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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역사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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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역사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1/04/06 10:02 수정 2021.04.06 10:02

 
↑↑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 양산시민신문  
최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대일정책에 큰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강제집행을 통한 현금화보다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일본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할 것’을 우리 대법원이 판결한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관계에 전환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정책 전환이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사람들은 정의감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본능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를 무기화해 우리 주력산업에 타격을 가하려는 일본 정부의 맞대응을 보노라면, 다수 국민이 분노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주력산업에 필수적인 소재ㆍ부품ㆍ장비(이하 소부장)를 일본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이를 단기에 벗어나기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라면, 비록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역사 문제가 더 이상 양 국가 간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정책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물론,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만 태도를 바꿀 경우 일본 정부에 나쁜 신호를 전달할 뿐이라고 우려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계속해서 일본에 대한 반대를 밀고 나가,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리 경제는 해방 이후 수십년간 좋든 싫든 일본경제와 얽히면서 발전해왔다. 따라서 일본기업과 일본 국민에게만 피해를 주는 정밀타격이란 불가능에 가까우며, 정도에 차이만 존재할 뿐 그건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되돌아보면 일본과 갈등이 심화하자 예상치 못한 엉뚱한 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곤 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일본 여행에 크게 의존하던 여행ㆍ항공운수산업이 예상치 못한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그렇지만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관련 종사자들은 피해를 호소할 수도 없었다. 짐작건대 이들 산업 외에도 상당히 많은 기업과 관련 종사자들이 유사한 상황에 놓여, 냉가슴을 앓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 불편한 사실은 일본에 의존하던 소부장은 국산화하고 싶다고 단기에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산화가 그렇게 간단한 일이었다면 왜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개발할 수 없었겠는가? 이는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물론, 일본이 지배하던 철강ㆍ전기ㆍ전자ㆍ조선ㆍ자동차 등과 같은 산업에서 일본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소부장 역시 조금 고생하면 일본을 따라잡을 것으로 희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위 소부장은 한국 기업이 추격에 성공한 산업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지난 시기 우리가 크게 성공한 주력 산업 분야는 대체로 기술수명이 짧은 분야들이다. 기술수명이 짧은 산업이란 기술 누적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을 말하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먼 과거에 개발한 기술이 그렇게 중요하게 사용되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개발한 기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추격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같은 이유로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직면한 산업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 기업이 처음부터 의도하고 기술수명이 짧은 분야에 선택적으로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정부가 선진 기업을 추격하는 데 유리한 산업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수명이 짧은 분야들을 선택한 것이다. 간혹 이런 결단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별 것 아닌 것처럼 간주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기술수명이 긴 의료ㆍ바이오 등과 같은 산업에 투자해 과거에도 개발도상국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는 남미의 여러 국가를 보면 그 결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말은 기술수명이 짧은 산업에 집중 투자해 선진 기업을 따라잡은 것이 지금까지 성과였다면, 앞으로는 기술수명이 긴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선진 기업을 추격하고, 추격자를 따돌리는 것이 과제였음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소부장을 국산화하기 위해 집중 지원하기로 한 것은 한일 역사갈등이 불러온 뜻하지 않은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장수명 기술은 말 그대로 기술의 누적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추격한 분야와 달리 긴 인내를 요구한다. 이런 이유로 좋든 싫든 우리 주력산업은 상당 기간 일본 소부장 기업과 협력하면서 발전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불편하지만 기술추격에 성공하기까진 와신상담(臥薪嘗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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