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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부활절에는 왜 삶은 달걀을 먹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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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부활절에는 왜 삶은 달걀을 먹을까?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1/04/06 14:48 수정 2021.04.06 02:48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교회를 나갔다. 그렇게 교회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부활절이 됐고, 교회에서는 부활절 선물이라며 달걀을 두 개 흰 봉투에 담아줬다. 봉투를 열어보니 세상에나 난 그렇게 예쁜 달걀을 처음 봤다. 하나는 노란색 하나는 파란색, 달걀을 식용색소에 곱게 물들인 것이었다. 그 후 식용색소가 건강을 해친다는 말이 있어 이렇게 색소에 물들인 달걀은 받아보질 못했고, 대신 껍데기에 글이나 그림 그리고 색칠을 한 달걀을 받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나도 그런 부활절 달걀을 만드는 작업에 동참했고, 올해도 우리 성도들을 위해 부활절 달걀을 정성 들여 삶고 포장해 선물로 드렸다.

부활절에 달걀을 선물로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차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부활을 상징한다면 부화할 수 있는 생달걀을 줘야지, 왜 삶은 달걀을 주는 것일까? 별생각 없이 그냥 맛있게 먹을 때는 몰랐는데 의문을 가져보니 이거 참 이상하다. 부활절에 삶은 달걀을 나누는 풍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네 가지의 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그러리라 추정하는 가설일 뿐, 아쉽게도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첫 번째 설은 예수께서 자신이 처형당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라는 처형장으로 끌려갈 때 너무 힘들어서 쓰러져버렸다. 그러자 로마 군병들은 구경 나온 구경꾼 중 한 사람에게 강제로 그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게 했다. 그가 구레네 사람 시몬인데 그는 달걀 장수였다. 그 후 집에 돌아왔더니 그의 집에 있던 달걀이 모두 무지개색으로 변해있더라는 것이다. 이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이 부활절의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활절 전 40일 동안을 기독교에서는 사순절이라고 한다. 이 기간은 금욕하며 경건하게 보내는데, 특히 수도원에서는 빵과 마른 채소만 먹고, 짐승 고기뿐만 아니라 물고기나 달걀까지도 먹지 않았다. 그러다 부활절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 처음으로 오믈렛이나 반숙한 달걀을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달걀이 매우 귀해 서민들은 부활절 아침 식사 때에야 비로소 달걀 요리를 먹었던 것이 풍습이 된 것이라 한다.

세 번째는 십자군 전쟁을 겪은 한 가족의 일화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로잔리느라는 부인은 남편이 십자군 전쟁에 참전하자 못된 사람들에게 집을 빼앗겨 먼 산골 마을에 피해 살게 됐다. 다행히 그 마을 사람들은 딱한 처지에 놓인 그들을 친절하게 대해줬고, 부인은 보답으로 매년 부활절이 되면 달걀을 예쁘게 꾸며 선물로 줬다. 한 해는 그 달걀에 부인의 집안 가훈인 ‘하나님의 사랑을 믿자’라는 문구를 적어 마을 사람들뿐 아니라 병든 어머니를 찾아간다는 어린 소년에게도 줬다. 어머니를 찾아 길을 가던 소년은 우연히 길에서 굶주림에 쓰러져 있는 군인을 만났고, 부인에게 받았던 달걀을 그 병사에게 줬다. 그 군인은 자기 집안 가훈이 달걀에 쓰여 있는 것을 보고는 소년에게 물어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유래가 돼 오늘날에도 부활절이면 부활 메시지가 담긴 색 달걀을 나누게 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교도의 풍습이 기독교화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활절의 영어식 표현인 이스터(Easter)가 봄의 여신인 에오스트레(Eostre)에서 온 것이며, 유럽지역에서 달걀을 주며 이 여신을 기리던 풍습이 기독교와 만나 오늘날까지 굳어졌다는 것이다. ‘부활절 토끼’도 이 여신과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부활절 달걀을 부정적으로 보고 금해야 할 풍습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원은 이렇게 다양한 설이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부활절에 달걀을 나누는 풍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것이며, 지금도 부활절이면 의례 해야 하는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신학자들은 이 삶은 달걀에 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달걀껍데기는 단단하다. 이것은 무덤을 상징한다. 달걀을 먹기 위해서는 껍데기를 깨뜨려야 하는데, 이는 무덤을 깨뜨리고 부활한 예수의 행동을 상징한다. 달걀을 깨뜨리라. 예수의 이름으로 죽음을 깨뜨리고 부활의 생명을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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