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용당동 탑골 저수지 앞, 하아무개 씨가 쏘가리 수십마리를 저수지에 방류했다. 이날 환경운동가를 비롯해 지역 주민도 참석해 하 씨의 방류 활동을 응원했다.
하 씨의 쏘가리 방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년간 수차례에 걸쳐 시명골에 쏘가리 300여마리를 방류해 왔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양산시에서 안 하니 나라도 해야지’라는 심정으로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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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스 퇴치를 위해 주민들이 직접 시명골과 탑골 저수지에서 천적인 쏘가리 방류 활동을 펼치고 있다. |
ⓒ 양산시민신문 |
평소 낚시에 관심이 많은 하 씨는 지역 하천이 외래어종인 배스에 잠식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2년 전 양산시에 배스 퇴치 민원을 제기했다. 배스는 다른 물고기 새끼는 물론 올챙이나 민물 새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을 정도로 잡식성이며 번식력이 강해, 수중 생태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시 양산시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나마 이듬해에 진행한 방류 사업조차도 배스 먹잇감에 불과한 빙어 치어(새끼)를 방류하는 데 그쳐 크게 실망했다.
하 씨는 “배스는 먹잇감이 없으면 같은 배스를 잡아먹을 정도로 포식성이 매우 강하다”며 “이미 배스가 득실거리는 하천에 빙어 치어를 방류하는 것은, 배스에게 맛있는 먹이를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참다못한 하 씨는 멀리 충주에서 쏘가리를 직접 구매해 저수지에 풀기 시작했다. 최소 18cm에서 43cm 크기의 쏘가리로, 배스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성어를 골라 방류했다. 2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20~30마리씩 방류하다 보니 어느새 300여마리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는 시명골에 이어 탑골 저수지에서 쏘가리 방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이 웅상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하 씨의 활동을 지지하는 주민이 하나둘 모여 힘을 보태기도 했다. 특히, 지역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최광우 씨가 본격 합류해 하 씨의 쏘가리 방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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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씨는 포식성이 강한 배스 퇴치를 위해서는 먹잇감에 불과한 치어가 아닌 천적이면서 최소 18cm 이상 되는 쏘가리 성어를 방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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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탑골 저수지 관리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쏘가리 방류를 금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쏘가리 방류가 오히려 수중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고, 낚시행위를 금지하는 저수지에 낚시꾼들이 몰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 씨는 “이미 배스에 잠식당한 지역 하천이 쏘가리 탓에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논리에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만약, 지역 하천을 살리기 위해 주민이 직접 쏘가리를 방류하는 활동이 불법이라면 정식으로 고소하라는 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 씨 역시 “시명골과 탑골 저수지는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식수원이 아니기에 환경부가 지정한 낚시행위 금지구역은 아니다”며 “다만, 지자체 판단에 따라 금지하고 있는데, 치어 방류 효과를 얻기 위해서 배스 낚시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진부 양산시의원(민주, 서창ㆍ소주)은 “지역 하천 살리기에 주민들까지 자발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규제나 예산을 핑계로 행정이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양산시가 2001년부터 20년째 계속 지속하고 있는 치어 방류 사업의 효과 검증과 더불어 하천 준설, 저수지 물갈이 등 수중 생태계 복원 방안을 다방면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