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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헌법 제1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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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9조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1/04/06 11:24 수정 2021.04.08 11:24
빨갱이게는 양심의 자유가 없다

 
↑↑ 서용태
인문연구공동체 로두스 대표
육군3사관학교 인문학처 강사
ⓒ 양산시민신문  
얼마 전 비슷한 시기에 접한 2개의 뉴스를 보다가 든 생각을 옮긴다. 하나는 3월 23일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제46차 정기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됐고, 한국 정부도 결의안 채택에 찬성했다는 기사였다. 다른 하나는 내란죄로 수감 중인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가 누나의 장례에 참여하기 위한 2박 3일간의 귀휴를 마치고 3월 22일 다시 교도소에 복귀했다는 기사였다. 기사를 보다가 가만히 세어보니 이석기가 감옥에 간지도 어언 8년이나 됐다. 요즘 재판을 보면 사람을 죽여도 아주 흉악범이 아니라면 3~5년 정도 형을 살고 감옥에서 나오던데 그는 어째서 여태 감옥에 있는 것인가?

2013년 8월 국가정보원은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 주도의 이른바 지하혁명조직(RO, Revolutionary Organization)이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남한좌익혁명을 도모하고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모임(회합)에서 내란을 음모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한국의 민주화가 달성되고, 동서독 통일과 소련ㆍ동구권 공산체제가 붕괴되고도 무려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것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소식에 온 국민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은 즉시 이석기와 관련자들을 형법상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ㆍ기소했다.

많은 사람이 ‘이석기 사건’ 하면 제일 먼저 ‘빨갱이’를 떠올린다. 그가 빨갱이인가? 그렇다면 빨갱이는 무엇인가? 아마도 ‘불온한 생각을 가진 자’를 뜻하리라. 그렇다면 불온한 생각을 가지는 것은 범죄인가? 우리 헌법은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해석에 의하면 양심은 세계관ㆍ인생관ㆍ주의ㆍ신조 등은 물론 널리 개인의 인격 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ㆍ윤리적 판단까지도 아우른다. 이 헌법 규정은 개인의 고유한 양심세계를 보장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국가의 독점적 결정권을 배제함으로써 다양한 가치관이 존중되도록 하며, 합법을 가장한 위법적인 통치권력의 출현을 방지하는 기능 등을 수행한다. 그래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자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가 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석기가 불온한 사상을 가지고 내란을 일으킬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자연법상의 권리로서 그것이 내심의 작용으로 머무는 한 절대적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헌법 교과서는 양심의 자유가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진정한 민주주의의 기능화를 위해 불가결한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며, 따라서 다른 기본권보다 고도로 보장돼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가 절대적 기본권이지만 양심을 표명하고 실현할 자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로 보장되는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다수의 헌법학자는 헌법유보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 판례 또한 “양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원리이긴 하나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2항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제37조 2항의 헌법유보도 그 단서조항에 따라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국가의 존립이나 공공복리 등을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돼야 하며, 제한에 관한 입법은 해악 발생의 확실성과 제한의 절대적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 한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래서 법률유보의 경우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2014년 2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이석기는 내란음모ㆍ내란선동ㆍ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초기에 많은 언론이 이석기가 북한과 연계를 맺고 활동해왔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언론 보도의 출처가 대부분 수사당국이었지만, 수사당국은 북한과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검찰 수사 발표와 공소장에도 북한과 연계됐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검찰은 중형을 구형한 이유 중 하나로 “북한과 연계가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것을 들었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논리인가? 과거 독재정권에서 자행한 공안사건이 이런 식이었다. “저놈은 빨갱이다!!” 재판도 받기 전에 이석기는 이미 북괴를 추종하는 빨갱이로 낙인이 찍혔다.

이석기는 내란죄의 요건을 충족했는가? 그해 8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무죄 판결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른바 지하혁명조직(RO)​에서 나왔다. 검찰 공소장의 거의 절반 정도가 RO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내용의 진실성이 문제 된다며 RO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RO의 유일한 증거는 국정원 협력자 이아무개 씨의 증언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RO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회합 참가자들이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것과 같은 폭동과 내란을 합의하지 않았으며, 내란이나 폭동을 준비하는 사후행위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석기가 내란을 ‘음모’하지는 않았으나 ‘선동’은 했다고 판단하여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어째서 음모는 아니고 선동이기는 한 것일까? 형법상 선동이란 타인에게 자극을 줘 정당한 판단을 잃게 하고 범죄실행을 결의하게 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결의를 촉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석기의 선동으로 인해 회합에 참여한 자들이 내란을 결의하거나 촉구했는가? 내란음모는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내란선동은 폭넓게 인정한 항소심의 판결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내란음모와 내란선동의 구성 요건과 법정형은 동일하다. 따라서 판단 기준도 같아야 한다. 내란선동죄는 내란음모죄에 상응한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그 범죄 성립을 인정해야 하고, 내란음모죄의 구성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는데 별도의 특별한 구성 요건의 충족 없이 곧바로 내란음모죄와 법정형이 동일한 내란선동죄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항소심 판결은 이듬해 1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관 3인은 내란선동에 대해서도 무죄라고 판단했지만, 다수의견은 내란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만으로도 내란선동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이 사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석기와 그 무리가 내란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었는가? 그들의 회합이 과연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실질적 위험성이 있었는가? 이 사건은 대선 이후 국정원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보복성 수사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한 정치적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법관 다수가 정권과 여론에 의해 조장된 이석기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내세워 내란선동죄 구성 요건을 엄격한 증명에 의하지 아니한 채 지나치게 확장하여 해석ㆍ적용한 것은 형사법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무엇보다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게 된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 조봉암에 대한 이승만 정권의 정치보복으로 해산된 진보당 사건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었단 말인가?

근래 정가 최대의 화두는 검찰 개혁이다. 이석기 사건과 같은 무리한 검찰권 행사와 남용이 국민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검찰뿐만 아니라 사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8년 공개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재판거래 문건에 ‘내란음모 사건’이 적혀 있어 이 사건 재판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고, 마침 사법농단에 개입된 법관들의 재판이 진행돼 유죄 판결이 나오고 있다. 독재정권 하에서 인혁당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법살인을 자행했던 법원은 도대체 어떠한 반성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석기가 가졌던 사상과 신념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가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밖으로 표출한 행위에 대하여 비난을 가하는 것과 법적 처벌은 차원을 달리한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2015년 2월 25일 ‘연례인권보고서’를 통해 이석기 사건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대표적인 사건이며 이석기와 관련 수감자들을 양심수로 규정했다. 같은 해 6월 25일에는 미국 국무부도 ‘연례인권보고서’를 통해 이석기 사건이 ‘세계인권선언’과 주요 인권협약을 위반하는 ‘자의적 체포ㆍ구금’ 사례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 등을 필두로 세계 각국에서 이석기 사건의 탄원이 이어지고 있다.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박근혜 국정농단과 양승태 사법농단을 적폐로 규정하고 청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석기 사건은 그 국정농단ㆍ사법농단과도 관련이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과 운동권ㆍ진보개혁세력 출신인 현 집권당의 주요 인사는 20세기 구시대의 낡은 유물인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대한 관심을 꺼버린 듯하다.

다른 생각을 했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양심에 따른 신념을 지켰다는 이유로 수많은 ‘양심수’를 감옥에 가둬두고 그들의 인권을 제약하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에 대한 인권결의안에 찬성 표결을 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와 북한의 인권실태를 동일한 수준이라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제라도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이석기의 석방과 사면이라는 촛불정부의 전향적 조처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언제쯤이면 ‘양심수’가, 그 말 자체가 사라질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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