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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멍 때림의 마음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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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멍 때림의 마음치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2/02 10:55 수정 2021.02.02 10:55

↑↑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 양산시민신문

최근 많이 쓰이는 신조어 가운데 ‘불멍’이라는 단어가 있다. “장작불을 멍하니 본다”, “불을 보며 멍 때린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캠핑이나 벽난로에 불을 피워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걸 의미 한다. 이 ‘불멍’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도 다양한 불멍을 즐길 수 있는 모닥불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독자라면 높은 산에 올라가서 아래를 바라볼 때 머릿속 잡다한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을 조망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동해 바다와 같이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멍하니 모든 시름을 놓은 적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주변시야(Peripheral Vision)’ 현상이라고 한다. 주변시야는 중앙시야(Foveal Vision, Central Vision)의 반대로, 머리와 눈은 정면을 향하되 좌우의 사물들이 한눈에 보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확보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주변시야 현상을 갖추게 될 때 명상에 들어갈 수 있는 편안한 이완상태를 이끌게 된다. 이를 트랜스(trance) 상태라고도 이르는데 삼매에 들어갔을 때 주변의 모든 심리적 요인을 잊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높은 산이나 수평선에 섰을 때, 명상센터나 법당의 넓게 벌어진 통유리 창에서 자연을 바라볼 때, 또는 ‘불멍’하고 있을 때 주변시야 상태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고, 이때 편안하고 이완된 심신의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를 활용해서 하와이 원주민들은 ‘하칼라우’라는 심리치료 기법을 오랜 세월 동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멍 때림의 마음치유적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가 있다. 2001년 미국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의 마커스 레이클(Marcus Raichile) 교수팀이 발견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이하 DMN ; Default Mode Network)’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의학자들이나 과학자들 역시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때, 뇌의 활동도 감소해 휴식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fMRI)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의 뇌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분별, 주착의 작용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DMN 상태이며, 이러한 상황에 들어설 때 뇌는 적극적인 휴식상태가 된다. 그리고 이는 멍하게 내려놓는 상태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며 뇌를 리셋시켜 심리적인 안정을 만들어낸다.

분별과 주착이 있을 때 가슴을 펴고 하늘을 보거나 높은 산에 올라보라. 또는 불멍 동영상이라도 보면서 우리의 뇌를 DMN 상태로 들어가게 해보라. 이것이 곧 명상이며 마음이 치유되는 선물과 같은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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