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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동 28호분과 새끼칼(子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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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동 28호분과 새끼칼(子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5/25 10:47 수정 2021.05.25 10:47

 
↑↑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양산시민신문  
‘고분’(古墳)이란 넓은 의미에서 고대 사회에서 죽은 이를 위해 행해진 매장의례 행위가 물질적인 증거로 남은 것을 말하는데, 그중에서도 역사적ㆍ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무덤만을 고분으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양산에는 십여곳의 고분군이 있는데, 이 중에 사적으로 지정된 것은 사적 제93호 북정동고분군, 94호 신기동고분군, 95호 중부동고분군 등 세 곳이다.

지난 3월 25일부터 양산시립박물관에서는 ‘양산 중부동 28호분’ 발굴성과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중부동고분군’이 다소 생소한 데다 코로나 와중에 개막식 없이 조용히 열려 잘 모르고 계신 시민이 많은 것 같아서 이번 칼럼의 주제로 삼았다. 특별전은 6월 27일까지다.

양산시 중부동 산1번지 일원, 계원사 북쪽 동산(東山) 능선에 분포하는 중부동고분군은 신라가 이 지역을 지배한 6세기 무렵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조선총독부 지표조사로 처음 알려졌는데, 이때 72기 고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1986년부터 2020년에 걸쳐 5차례 지표조사와 2차례 발굴조사가 이뤄져서 고분 분포, 규모, 범위, 축조 시기 등이 밝혀졌다. 대부분 고분은 도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특별전은 2016년 최초 발굴조사 때 28호분 발굴성과를 시민께 공개하는 것이다. 이때 조사에서 처음으로 봉분 구조와 매장주체부 성격 등이 확인됐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지표조사 때까지 모두 133기 고분이 확인됐는데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미 3군데 도굴 구멍으로 석실 내부가 노출돼 있던 28호분은 조사 결과 두 고분의 묘역 일부가 겹쳐져 있어서 아래쪽이 28-1, 위쪽이 28-2호분으로 다시 번호가 매겨졌다. 매장주체부는 묘도(墓道)와 현실(玄室)로 구성된 앞트기식 돌방무덤(橫口式石室墳)으로 밝혀졌다.

두 고분 모두 봉분(封墳)과 호석(護石), 그리고 주구(周溝)가 확인됐다. 1호분은 지름 10m 내외, 현재 남은 봉분 높이는 1.6m 정도, 2호분은 지름 7.6m, 높이 1.5m 정도다.

내부는 도굴로 인해 심하게 훼손ㆍ유실돼 있었다. 도굴을 면한 약간의 부장품도 모두 본래 위치를 벗어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중에서도 몇 가지 의미 있는 토기류 파편과 금속제 무기류ㆍ장식품들이 수습됐다.

그런데 우리 같은 비전문가에게 고분 부장품 이름은 매우 낯설고 어렵다. 한자도 함께 알아야 한다. 처음 듣는 출토품 이름들을 그대로 옮겨서 나열하기보다는 28-2호분에서 출토된 특이한 유물인 세잎고리자루큰칼(三葉文環頭大刀) 자도(子刀)와 첨자(籤子)에 대해서만 알아보기로 한다.

5세기 이후 화려하게 장식한 환두대도가 지배층 위세품으로 성행했는데, 자도(새끼칼)는 이와 똑같은 모양의 축소품을 만들어 칼집에 부착한 것이다. 지금의 미니어처 같은 것이라고 할까. 이런 형태의 칼을 모자대도라고 하는데, 대도 한 자루에 자도 6개를 장식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첨자 역시 모자대도 칼집 장식품으로 칼이 칼집에서 쉽게 빠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하고 음식물 독성 여부를 판별하는 용도였다고도 한다. 이 자도와 첨자는 피장자 신분이 양산을 다스리는 지배자였음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유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본체인 대도는 도굴당하고 없었다.

전시실 내에는 약 5분 정도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는데, 발굴 과정과 출토품들이 잘 나오다가 도굴 부분으로 화면이 넘어가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진다.

우리 독자들께서는 관람할 때 전시실 출구 벽 앞에서 잠시 멈춰 현재진행형인 고분 훼손 사진들을 감상해주시기 바란다. 주로 일제강점기에 도굴로 파헤쳐져 제 모습을 잃은 고분들이 백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치유받지 못하고 오물더미와 등산로와 계단식 경작지에 깔려 신음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 시에서 종합정비계획을 진행하고 있으니 얼마 후에는 둘레길과 함께 잘 정비된 ‘사적 제95호 양산중부동고분군’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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