥분해서 핏대 세우는 일이 없었는데, 몇 달 사이 참 많이 달라졌다. 친구를 대하는 예(禮)조차 잊어버렸다. 무엇이 이들을 미치(?)게 만들었을까?

ㆍ집들이: 이사한 후에 이웃과 진지를 불러 집을 구경시키고 음식을 대접하는 일
ㆍ겪이: 음식을 차려 남을 대접하는 일
ㆍ놉겪이: 놉(품팔이 일꾼)에게 음식을 주어 일을 치름
ㆍ도르리: 여러 사람이 음식을 차례로 돌려가며 내어 함께 먹음. 또는 그런 일
ㆍ일결: 크게 손님을 겪는 일
ㆍ턱: 좋은 일이 있을 때 남에게 베푸는 음식 대접

두런두런 구시렁구시렁

1) 옛날 어머니들은 술을 담그려고 솔잎을 깔고 시루에 밥을 쪄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술을 담그려고 찐 밥을 ‘고두밥’으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두밥’은 단순히 ‘아주 된 밥’이고,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서나 술을 담그려고 찹쌀 또는 멥쌀 등을 물에 불려 시루에 찐 밥은 ‘지에’ 또는 ‘지에밥’이라고 합니다.

2) 같은 해 같은 과에 학교를 다녔다고 하면 동기(同期)이며, 동기간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동기간(同氣間)은 형제자매 사이를 말합니다. 기운이나 호흡이 느껴집니다.

3) 눈이 막 창문에 와 닿을 때는 ‘들이닿다’라고 합니다. 또 문을 열자마자 갑자기 눈보라가 들어온다면 ‘들이닥치다’ ‘들이덮치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 몹시 빨리 달린다는 뜻으로 쓰일 때는 ‘들이닫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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