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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안전의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글의 법칙..
오피니언

안전의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글의 법칙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11/17 09:15 수정 2020.11.18 09:15

 
↑↑ 김동권
양산소방서장
ⓒ 양산시민신문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오지(奧地)가 어디냐고 물으면 대부분 사막이나 정글 같은 아주 덥거나, 남극이나 북극 같은 아주 추운 곳을 대답한다. ‘오지’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깊은 곳에 있는 땅’, 즉 도시지역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지역을 일컫는다.

하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오지의 대부분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을 통해 진정한 오지는 어떤 곳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오지에 사는 많은 사람은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 결핍, 어려움 등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도시에서 사는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익숙한 우리에게 오지일 뿐 그들에게는 행복을 꿈꾸는 삶의 터전일 것이다.

어쩌면 그 오지에 사는 그들에게 문명화된 이 도시가 하루도 살기 힘든 오지일 수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오지라는 말도 상대적인 측면이 있고 내가 그곳에서 생명과 안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곳이 나만의 오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민 안전을 담당하는 소방관서에서는 우리 사회에 안전과 관련한 오지는 어떤 곳이며 어떤 상황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안전과 관련한 오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전의 오지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부주의와 무지’에서 비롯한다. 흔히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로 축약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면 2019년 한해 교통사고 22만건으로 3천명 이상이 사망하고, 4만건 이상의 화재로 284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또한, 화재는 8천억원 상당의 직접적인 재산피해를 동반했고, 영업손실 등 간접 피해까지 추산한다면 그 규모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화재 원인의 50%는 부주의로 나타나고 있어 말 그대로 ‘안전의 오지’인 셈이다.

소방기관에서는 화재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은 시기인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어 벌써 걱정이 앞선다.

화재사망자는 주거용 건물에서 159명, 비주거용 건물에서 57명으로 나타나, 주거시설에서 사망자가 3배 정도 높다는 통계를 볼 때 코로나19 영향 때문에 ‘문밖은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가장 편안한 곳이 오히려 화재 안전의 오지가 되는 셈이다.

다가오는 겨울철 전기장판 등 실내용 난방기구, 화목보일러 사용 증가에 따른 화재 발생 우려가 큰 만큼 전선의 피복 상태, 과열 여부 점검과 문어발식 전기 콘센트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열기구 사용 때 주변에 인화성 물질은 두지 않도록 하고, 구입 때 KS 인증마크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화목보일러를 사용할 때는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해 불티에 의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노련함은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 익숙하고 능란하다’는 사전적 의미처럼 주어진 상황과 도구를 잘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인데 반해 익숙함은 ‘서투르지 않고 능숙하다’는 의미만 있다.

안전의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법칙은 익숙함이 아닌 노련함이다. 단순한 익숙함은 쉽게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지킨 크고 작은 안전수칙이 나를 지켜주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안전의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법칙이다. 다가오는 겨울철에도 안전의 오지를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한 크고 작은 안전수칙을 지키는 노력을 나부터 시작함으로써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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