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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눈을 뜰 것인가, 감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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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눈을 뜰 것인가, 감을 것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1/04/20 14:57 수정 2021.04.20 02:57

↑↑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 양산시민신문

명상하는 중에 눈을 뜰 것인가, 감을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명상의 전통에 따라서 눈을 뜰 것을 강조하는 방식도 있고 눈을 감고 할 것을 강조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각각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적절한 방식을 취하면 됩니다. 명상 초심자의 경우 눈을 뜨고 명상하게 된다면 외부 사물들에 시선이 꽂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 내면까지 산란하게 됩니다. 이럴 땐 우선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인간이 오감(五感: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해 외부 자극을 인지할 때 시각을 중심으로 감각을 처리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시각이 77%, 청각이 13%, 후각이 7%, 나머지 3%는 촉각과 미각이 나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눈을 감고 명상하면 외부로부터 오는 시각적 자극을 차단하게 돼 마음이 안정되기 쉽고 대상에 방해받지 않으며 생체 에너지를 절약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눈을 감는 명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심리적 안정감이 깊어지게 돼 챙기는 힘이 느슨하게 됩니다. 이때 졸음이 일어나 집중이나 통찰에 방해를 받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졸음 때문에 명상이 방해받게 되거나, 또는 명상을 통해 마음의 집중력이 어느 정도 증가된 이후에는 외부 사물이 완전히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반 정도만 뜬 상태(반개: 半開)를 유지하기를 권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의식과 기운이 호흡이나 단전에 집중돼 시선은 외부로 향해 있어도 대상을 바라보는 것에 마음이 뺏기지 않아(시지불견: 視之不見) 내면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눈을 감는 익숙함과 편안함에 대한 집착을 놓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명상을 익히면 눈을 뜨고 명상할 것을 권합니다.

명상 중에 눈을 절반 정도만 뜰 수 있고, 숙련되면 완전히 눈을 뜰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눈을 번쩍 뜨고 있어도 의식이 내면에 수렴(收斂)돼 어떤 대상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명상이나 선을 통해 완전한 몰입인 삼매(三昧)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시ㆍ공간에 대한 감각 자체를 잊어버리고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림이 성성(惺惺)하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또한, 마음이란 대상은 ‘자기 내면’이라는 특정한 개념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안과 밖이라는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눈의 처리는 중요합니다. 아울러 명상 중 실내의 불을 완전히 끄면 마음에 공간이 투사돼 갖가지 산란한 대상이 비칠 수도 있습니다.(일예재안 공화난추: 一翳在眼 空花亂墜)

초기교단 당시 “좌선하다 졸음이 올 경우에 어떻게 합니까?”라는 제자의 질문에 소태산대종사께서 “환장한 사람처럼 눈을 크게 뜨라”고 하셨다는 일화가 구전(口傳)으로 전해집니다. 눈의 뜨고 감는 일이 사소하게 보일지라도 정확하게 챙기며 공들이면 그만큼 선(禪)의 깊이가 무르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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