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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무는 해로울까? ③그것은 빚이 아닌데..
오피니언

정부채무는 해로울까? ③그것은 빚이 아닌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5/07 14:38 수정 2021.05.07 02:38

 
↑↑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필자가 지난 두 번의 칼럼에서 사용한 용어를 정정하고자 한다. 지난 칼럼에서는 나라의 빚을 정부‘부채’라 칭했다. 일반 독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용어일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정부‘채무’라는, 다소 낯설지만, 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겠다. 지난 칼럼 이후 한 가지 어이없는 해프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매년 벌어지는 일이긴 하다.

지난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ㆍ의결했는데, 기재부는 작년 말 국가‘부채’ 총액이 1천985조3천억원이라 밝혔다. 이를 두고 주류 언론 대부분이 ‘나랏빚이 경제 규모(GDP) 대비 100%’라거나, ‘국가부채가 국민 1인당 4천만원’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언론 보도가 ‘이러다 나라 망하는 것 아니냐’ 혹은 ‘저 빚 갚으려면 세금 폭탄 맞는 거 아니냐’ 등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였다면, 필자가 과민한 것일까?

진실은 이렇다. 기재부가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정부부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정부(중앙과 지방)가 발행한 채권의 양으로, 정부‘채무’라 부르는 부채다.(847조원) 다소 깨어있는 전문가조차 이를 정부의 상환의무가 확정된 빚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첫 번째 칼럼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는 사실일 수는 있지만, 진실은 아니다. 정부가 차용증(국채)을 쓴 것은 맞지만, 상환할 이유가 없고, 실제로 상환한 사례도 없다. 국가부채의 두 번째 나머지 부분(1천138조4천억원, 전체 국가부채의 약 57.3%)은 앞으로 70년간 정부가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는 총금액인데, 공무원ㆍ군인연금 지급액이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정부 빚이 많아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 한심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첫째, 이 계산에는 70년간 공무원과 군인이 연금보험료로 내는 돈은 포함하지 않는다. 기금을 투자해 얻을 운영수익도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공기업의 빚은 포함하면서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다. 정부만 지급해야 하는 돈이 아니란 말이다. 둘째, 미래 7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알고 그런 숫자를 계산했다는 말일까? 가령, 공무원ㆍ군인 연금 제도가 바뀌어, 연금보험료 본인 부담금을 늘리거나, 연금 수령액을 삭감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전환(이를 ‘할인’이라 부른다)하려면 미래의 금리를 알아야 한다. 공무원과 군인의 임금이 변하면 연금보험료 납부액과 연금 수령액도 변하고, 연금충당부채도 당연히 변한다. 공무원과 군인의 미래 임금은 매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결정된다. 미래 70년간 이 모든 경제 변수들이 어떻게 변할지 지금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설사 이 모두를 정부가 지출해야 한다 하더라도, 세금을 더 걷을 필요가 없다. 정부(한국은행)는 통화발행권자이기 때문이다.(이렇게 이야기하면 경제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할 독자가 있을 것이다. 이 연속 칼럼이 마무리될 때쯤, 그런 우려가 가시길 기대한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지금부터라도 ‘국가채무’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겠다. 말이 난 김에 한마디 보태자면, 정부채무 증가는 국민에게는 손해가 아니라 이익이다. 정부채무는 미래에 세금을 더 걷어서 상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여러 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빚은 국민에게는 무조건 이익이다. 정부가 빚을 내 지출하면, 그 돈은 국민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용과 소득이 절벽에 매달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실업자를 고용해서 임금을 지급하고, 재난지원금도 넉넉히 지급하면, 모두 국민의 이익이다. 정부가 지출하는 돈은 우주로 증발하거나, 외국인이 가져가지 않는다.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 물론 정부가 돈을 주는 대상을 재벌 기업이나 부자들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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