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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애田> 그 두 번째,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insider & outsider)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10/07 09:47 수정 2020.10.07 09:47

↑↑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 양산시민신문
양산이라는 삶의 장소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문제의식을 느끼며 발전에 대한 나름의 대안 제시를 위해 근본 문제를 ‘사람’으로 상정(想定)해 이야기해보는 두 번째 시간.

❚ 성장과 한계

양산에서 나고 자란 내가 간직한 1980년대 유년시절 추억을 몇 가지 떠올려 본다.

#1 지금은 절대농지가 풀린 마을 앞 들녘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할아버지 곁에서 형과 함께 고속도로를 쌩쌩 달려가는 차들을 보며 뒤질세라 “저건 내 차”라며 외치던 시골아이의 순진한 모습. 크면 무조건 좋은 차인 줄 알았던 그 아이가 지목하는 차는 버스와 화물트럭이다.

#2 밭ㆍ논농사며 소, 돼지, 닭 등 축산업의 고된 피곤함에 가족들이 앉아 밥숟가락 들 무렵이면 인근 공장에서 계란 사러 오기에 편히 식사를 못 하시던 엄마 모습, 여름 저녁이면 마트가 없던 그 시절 수박, 참외, 토마토를 한가득 담아두던 대야들이 늘어선 우리 집 마당에 인근 공장의 기숙사생들이 삼삼오오 손전등 들고 과일 사러 오던 모습. 양산에 주소를 둔 그 공장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롯데제과, 고려제강, 태창, 금성알프스(현 LG이노텍), 칠성음료(현 롯데칠성음료), 성광전자(현 쿠쿠전자)….

그렇다. 이 두 이야기에서만 보더라도 양산의 성장은 1960~70년대 고속도로 건설을 통한 물류와 사람 이동의 용이함, 1970~80년대 지방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공업의 진전과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인구의 유입, 나아가서 소비 중심 서비스산업이 도시산업의 주종을 이루며 급성장해 왔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산업단지와 신도시 건설을 통한 인구 유입으로 도시의 성장이 진전돼 왔지만,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을 얘기해보건대, 양산은 가진 것이 많아서 갖지 못한 것이 많다고 늘 느끼고 있다. 궁함이 적어 궁함을 못 느낀다고도 달리 말할 수 있겠다.

발전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양산은 전형적인 농촌이었고, 그나마도 지형 대부분이 산지로 이뤄져 있어 농지가 부족해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양산이, 양산사람들이 산업 발달로 인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굳이 객지를 전전하지 않아도 타 도시에 비해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지역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많지 않음도 가진 것이 많았기에 개척정신이 빈약했던 건 아닐까? 앞서 열거했던 회사들의 경영주는 양산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양산사람들은 외지인 고용주 회사에서 고용인으로서 삶을 살아왔다고 표현하면 너무 자기 학대일까?

양산으로 이주해온 사람들도 갖춰져 가는 도시에 몸만 옮겨왔다. 대부분 사람은 저마다 살아왔던 도시의 추억을 간직한 채 양산으로 이주했기에 양산에 대한 추억이 적으며, 삶의 터전에 대한 고민은 누락된 채 앞을 보고 왔다. 그들 스스로가 이방인으로 인식하는 것 역시 공감할 이야기가 적은 양산이 가진 한계라고 생각한다. 이방인으로 느꼈다면 아마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배타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연문화, 역사문화를 이야기함에서도 양산은 가진 것이 많아서 문제였다. 동쪽의 천성산, 서쪽의 영축산 아래로 울창한 숲은 부산, 울산 도심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불러들이고, 맑은 계곡물은 낙동강과 양산천을 끼고 양산의 젖줄이자 부산 수영강, 울산 회야강의 발원을 이루고 있다.

국가와 도 지정 문화재가 경남에서 가장 많은 양산이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통도사는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것으로만 양산문화를 이야기할 것인가? 언제까지 물려받은 유산으로만 도시 정체성을 이야기할 것인가 말이다. 특히, 통도사는 그 자체로는 중요하지만, 양산시민과 유기적 공동체 의식과 활동이 적기 때문에 양산문화의 정수(精髓)라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1971년 지정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천성산을 축으로 상ㆍ하북면과 웅상지역 평산동은 물론 금정산과 맞닿는 동면 일대까지 뻗어 자연의 보루로 남아 있는 반면, 공업화로 인해 산지개발의 압박이 점점 거세져 그 외 지역은 무자비하게 파헤쳐지며 산업단지와 골프장 등의 개발 뒤로 환경이 밀려나 경남지역 미세먼지 오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양산의 현주소다.

❚ 변화와 지속

얼마 전, 보름달이 뜨는 추석이었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세상에는 변화가 늘 존재하고, 사람은 그 변화 속에서 과거를 거울삼아 현명한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우리 삶도, 사회도 여러 가지로 궁함(어려움)이 많은 시절이다. 때문에 더 많은 고민 속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변화는 적어도 안정과 안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취해야 할 순리이다.

‘窮則變(궁즉변), 變則通(변즉통), 通則久(통즉구)’,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는 <주역>의 핵심 철학이다. 여러 가지로 궁한 시절이다. 변해야 할 것이다.

양산 인구 30만 시대를 자축하던 5년 전 내용을 다시 들여다본다. 경제정책에 역점을 둔 지속성장 발판 마련, 교육발전 투자 강화, 문화체육 인프라 확충, 관광상품 개발, 안전시책 최우선 등 장밋빛 청사진이 수두룩하다.

정말 냉철하게 지역을 진단해보면 과연 그대로 진행됐을까? 아무리 비전을 세우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멋지게 제시해도 지역의 문제 파악과 해결을 위한 매력적인 묘안이 없으면 성장이 없을 것이다. 매력적인 지역 정책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미국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공통가치의 창조’(Creating shared value)를 빌어 ‘더 좋은 양산’을 위한 나름의 이야기를 엮어본다.

‘토박이(원주민) vs 외부인(유입인구)’이라는 이분법적인 대결 구도가 아니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 내부와 외부의 개념으로 ‘인사이더(insider) & 아웃사이더(outsider)’ 의 공통가치 이야기를 해본다.

사회학에서 아웃사이더는 내(內)집단에 대한 외(外)집단 정도의 개념인데, 전통사회에서는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면 여기서 아웃사이더는 외부에서 왔지만, 아직 내부에 동화되지 못한 사람 정도로 설정을 해 둔다. 최근 노마드(nomade, 유목민) 시대의 아웃사이더는 떠돌다가 정착한 지역에 동화는 됐으나 아직 주류 집단에 끼지 못하고 비주류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딱 나 자신을 두고 이르는 말인 것 같다. 원래는 대대로 양산토박이(인사이더)인데 객지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다가 고향 돌아와서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현재 내 모습처럼 말이다.

얼마 전, 경기연구원의 ‘경기도의 지역 정체성 강화 해법’ 보고서를 보면 도민 65.6%가 경기도를 서울 변두리로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명 가운데 1명만 토박이로 도민 스스로가 서울 근교로 인식하는 정체성 빈약의 문제점을 보였다.

그렇다면 우리 양산은 부산과 울산의 거점, 베드타운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스스로가 이방인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공감할 이야기가 적다는 것은 양산이 가진 한계(빈약한 도시 정체성)”라고 앞서 기술한 데 이어 철옹성 쌓기의 내부를 타파하지 못하는 게 우리 양산의 한계점이라고 덧붙여 이야기하고 싶다.

모르긴 해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아웃사이더들이 뭉친다면 인사이더들이 자기 기득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다. 실제, 양산 인구의 전ㆍ출입 상황을 보면 앞서 경기도보다 더한 5명 가운데 1명 정도가 토박이겠는데 외부에서 온 4명이 내부의 1명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 내부와 외부를 엮는 ‘공통가치의 창조’는 어떻게 이뤄질까? 외부인은 그 지역에서 태어나 지켜온 사람들의 고유성은 존중하되 타협을 해야 할 것이며, 토박이는 지역에만 안주하고 살아온 한계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폐쇄성을 떨치고 받아들이자. 나아가 과거는 현재의 원인이고, 현재는 과거의 결과인 만큼 기성세대에 대한 가치도 다시 살피며 그들이 이뤄놓은 치적들을 컬처링화하려는 젊은 세대의 노력도 필요하다. 다만, 과거를 살펴본다는 것은 과거가 지닌 원류이지 그 방법이 아니기에 시대 흐름에 맞는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시민을 위한 도시스토리텔링’의 저자 김태훈 작가는 도시스토리텔링을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발견, 창조하고 이를 도시 구성원을 결속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보급, 확산, 내면화하는 일체의 활동”이라 정의한다.

그동안 우리 양산뿐 아니라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해야 할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 고유 정체성을 담아내는 참신함이 빠진 획일화와 현재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진 채 먼 과거의 사람들에게서 찾으려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외부 할 것 없이 보통 시민이 이야기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그래서 사는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며 알아가고,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가, 말하자면 스토리두잉(story-doing) 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때마침 지난 9월에 양산시의회에서 <양산학 연구 및 진흥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하다고 생각했던 지역학 연구 근거가 우리 양산에도 마련됐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공통가치’를 찾아 다양한 ‘스토리두잉’으로 지역과 사람을 알아가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인문학 강연이나 지역에 대한 애정을 구호로만 외치는 일은 그만두고 충분한 콘텐츠 축적을 위해서 지역 톺아보기가 필요하다. 또, 학술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민을 주제로 하는 생활사, 문화사 등 폭넓게 이해하려는 활동도 필요할 것이다.

멀리 숲도 바라보고, 가까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도 세심히 들여다보는 것과 같을 것인데 이러한 과정에 그래도 책임감의 비중을 더 둔다면 양산에서 대대로 뿌리내리고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들이 외부로부터 유입돼온 사람들을 함께 아우르고 그들에게도 하나의 중심을 만들어줄 수 있는 포용과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 자세일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균형과 안전’(balance&comfort)을 통해 지역의 사람 이야기를 이어나가겠다.


* 로컬애田: 지역의 올바른 문화발전을 위한 ‘문화교육연구소田’의 공부 모임
<로(local)컬(culture)애(愛,education)田> ‘지역의 문화와 교육을 사랑하는 밭’의 의미를 담고 정기적 모임을 통해 지역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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