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원도심 지반침하 바로 앞에 사는 세입자 YMCA의 고민..
오피니언

원도심 지반침하 바로 앞에 사는 세입자 YMCA의 고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3/17 13:41 수정 2020.03.17 01:41

 
↑↑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양산시민신문
 
지난달 28일, 동료와 함께 남부시장 옛 시외버스터미널 터의 주상복합건물 공사가 한창인 도로 맞은편 1층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유리창 앞으로 모였다. 눈앞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광경에 경악하며, 한눈에 봐도 움푹 꺼진 도로 위를 버스가 오르막 오르듯 힘겹게 지나가니 누구는 경찰서에 전화해서 통제를 요청하고, 누구는 연신 휴대전화로 이 광경을 찍는다. 그리고 시작된 도로 재포장 공사는 일주일 안에 마무리된다고 했다가, 보강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도로 아래 수로관을 교체한다고 1개월 이상 공사 기간이 늘어난다고 한다.

YMCA 사무실이 위치한 곳은 이 도로 침하 현장을 가장 잘 지켜볼 수 있는 5층 건물의 5층인데, 지난달 28일 이후 주된 일과는 출근해서 유리창으로 공사 현장을 쳐다보는 일이다. 도로 보강공사를 하는데, 땅을 조금만 파도 금방 물이 고여 있다. 사고가 난 곳이 오래 전부터 농지에 공급하는 농업용수가 지나가는 수로였다는 기사와 낙동강 하구 수문을 열어 양산의 지하는 거의 강(江)이라는 건축가 이야기에, 양산에서 오래 사신 분들이 이곳이 미나리를 키우기도 하는 넓은 논밭이었다는 증언이 덧붙여져 굴착기로 땅을 팔 때마다 흔들리는 컴퓨터 모니터보다 더 심하게 마음이 요동쳤다.

옛날에 지어진 건물은 세울 때 암반층에 파일을 박지 않고 그냥 맨땅에 건축한 경우가 많으니 지금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확인하라는 조언에서, 당장 사무실에서 나와 임시 거처를 찾아보라는 강권 속에서 가난한 세입자인 YMCA가 다시 이사할 곳을 찾아보다가 화가 났다. 설마 44층 대형 건축물 허가를 내면서 이런 자연생태적 여건을 감안하지 않았을까? 상습정체구역인 이곳에 벌어진 교통대란을 미리 예견하지 못했을까? 설마 원도시 슬럼화 문제를 해결할 묘책으로 이른바 랜드마크 건축물이라는 환상 속에서 옆 건물 한두개 무너져도 대수라고 생각했을까?(누가 이 대형 건축물을 허가했는지 알고 싶어서 3월 6일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양산시는 재난관리기금에서 3억7천여만원을 투입해서 대한토목학회에 ‘북부동 일대 도로침하 원인과 보강대책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지난해부터 8개월간 진행했고, 공사장 주변에 설치한 층별침하계와 지하수위 계측기 기록을 통해 공사장 지하수 유출이 원도심 지반침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그러면 당연히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것이 답이지 않은가?

안전 문제는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명의 생명이 44층 랜드마크보다 훨씬 소중하다. 양산시 대책회의를 다녀온 시의원에게 원도심 지반침하가 우려되는 지역에 기울기 측정을 4군데 건물에서 하고 있고 기울기가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대피 명령이 있을 것이라는 회의 결과를 전해 들었다. 이 기울기 측정만 믿고 강풍이 불 때마다, 큰비가 내릴 때마다 싱크홀과 붕괴의 공포 속에 지내야 하는가?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땜빵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일까? 공사를 중지하고, 허가를 취소하고, 다시 검토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0.00001%라 할지라도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에 내 아이를 보낼 수 있나요?” 이전을 고민하던 이사회에서 어느 이사님이 내린 명쾌한 해답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