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를 넘기고 개표가 90% 넘게 진행되자 350여표 차이로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남은 건 이제 관외 사전투표 결과. 7천300여표에 달하는 관외 사전투표에 승패가 나뉘게 됐다. 관외 사전투표함은 이중으로 봉합돼 있어 일반 투표함보다 개표 시간이 더 길어졌다. 새벽 4시 30분께, 오랜 기다림 끝에 최종 결과가 나왔다.
김두관 4만4천218표 대 나동연 4만2천695표. 1천523표 차이로 김두관 후보가 제21대 양산 을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당락을 좌우한 표심은 ‘사전투표’
득표 현황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김 당선자는 양주ㆍ서창ㆍ덕계동에서, 나 후보는 동면ㆍ소주ㆍ평산동에서 각각 승리했다. 양산 을 지역구가 6개 동ㆍ면을 포함하고 있으니 경합지역답게 딱 절반씩 승리 깃발을 가져간 셈이다.
하지만 투표구별 승패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 다른 분석이 나온다.
나 후보가 41개 투표구 가운데 73%인 30개 투표구에서 앞섰다. 반면 김 당선자는 고작 11곳에서 이겼다. 심지어 양주동은 김 당선자가 최종 승리했지만, 투표구별로 보면 투표구 10곳 가운데 7곳에서 나 후보가 앞섰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바로 ‘사전투표’ 때문이다.
23.32%를 기록한 사전투표가 김 당선자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만2천384명의 사전투표에서 과반을 훌쩍 넘긴 1만7천991표(55%)를 김 당선자가 가져갔다.
보수진영 지지세 강했던 웅상 표심 달라져
또 하나, 역대 선거에서 꾸준히 보수 지지세를 보여왔던 웅상지역이 달라졌다. 앞선 20대 총선에서도 진보 성향의 민주당 서형수 국회의원이 당선되긴 했지만, 웅상지역 표심은 보수 성향의 전 자유한국당 이장권 후보를 선택했다.
당시 덕계ㆍ평산ㆍ서창ㆍ소주동은 이 후보에게 1만4천229표를, 서 의원에게 1만2천819표를 줬다. 서 의원은 웅상에서만 1천410표를 뒤진 것이다. 하지만 신도시인 양주동에서 2천91표를 앞서 최종 승리를 가져가게 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김 당선자가 2만3천69표를, 나 후보가 2만3천257표를 각각 가져갔다. 물론 웅상에서 나 후보가 188표 앞서긴 했지만, 당락을 좌우하지 못하는 근소한 표 차에 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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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이에 대해 최근 웅상지역에 두산위브1차, 서희스타힐스, 우성, KCC 등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진보 성향의 젊은 유권자가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 20대 총선에서 웅상 유권자수는 7만2천225표인데 반해, 이번 총선은 7만9천427표(서창 503표, 소주 2천329표, 평산 1천890표, 덕계 2천480표)로 7천202표가 증가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웅상지역 출신 국회의원을 열망했던 지역 주민의 표심이 흩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년 전 양산 을 선거구가 신설되면서 그야말로 웅상지역 인사들만의 리그가 펼쳐졌다. 당시 본선에 오른 후보 5명 모두 개운중학교 출신일 정도로 지역 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이에 선거 초반 김 당선자의 민주당 전략공천이 확정되면서 ‘지역 연고가 없는 낙하산 공천’이라는 프레임으로 여야 할 것 없이 비판했다. 더욱이 미래통합당에서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낙하산 공천’에 대한 비난 수위가 극에 달했다. 후보뿐 아니라 시민, 학부모까지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진짜 양산사람을 공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미래통합당에서 경선을 통해 8년간 양산시장을 지낸 나 후보를 공천했지만, 웅상지역 주민이 원하는 ‘웅상사람’은 아니었던 셈이다. 정의당 권현우 후보 역시 동면ㆍ양주에 지역 기반을 둔 후보였다. 이에 지역 출신을 고집하는 비교적 보수 성향의 표가 인물ㆍ공약에 따라 나뉘면서 웅상지역 표심이 고루 분포됐다는 분석이다.
진보 성향 표 크게 나뉘지 않았다
진보 성향 표가 크게 갈리지 않았던 것도 승리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20대 총선 양산 을 지역구에서는 보수 성향 표가 나뉘면서 당시 자유한국당 이장권 후보가 근소한 차로 서형수 국회의원에게 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무더기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보수 성향 지지층이 분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보수진영 단일화는 당 차원에서 일찌감치 이뤄진 반면, 진보진영은 여전히 각개전투하는 모양새를 보여 김 당선자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의당 권현우 후보가 전체 투표의 2.9%인 2천666표를 얻는 데 그쳐 약세를 보이면서 승패를 가르는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공천 과정에서 홍 전 대표가 컷오프되고 8년간 양산시장을 지낸 나 후보 공천이 확정됐다. 이에 ‘대권 후보인 큰 인물’과 ‘양산시장을 지낸 양산전문가’의 대결 구도를 형성했고, 양산시민의 최종 선택은 ‘큰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