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반가운 전화였다. 가뜩이나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마스크 생산업체의 협조는 ‘천군만마’를 얻게 되는 셈이다. 이날 이후 이 업체는 양산시청에 매일 작게는 2만개 많게는 4만개까지 공적 물량으로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
사실 (주)엠씨(대표 정연규)의 이 같은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이후 파산 위기까지 갈 정도로 경영이 어려웠다. 더욱이 1년 전부터는 양산은 물론 부산ㆍ경남지역 공적 판매처를 통한 공급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업체가 공적 판매처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해 우리가 파고들 틈이 없었죠. 그래서 공공기관에 섭섭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기존 단골 거래업체 물량도 소화하기 힘든데, 거래도 전혀 없던 공공기관 요구를 무작정 들어줄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국가 비상상황이잖아요. 양산지역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접하자마자 더는 고민 없이 협조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엠씨는 하루 평균 12만개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공적 물량으로 공급하고 있는 50% 가운데 또 절반 가까이를 양산지역에 보급하고 있다. 사실상 양산지역 마스크 생산업체 3곳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지자체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공적 물량과 민간 거래를 통한 사적 물량은 납품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나요. 그만큼 공적 물량이 많을수록 손해를 보죠. 그래서 손해도 최소화하고, 지자체에도 협조할 수 있도록 마스크 생산 물량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엠씨는 최근 직원을 3배가량 늘렸다. 평소 25~30명이었던 직원이 지금은 80~100명이다. 야간 근무도 강행한다. 주야 없이 생산에 매달리는 날은 하루 17만개에서 최대 20만개(소형 포함)까지 물량이 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직원 피로도가 극심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 양산시민신문 |
“일부 직원들이 야간 근무를 거부하며 차라리 해고해 달라고 하소연해요. 회사 입장에서는 국가 위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참고 일해 줬으면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가정도 있는 직원을 무작정 잡아놓을 수도 없어요.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죠”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봉사자를 파견해 인력지원도 하고 있다. 하지만 숙달되지 않은 인력이 갑자기 들어오면 교육 등에 낭비되는 시간이 오히려 늘어나, 적재적소에 맞는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생산업체가 떼돈을 번다고 떠들어 댄다. 물론 비수기에 비해 수익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 철 장사로, 몇 달 벌어 또 일 년 아니 몇 년을 버텨야 할지 모른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이렇게 심각한데, 마스크 생산업체가 왜 기계를 추가해 공급라인을 늘이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기계와 인력을 무작정 늘렸다가 마스크 공급이 안정화되면 영세한 지역 마스크 생산업체는 말 그대로 줄도산이 날 게 뻔한 일이죠”
그래서 엠씨는 정부에 바람이 한 가지 있다. 평상시에도 기존 마스크 생산업체에 공적 물량 공급을 공정하게 배분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비단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ㆍ황사 문제가 심각해요. 방역 마스크는 이제 생활필수품이자 노약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는 질병 예방을 위한 필수 의료용품이 됐죠. 때문에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대비해 기존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운영ㆍ유지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평상시에도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공적 물량이 업체별로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