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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 동네 법률 주치의] 상해죄와 폭행죄..
오피니언

[우리 동네 법률 주치의] 상해죄와 폭행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10/27 09:49 수정 2020.10.27 09:49

 
↑↑ 이상웅
아는사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양산시민신문  
중학교 3학년생 딸을 둔 엄마가 있습니다. 얼마 전 딸아이는 고등학교 자퇴생인 선배들에게 붙들려 몇 차례 무릎을 차였고, 별일 아니라는 딸아이를 부둥켜안고 달랜 끝에 결국 상해진단서를 끊어 경찰서에 고소까지 마쳤습니다. 그로부터 몇 주 지나, 담당 경찰관은 “비록 예상 치료 기간(전치) 2주가 나오긴 했지만 ‘슬관절(무릎) 부위 찰과상 및 타박상’ 진단에다 실제로도 조금 까진 정도이고, 또 병원에도 하루만 가고 이후엔 집에서 머큐롬(빨간약)을 바르기만 했는데 상해까진 무리”라며 ‘폭행’ 정도이니 합의를 보는 게 낫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지금도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몸을 부르르 떨며 얼어붙기만 합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여기서 멈춰야만 할까요?

폭행과 상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법에 정해진 형벌의 상한은 물론이고(폭행죄 2년 이하, 상해죄 7년 이하), 집행유예 가부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특히, 상해의 경우에는 합의해도 기존 형사 절차는 계속돼 형벌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피해자와 합의는 형벌을 정할 때 유리하게 참작될 뿐입니다)

오늘은 이런 폭행과 상해를 가르는 기준 즉, ‘상해(상처) 정도’가 어떠해야 폭행을 넘어 상해죄가 성립될 수 있는지 몇몇 사례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 상해죄가 되는 상처는 어느 정도여야 하나요?

상해죄에서 문제 되는 상해(상처)란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해석하자면, 건강상 기능에 장애가 없더라도 신체 외관을 훼손한 경우(머리카락, 손ㆍ발톱을 깎는 행위 등) 또는 신체 외관을 훼손하지 않았어도 수면장애, 식욕감퇴 등 건강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킨 경우 모두 상해에 해당합니다.

다만, 판례는 ‘극히 경미한 상해’란 잣대를 들여와 이들 상해의 개념을 좁혀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경우가 극히 경미한 상해에 해당하는 걸까요?

❚ 상해죄 성립이 부정된 사례들

① 피해자에게 약 1주간 치료를 요하는 팔 부분 ‘동전 크기의 멍’을 들게 했다면, 그 상해는 치료도 필요 없는 가벼운 상처이므로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극히 경미한 상처다.(대법원 96도2673 판결)

② 피해자 목과 가슴 부분에 타박상 등이 발생했는데, 상처의 내용은 동전 크기의 멍이 들어 있는 정도로서 굳이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이므로 상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94도1311 판결)

③ 피해자 손바닥에 2㎝ 정도 긁힌 상처를 입힌 경우.(대법원 87도1880 판결)

④ 피해자 머리카락에서 ‘모근 부분’은 남기고 모간 부분만을 일부 잘라낸 경우.(대법원 99도3099 판결 유사)

⑤ 피해자에게 약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염좌상을 입혔더라도, 당시 요부(허리 부분)에 경미한 찰과상 외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어 진통제만 투약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이후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하지 않은 경우.(대법원 2002도6182 판결)

이제 처음 사례를 다시 살펴보면, 담당 경찰관의 대수롭지 않다는 이야기에도 나름 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해죄 성립 관건은 남아 있습니다. 크나큰 마음의 상처(트라우마)를 입은 딸아이에게는 향후 치료 특히, 정신과적 치료가 필수적이고, 이에 관한 소견서 등 의무기록을 제출함으로써 그 상처가 ‘극히 경미한 상해’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고 분명히 강조할 수가 있습니다. 누구의 권위에도 쉽게 타협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엄마의 노력을 딸아이는 곁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디 정의로운 결과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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