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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송철호의 양산 이야기 3] 도심 속 명품 둘레길, 동산장..
오피니언

[송철호의 양산 이야기 3] 도심 속 명품 둘레길, 동산장성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5/20 13:44 수정 2021.05.20 13:44

 
↑↑ 송철호
고전문학 박사
ⓒ 양산시민신문  
동산장성(東山長城)길은 걷기 좋게 만들어진 도심 속 둘레길이다. 산은 아니면서도 산행을 한 느낌을 주며, 내내 숲속이어서 나무 내음, 새소리, 바람 소리가 좋다. 빙 둘러 한 바퀴니 360도 모두를 볼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분기점이 여러 곳 있어 편하게 둘레길을 벗어날 수 있고, 곳곳에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어 그 또한 나쁘지 않다. 적정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정자들은 쉬어가기 좋다. 양산시는 길의 명칭이 형태상 둘레길이지만, 지자체마다 둘레길이 너무 흔하게 사용되고 있어 고심했다. 결국, 성황산과 동산에 길게 쌍성을 축조해 왜구의 침입을 막았다는 사적 자료(『신증동국여지승람』)에 근거해, 산의 옛 이름 동산과 이곳에 있는 긴 산성을 고려해 동산장성으로 명명했다.

동산장성길은 경남 양산시 중앙동과 동면지역을 아우르는 도심 근교 길이다. 거리가 8.1㎞에 달하며 쉼터 3곳과 도심 조망로 2곳, 진입로 5곳 등이 조성됐다. 트랙 8.1㎞ 중 2㎞는 재단법인 천주교 부산교구 유지재단 소속 정하상 성바오로 영성관측 등의 임야가 포함돼 있지만, 임야 소유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동산장성은 완공됐다. 진입로는 동원과기대(옛 양산대)와 천주교 영성관, 하신기 전망대, 계원사, 다방동 등 5곳이며 전체 거리를 걷는데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장 흔히 이용되는 코스가 ‘하신기주차장~하신기분기점~계원사분기점~다방분기점~동원과학대학교분기점~영성관분기점~전망대~하신기분기점~하신기주차장’이다. 하신기분기점에서 곧바로 계원사분기점으로 가지 않고 산 정상인 고산정에 올랐다가 계원사분기점으로 가거나, 계원사분기점에서 계원사를 들렀다가 가는 것도 좋다.

계원사는 가야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절이다. 조선시대에 폐사됐다가 1924년에 중건됐다고 한다. 계원사에는 천계암이라는 닭 바위가 있다. 옛날에 천계(天鷄)가 이 바위 위에 내려와 울어서 절 아래 삼동리 마을 사람들을 깨웠다고 한다. 절에는 현재 닭이 내려와 물을 마셨다는 천계정이라는 우물이 있다. 구전에 따르면 닭은 십이지신의 하나에 속해 있는 동물이고, 천계는 하늘의 시간을 관리하는 신이며, 동시에 영혼을 유명계로 인도하는 역할도 담당한다고 한다. 이곳에 고분군이 이토록 즐비한 것도 천계가 내려와 울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천계가 울던 곳에 사찰을 지어 영혼을 천도하면 극락왕생할 수 있다고 믿었던 까닭이다. 닭은 이처럼 새벽을 알리는 역할을 하며 불교계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닭울음 소리로 새벽을 여는 예불시간을 가늠했을 뿐 아니라 깨달음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 때문이다.

하신기주차장에서 진입로를 따라 오르면 동산장성길로 들어선다. 조금 오르면 양산시 신기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둘레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산새 소리가 바람을 타고 청아하게 들린다. 5월의 신록이 신선한 생명의 혼을 느끼게 한다. 길이 한적하니 마음이 맑아지고 기분은 절로 좋아진다. 하신기분기점에서 계원사분기점으로 가는 길 대신 직진 오르막을 택하면 고산정을 만날 수 있다. 오르막을 걷다 보면 북부동 산성의 성곽을 만날 수 있고, 성곽을 따라 30m 오르면 동산 정상으로 한쪽에 고산정(古山停) 정자가 서 있고 가운데 무덤이 하나 있다. 고산정에서 계원사분기점으로 하산해 다시 둘레길에 합류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둘레길만을 걷기보다는 고산정에 올랐다가 다시금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양산 북부동 산성은 해발 276m의 작은 동산 띠를 두른 듯 돌로 쌓았다. 사적 제98호로 지정됐으며 북부동, 남부동, 중부동, 다방동 등에 걸쳐 있다. 해발 276.8m로 동산의 9부 능선을 띠를 두르듯이 돌로 쌓은 산성이다. 성의 남쪽에는 다방천이 흐르고 북쪽에는 명곡천이 흐르는데 명곡천을 사이에 두고 신기리 산성(사적 제97호)과 마주 보고 있어 쌍성의 형태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산성 남쪽 정상부에 서면 멀리 양산천 줄기를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 성안에서 채집되는 유물과 성의 동측 사면의 중부동고분군을 근거로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라 때 낙동강을 따라 수도 경주로 침입하려는 일본군을 막기 위해 처음 쌓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동산장성길에는 곳곳에 쉼터가 있고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있어서 좋다. 키 큰 나무들이 그늘이 돼줘서 한여름에도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동산장성길에는 편백이 많다. 편백은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를 내뿜는 수목으로 유명해 휴양림 등에서 필수적으로 심는 수목이다. 쉼터를 지나면 전망대가 나온다. 산 중턱이라서 전망이 확 트여 시원한 느낌을 준다. 전망대에 앉아 땀을 식히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산장성길에는 두 개의 전망대가 있다. 산 정상은 아니지만 산 정상처럼 탁 트여서 많은 것을 보게 해준다.

대체로 한적한 편이어서 사색하기 좋은 길이다. 물소리, 새소리, 나무 바람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편히 하기에 좋은 길이다. 가끔은 옛 연인 같아 아스라한 추억을 떠올려주기도 한다. 도심 근처에 이렇게 좋은 길이 있다는 것은 양산시민의 복이다. 한 번쯤은 가족의 손을 잡고 또 한 번쯤은 연인의 손을 잡고 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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