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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차 떼고 포 떼고 ‘찔끔’ 조사?..
오피니언

차 떼고 포 떼고 ‘찔끔’ 조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4/20 16:37 수정 2021.04.20 16:37
양산시의회 부동산 거래조사, 전ㆍ현직 시장, 전ㆍ현직 시ㆍ도의원 등 전수조사로 더욱 투명하게 해야 한다

↑↑ 허문화
우리동네작은도서관장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전 공동의장
ⓒ 양산시민신문
국민권익위원회가 2020년 6월 국회에 제출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4월 14일 마침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여야 합의로 의결됐다. 국가권익위원회는 “공직자들의 지위나 권한을 이용한 사익추구 행위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위 통과 직후 언론을 통해 환영 입장을 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권익위가 2013년 제19대 국회에서 처음 제출한 이후 약 8년 만에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공공성과 공익성, 공정성이 생명인 집단에서 직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 매입을 하는 등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행위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투명한 법안임에도 긴 세월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이제야 겨우 법안소위위원회를 통과했다니 조금 의아스럽기도 하다. 아직 갈 길은 멀다. 4월 임시국회 기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4월 말에 공포하고 준비 기간을 거쳐 1년 후에 시행된다고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 공무와 관련된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도록 해서 사익추구 행위를 예방하고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사후 처벌 등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생 한 뙈기 땅도 가져보지 못하는 대부분 국민으로서는 이러한 법안 제정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국회의 이런 움직임에 앞서 3월 23일 양산시의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양산시의회 시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요청 건의서’를 의장에게 제출했다. 작년의 박덕흠 게이트와 올해 불거진 LH 사태 등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정치인들은 물론 공직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재산 축소 정황까지 포착돼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산시의회 의원들이 이런 조사를 스스로 하겠다고 건의서를 낸 것은 아주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다.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안한 한 의원은 언론을 통해 “양산시의 17명 시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실시해 우리 사회의 공정 질서를 다시 확립해야 하고, 의원 본인뿐 아니라 주변 가족들까지도 공직자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하며,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있을 수 없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철저히 조사해 밝고 투명한 양산시의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래서 공정하고 투명한 양산에 대한 기대로 그 진행 과정을 1주일이 넘게 예의주시하며 지켜봤다. 그런데 막상 의원 간 협의 과정에서 양산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이나 의원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보유한 지분의 법인도 포함해서 부동산 거래 조사를 하자는 의견을 내었고, 먼저 의뢰한 국민의힘에서는 법인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는 제외하자는, 다소 축소한 김 빠진 의견을 냈다. 결국, 서로 조율이 안 돼 전수조사 보류 결정을 했다. 심지어 한 의원은 선거 시 재산을 공개하는데 굳이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느냐, 직계존속만 전수조사하자는 댓글을 SNS상에 올려 시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물론, <공직자윤리법> 제10조에 의해 공직자는 본인과 배우자 및 본인의 직계존속, 직계비속의 재산에 관한 등록사항을 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직계존비속이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 고지거부를 할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공보물을 보면 양산의 을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 한 사람은 자신과 배우자의 재산이 수십억에 달했고, 그의 직계존비속은 고지거부를 했기에 시민들은 그 후보의 재산이 얼마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가 2014년부터 2018년 양산시에 재임하는 기간 20억원 가까이 재산이 늘어났다는 것은 선거 당시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재산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은 개인의 능력이고 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 재산이 임기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시민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에 대한 문제가 터져 나오다 보니 여러 지자체에서도 전ㆍ현직 선출직은 물론, 그 가족이 최대 주주인 법인의 부동산까지 조사하기로 한 곳도 있다. 특히, 부산에서는 선출직은 지난 2010년 7월 1일부터 일했던 시장, 구청장, 군수, 시의원과 구ㆍ군의원까지 조사하고 본인과 배우자, 부모와 자녀는 물론 가족이 대표나 최대 주주로 있는 법인 부동산까지 대상으로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역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전국에 있는 부동산을 전수조사한다고 야심 찬 의지를 밝혀 시민의 박수를 받았다.

양산도 이왕 조사하겠다고 칼을 빼 들었으니 부산처럼 전ㆍ현직 시장, 시ㆍ도의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철저히 해야 시민이 믿고 다음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지방선거와 대선 등 많은 선거가 기다리고 있으며, 전직 시장, 전직 시ㆍ도의원들이 출마 의사를 이미 내보였다.

타지역처럼 시민단체나 시민이 조사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의원들 스스로 자기 재산에 대한 투명성을 증명하기 위해 선언적으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지금에 와서 ‘차 떼고 포 떼고’ 무엇을 조사하겠다는 것인가? 이번 기회에 부동산 전수조사의 인적 범위와 시간적 범위를 확대해 좀 더 깨끗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시민에게 청렴함을 보여주기 바란다. 고지거부를 한 직계존비속, 배우자는 물론 주식 지분이 있는 법인까지 재임 기간에 부동산 거래 내역이 있는지를 확실히 조사한다면 시민이 그 투명성을 인정할 것이다. 부동산 거래 조사범위나 대상은 의원들의 의지에 달렸으니 내년 선거를 치르기 전에 부동산 조사에 대한, 의원들의 적극적이고 정의로운 의지를 시민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모든 투명한 것은 우리를 기꺼이 감동하게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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