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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마스크로 약국 대박? 사명감 없으면 못 해요”..
사회

“마스크로 약국 대박? 사명감 없으면 못 해요”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20/03/24 10:05 수정 2020.03.24 10:05
∎ 이재휘 양산시약사회장 인터뷰
공적 마스크 공급에 약국 97% 참여
세금 등 빼면 한 장당 200원 남아
“과정, 노력 따지면 안 파는 게 나아”

안정화에도 여전히 민원은 큰 고민
“경찰ㆍ약국 간 신고 핫라인 필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힘든 상황에 놓인 곳 가운데 하나가 약국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시민도 힘들지만, 판매하는 약사들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약사들은 코로나19 유사 증상 환자들을 상대해 감염 위험성이 크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이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적 마스크 판매를 중단하는 약국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재휘 양산시약사회장을 만나 양산지역 사정은 어떤지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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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양산에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는 약국이 얼마나 되나?

양산지역에 약국은 모두 128곳이다. 이 가운데 전산 문제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는 약국 3곳을 제외한 125곳(97.6%)이 공적 마스크 공급에 동참하고 있다.

❚ 하루에 공적 마스크가 몇 장이나 들어오나?

약국마다 조금 다르고, 매일 일정하지 않지만 우리 약국의 경우 평균 하루에 250장 정도 들어온다. 양산지역은 보통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 사이에 공급되고 있다.

❚ 하루에 250장 소진되면 약국도 수익이 될 것 같다.

솔직히 공적인 일이라고 사명감 갖고 하는 것이지,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스크 한 장당 1천100원에 들어오면 1천500원에 판매한다. 하지만 세금이나 (마스크 소분, 판매, 전산 입력 등으로 인한 추가) 인건비를 빼면 한 장당 200원 정도다. 그럼 하루 5만원인데, 마스크를 파는 과정과 노력 등 하루 종일 마스크로 시달리는 걸 생각했을 때 차라리 안 버는 게 낫다는 것이다.

❚ 마스크로 인한 업무 부담이 얼마나 크나?

오늘도 마스크가 5장씩 묶어 들어왔다. 1인당 최대 물량이 2장이니까 무조건 2장씩 소분해 포장해야 한다. 어떨 때는 3장씩, 어떨 때는 25장씩 포장된 경우가 허다하다. 판매할 때도 신분증을 보고 컴퓨터에서 확인하는 시간도 꽤 걸린다. 문의 전화도 많은데, 예전에 비해 하루 평균 30~40통이 늘었다. 무엇보다 민원 응대가 힘들다. 마스크 판매에 대한 불만을 약국에 다 쏟아붓는 격이다.

❚ 주로 어떤 민원이 많나?

당연히 줄 서고도 마스크를 못사는 상황에 대한 분노가 제일 많다. 그래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으로 선동해 약국을 (빨갱이 등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또한, 최근 양산지역 한 약국의 경우 70세 이상 어르신을 배려하다 경찰에 신고된 적도 있다. 추운 날씨에 긴 줄 끝에 서 있는 어르신이 안쓰러워 우선 지급하려고 했기 때문인데, 약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각박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그래서 공적 마스크 판매를 중단하는 약국이 늘고 있다고 하던데….

양산지역은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은 약국 외에는 중도에 포기한 곳은 없다. 약국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던 처음과는 달리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안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말이 되면 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니만큼 정부에서 중단 지침이 올 때까지 협조할 계획이다.

❚ 원활한 마스크 공급을 위해 바라는 것이 있나?

여전히 민원이나 항의가 제일 큰 고민이다. 경찰이 공적 판매처에 대한 예방 순찰을 강화하고, 사건이 생기면 즉시 출동할 수 있는 경찰과 약국 간 핫라인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시민에게도 노약자에 대한 배려를 당부하고 싶다. 당장 투석을 받으러 가야 하는 어르신이 1시간 넘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약사로서 의료인으로서 지역의 한 시민으로서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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