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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이게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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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4/13 10:16 수정 2020.04.13 10:16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10년 전 몽골에 의료봉사를 갔다. 당시 시무하던 교회 의사들이 주축이 돼 5일간 일정으로 출발했는데, 의사 8명, 간호사 3명, 약사 1명 그리고 자원봉사자 10명이 참가했다. 현지에 도착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눠 3일 동안 무려 1천500여명의 환자를 진료했고, 수술도 5건을 집도했다.

그런데 사고가 났다. 3일째 되던 날 숙소에 도둑이 들어 우리 일행의 여권과 여비가 든 가방을 훔쳐 간 것이다. 여비는 그렇다 해도 여권이 문제였다. 급히 몽골 대사관에 연락하니 현지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고,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그래서 통역사 한 분과 함께 경찰서에 가니 서로 니미락내미락 하면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답답해서 대사관에 다시 연락했다. 누구든 좀 와서 도와줄 사람이 없겠냐고 하니 찾아보겠다고 하고는 오후 4시가 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낯선 나라 경찰서에서 도와줄 사람 하나 없이 그렇게 망연자실해 있는데 거기 경찰 중에도 착한 사람이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자기가 나서서 필요한 서류를 만들어줬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네 나라가 당신들을 버렸나 보다”

다행히 이후 모든 일정은 순조롭게 잘 진행됐고, 우리는 봉사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와 같은 처지를 당한 일본인 이야기가 한 블로그에 소개됐다. 친구 중 일본인이 있는데 외국에서 여행하던 중 소매치기를 당해 오갈 곳 없는 처지가 되자 자국 대사관에 연락했다고 한다. 연락을 받은 대사관 직원이 늦은 시각인데도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와 잠을 잘 수 있는 호텔을 섭외해주고, 여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필요한 행정적인 처리를 다 해줄 뿐만 아니라 여행에 필요한 여비까지 일부 지원해주었다는 훈훈한 내용이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던데 내가 겪은 일과 겹쳐지면서 정말 부러웠다. 한 번은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외국에 파병 나간 미군이 전투 중 순직했고, 그 관을 실은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자 미국 대통령이 그 자리에 직접 나와서 예를 표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순직한 병사 앞에서 예를 표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이 나라는 정말 국민을 존중하는구나,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나라다”

이제껏 우리나라는 국가를 위해 국민이 해야 할 책임은 많이 강조했지만,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잘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세월호 사건 때 여실히 드러났다. 재난을 당한 국민에게 국가는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 할 국가는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생때같은 수많은 목숨이 죽어가는 것을 국민은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지금도 그 트라우마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게 나라냐?”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우리 국민은 촛불을 들고 나라를 나라답게 하고자 분연히 일어났고, 마침내 촛불혁명을 이뤄냈다. 정식으로 명명된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는 촛불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19로 지금 전 세계가 공황상태에 빠져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곳으로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방역시스템을 세계가 배우고 있고, 우리가 만든 진단키트와 방역물품을 구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우리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요즘은 마치 우리가 세계의 중심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외국에 있던 교민도 우리 정부의 도움을 받아 귀국 러시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중국 우한에 있는 우리 교민이 정부가 마련한 전용기를 타고 귀국했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머물며 건강을 회복했다. 우리 국민은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고, 모두 한 마음으로 건강하길 기원하며 응원했다. 격리 기간을 끝내고 이들이 건강하게 퇴소할 때 방문마다 감사의 쪽지가 붙어 있었고, 그 가운데 이런 쪽지도 있었다. “쉰 살이 넘어 처음으로 국가가 있음을 느꼈던 며칠간이었고, 대한민국 국민임이 참 다행스럽다는 깊은 감회가 느껴진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게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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