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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YMCA의 2020년 꿈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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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YMCA의 2020년 꿈꾸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4/28 13:31 수정 2020.04.28 01:31

 
↑↑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양산시민신문  
2015년 12월 30일 양산시민신문에 ‘양산YMCA의 2016년 꿈꾸기’라는 글을 처음 보냈다. 그리고 4년이 훌쩍 지났다. 당시 편집국장의 달콤한 꼬임은 “그냥 YMCA에서 활동하면서 드는 생각, 부딪히는 갈등, 자랑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이야기하면 된다”였는데, 제시간에 제출해야 하는 숙제 앞에 글쓰기 실력도, 축적된 운동의 양도 부족해 늘 마감시간 전 새벽까지 동동거렸다. 그리고 지금 편집국장의 “이번이 마지막 원고입니다”라는 안내 문자를 받고 ‘마지막’이 주는 무게에 걸맞은 주제를 찾다가 또 새벽을 맞게 된다.

감사하게도 신문 잘 봤다고 안부 인사를 전해 받기도 하고, ‘젠더와 성’에 대한 글에는 날 선 충고와 염려의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얼굴 사진 좀 바꾸면 안 되겠냐는 이야기에 사진이 부어 보이는 것이지 실물이 훨씬 낫다고 핑계를 대기도 한 시간이 스쳐 지나가면서 “글쓰기의 괴로움과 행복함”을 동시에 추억해본다.

처음 양산에 연고도 없이 무모한 열정 하나로 YMCA를 시작하면서 쓴 글을 지금 읽어보니 “누가 나에게 YMCA가 어떤 곳인지 물어볼 때마다 나는 YMCA는 사람들이 만나고, 그들이 YMCA를 통해서 터닝포인트의 생애사적 경험을 하고, 생명 평화의 바람꽃을 피워 나가는 청년운동, 시민운동을 즐겁게 만들어 가는 곳”이라고 대답해 왔다. 그리고 “양산YMCA에서 일하면서 이 대답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기를 꿈꾸고 있다”는 당찬 포부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2020년 봄이 지나가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선물을 ‘은사’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하나님께서 ‘이사와 페인트칠’의 은사를 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요즘이다. 2015년 처음 중부동 전세회관에 남편과 딸랑 직원 1명의 남자친구(지금은 남편이 됐음)를 강제 동원한 페인트칠을 시작으로, 2017년 북정동 옛 터미널 앞 회관 시대를 맞아 엄청 늘어난 3명의 직원과 청소년YMCA동아리 친구들이 중고사이트 무료 나눔을 통해 가져온 목제가구에 알록달록 페인트칠을 했었다.

그리고 2020년, 원도시 지반침하를 이유로 황급히 이사를 결정하고 중부동으로 이사를 하면서 다시 페인트칠을 한다. “우리 Y회관이 이사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혹시 저랑 ○○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페인트 칠할 때 일손 부족하면 저희 불러주세요”라는 울컥하게 만든 청소년YMCA동아리 졸업생의 카톡을 시작으로 “회관 정리하는 데 뭐 도울 것 없어요?”라고 전화주시는 이사님들, 올 1월 개원해 YMCA 가족으로 결합한 웅상시니어클럽 직원들의 자원봉사 손길과 온라인수업 마치고 학원 가기 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이사를 돕기 위해 달려온 청소년YMCA 회원들까지 손을 보태니 이번에는 페인트칠이 후다닥 된다.

코로나19 팬더믹이 가지고 온 경기 악화 후폭풍으로 정기후원도 줄고, 후원을 요청하는 것도 어렵고 각종 사업 연기와 취소로 재정 압박이 있는 시기에 이사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했지만 ‘이사’가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선물’ 이고 ‘축복의 시간’이 되고 있다.

다시 페인트칠하며, 회원들의 마음이 모이고 새 부대에 담을 새 포도주를 꿈꾼다. 새로 옮길 공간은 예전에 잠시 운영한 카페 자리라 청소년과 청년카페를 꾸미며 행복한 상상을 한다. 만화책과 보드게임과 커다란 곰 인형과 뒹굴 수 있는 청소년카페, 청년들의 공동밥상, 그리고 대구의 inG캠퍼스라는 청년카페에서 보고 부러워했던 ‘희망의 종’(동네 어른과 청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차와 식사 무료 쿠폰을 붙여놓으면 청년들이 떼어서 사용하는 공간)도 만들고 청소년YMCA 제과ㆍ제빵사들이 만든 맛있는 빵이 있는 진열대, 경제와 환경동아리들이 직접 만든 YMCA 굿즈를 판매하는 YMCA 구멍가게 그리고 이것을 확장한 마을과 청년기업의 모의 작당이 이뤄지는 새 꿈을 꾸는 시간이다.

한 줄로 줄입니다. “양산YMCA 이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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