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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미얀마의 평화시위를 응원한다..
오피니언

[빛과 소금] 미얀마의 평화시위를 응원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2/17 20:02 수정 2021.02.17 20:02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최근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얀마는 과거에 버마로 불렸고, 역사가 상당히 깊은 나라이다. 영국과 전쟁에서 패망하기 전까지 버마는 천여년 동안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왕조국가였다. 안타깝게도 영국과 전쟁에서 패망해 오랜 세월 영국 식민지가 됐지만,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민족지도자들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이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아웅산 장군이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30인과 함께 일본의 도움으로 군사훈련을 받으며, 버마에서 영국군을 몰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일본이 자신들을 이용해 ‘버마 자유주’라는 괴뢰정권을 세우자 이에 강력 저항해 일본도 마침내 몰아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승전국인 영국이 다시 버마를 식민지로 삼으려 하자 아웅산은 런던으로 가 담판을 벌이며 독립운동을 이어갔고, 1948년 1월 버마는 마침내 독립을 쟁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웅산이 정적에 의해 피살되는 비극이 벌어졌고, 버마는 점진적 방식의 사회주의 실현을 추구하는 우누 정부와 급진적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공산주의 세력 그리고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소수 종족 간 내전 상태로 치달았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우누 정권이 선거에서 승리해 버마는 의회민주주의가 자리는 잡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군부를 이끌던 네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버마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정권을 잡았다. 버마는 이때부터 끝을 알 수 없는 군사독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군부독재가 이뤄진 나라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강력한 군대에 의해 사회는 빠르게 안정을 찾지만, 겉만 그렇게 보일 뿐 속으로 곪아가는 것이다. 군인들이 통치하니 사회는 폐쇄적인 통제사회가 되고, 경제가 곤두박질치며, 문화와 모든 것이 뒤처지게 된다. 1987년 버마의 군사정부는 UN에 외채 조정을 포함해 최우선 원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빈국으로 분류해 줄 것을 요청했고, 유엔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버마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1988년 8월 8일 이른바 ‘8888민중항쟁’이 폭발했다. 이로 인해 버마는 다당제 총선이 치러졌고, 민족독립을 이끈 지도자 아웅산 장군의 딸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전국민주동맹이 전체 485개 의석 가운데 392석을 획득할 정도로 압승을 거뒀다. 이로 네윈 장군의 버마식 사회주의 체제는 끝이 났지만, 새로운 군부가 집권했다. 네윈이 물러난 자리를 탄슈웨가 이어받았고, 아웅산 수지를 다시 가택 연금시킨 그는 1988년부터 2011년까지 군부독재를 이어가며, 국호도 미얀마로 바꿨다.

하지만 아웅산 수지를 중심으로 한 버마의 민주화 투쟁은 계속됐고, 마침내 2015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국민민주동맹(NDL)이 승리하면서 53년간 이어졌던 군부 지배는 끝냈다. 이렇게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국민민주동맹은 지난해 11월 8일 치른 총선에서 83%를 득표해 하원 의석 440석 가운데 315석, 상원에선 224석 중 161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그러자 군은 선거 직후부터 유권자 수 3천700만명을 기재한 유권자 명부가 실제와 860만명이 차이가 난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다 급기야 최근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자 다시 국민이 나섰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 수도 네피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평화시위가 이어졌다. 군정은 시위대를 대거 체포하고 연이틀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 대응했으며, 현지 언론 미얀마 나우는 물대포를 맞은 시위대 일부가 다쳤다고 전했다. 군부는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접근을 차단했지만, 시위대는 전화와 입소문 등을 통해 시위 장소를 전파하고 세를 규합하며 저항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저항이 거세지자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했고, 이로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현지 언론은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미얀마 시위현장은 촛불혁명을 이뤘던 우리 시위와 참 많이 닮아있다. 한국인 중에 직접 시위현장을 찾은 이들도 있는데 그들은 “미얀마 양곤의 시위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자유롭고, 평화롭고, 질서 있는 인상 깊은 시위현장이었습니다. 쓰레기도 잘 모아 스스로 직접 치우기도 하고, 물과 간식도 나눠 주고, 사설 의사와 구급요원들이 자원봉사로 대기 하고 있는 등 상당히 수준 높은 시위현장에 다녀온 거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라고 현장 사진과 함께 시위 분위기를 전하며, 미얀마 평화시위를 응원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 쿠데타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를 원하는 뜨거운 열망, 또 이를 지켜내기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은 군부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군부독재의 아픈 시절을 이겨내고 지금의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기에 미얀마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딱히 도와줄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응원이라도 해주고 싶다. “당신들은 승리할 것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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