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무엇이 치욕스러운가?
오피니언

무엇이 치욕스러운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1/03/22 17:43 수정 2021.03.22 17:43

↑↑ 허문화
양산문인협회 편집국장
우리동네작은도서관장
ⓒ 양산시민신문
양산 예술인들이 수십년간 해오던 예술 활동 예산을 몇몇 시의원들이 전액 삭감했다. 코로나로 가장 힘든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양산시의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것은 양산의 수많은 예술인에게 예술을 포기하라는 선전포고를 한 것과 마찬가지다. 가장 자유로운 사고로 판단하는 예술인들 간 문제를 예술인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켜봐야 함에도 일부 정치인들이 예산 삭감이라는 카드로 정치 쟁점화시킨 황당한 사례다. 또한, 이것은 오랜 세월 지역에서 풀뿌리 예술을 해오며 정치적 개입을 거부한 양산 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이다.

며칠 전, 양산시의회 제180회 임시회가 열렸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코로나19로 미뤘거나 작년에 당초 본예산에 들어가지 못한 일부 예산이 추경으로 편성됐고, 시의회 각각의 상임위에서 예산 심의를 했다.

2020년 예산을 편성하는 제165회 정례회, 2021년 예산을 편성하는 제178회 정례회, 2021년 추경을 편성하는 제180회 임시회를 통틀어 가장 논쟁이 뜨거웠던 예산은 양산 예술인 단체의 지부별 예산이었다. 양산에는 문인ㆍ음악ㆍ미술ㆍ연예ㆍ사진ㆍ무용지부가 오랫동안 각각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이 6개 지부는 양산예총이 생기기 전부터 지역에서 뿌리 내려 독자적 예술 활동을 해 오던 단체들이다. 양산예총 집행부가 절차를 무시하고 상위 법령을 지키지 않는 등 문제가 있으니 예총 예산이 삭감된 것이다. 그러나 지부들은 양산예총 집행부와 무관하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일부 의원들이 지부별 전체 예산까지 삭감하는 것은 유래를 찾기 힘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양산의 예술인들은 각 분야의 예술 지부(문협ㆍ미협ㆍ음협ㆍ연예협ㆍ무용협ㆍ사협)라는 지류로 먼저 흐르다가 때에 따라서는 예총이라는 본류로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는 예총과는 별개로 지류로서 지금까지 예술의 맥을 이어온 단체들이다. 그리고 <양산시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에 따라 양산시에서 예산을 받아 예술 활동을 해 왔다. 이 보조금은 예총과 무관한 예산으로 예총 회장의 유고 시나 예총 기능이 작동되지 않을 때도 예산 집행이 됐던 지부의 고유 예산이다.

2019년 양산예총 회장과 집행부가 법과 정관을 위반해 예술단체를 사유화하려고 했으며, 비정상적인 운영과 상식을 벗어난 패거리 예술로 예술의 본질을 자본화, 정치화했다. 이에 양산의 많은 예술인이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거리로 나와 정상화를 외쳤다. 결국, 2020년 7월 한국예총으로부터 양산예총 회장을 비롯해 전 집행부의 모든 임무 수행과 권한이 중지됐고, 2021년 2월 경남예총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됐다. 양산예총 집행부가 문제가 있으니 권한이 중지된 것이고, 양산예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니 경남예총에서 정관에 준해 지휘 감독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양산예총의 상급기관인 경남예총 회장의 직접 관리 감독을 받는 형태로 정상화와 다를 바 없는 극히 정상적인 지휘 체계다.

그런데도 많은 시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양산시의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모 의원은 이러한 상황이 ‘치욕스럽다’라고 했다. 무엇이 치욕스러운 것인가? 누구 입장에서 치욕스러운 것인가? 치욕스러워서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인가? 치욕스러운 것은 법과 정관을 위반해서 한국예총으로부터 권한 정지를 당한 예총 회장과 집행부다. 그들의 행위로 인해 양산 예술인들이 고통스러운 2년을 보냈다.

전국 각지에서는 공연이나 전시, 무대 활동 등을 하는 예술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추경에서라도 예산을 추가 편성하기에 바쁜데 양산시의회 일부 의원들만 예총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부별 고유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벌써 2년째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의원들이 말하는 정상화는 누구의 시각에서 정상화인지는 모르나 비정상인 것은 예총 집행부이지, 지부들은 탄탄하게 자기 지부가 해야 할 일들과 회원 관리를 꾸준히 하며 지역 예술의 자존심을 지키며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인 단체의 정상화와 비정상화의 구분은 상급 예술인 단체가 판단하는 것이지 일부 정치인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부들의 고유사업까지 못 하게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전국 어디를 둘러봐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가뜩이나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소상공인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조금 사업을 <지방보조금 관리조례> 제14조에 준해 적법하게 신청했으며, 이것은 양산시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를 거쳐 면밀히 검토해 올라간 합법적인 예산이다. 예산이 삭감될 어떠한 이유도 없었다.

이렇게 예술인들에게 작은 희망의 사다리가 되는 예산을 양산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계속 맹목적으로 삭감했다는 것은 예술인들의 정상적인 예술 활동을 바라는 것이라기보다 예술인들에게 자본의 힘을 빌려 징벌적, 응보적 처벌을 직접 하겠다는 판관의 행위로 보인다. <양산시 지방보조금 관리조례> 제26조에 의해 법령을 위반하거나 문제가 되는 하등의 이유가 없는 보조금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열망을 꺾는 시대착오적 패착이다.

예술인들은 예술인이기 전에 그 지역의 시민이고, 시민으로 낸 세금을 법과 조례에 맞게 사용하며 시민들과 함께 문화를 향유하고자 할 권리가 있다. 예술인들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단순히 예술인들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돌아갈 문화 향유권까지 박탈하는 반인권적, 반문화적 행위다.

예총 정상화라는 미명 하에 2년씩이나 예산을 전액 삭감해 800여명이 넘는 양산 예술인들의 ‘예술을 할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것은 과연 정상적인 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정말로 예술인들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면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서 더 깊이, 더 명확하게 들여다보고 숙고해야 했다. 민의를 대변하는 일부 의원들에 의해 자행된 예산 삭감이라는 ‘돈 줄 말리기’ 정책은 결국, 정치에 가장 취약한 예술인들에 대한 테러이고, 불편한 검열이다. 선택적 잣대로 예산 삭감이라는 고 강수로 예술인들 길들이기를 하는 문화적 탄압을 이젠 중단해야 한다.

작가 파커 J.파머는 “정치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연민과 정의의 직물을 짜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릴 때,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먼저 고통을 받는다”라고 했다. 결국, 연민과 정의를 망각한 일부 정치인에 의해 힘없고, 그래서 혹여나 예산이 삭감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취약한 예술인들이 고통을 받는 이런 비극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