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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산업단지의 피해, 개발자에게 구상권 청구를..
오피니언

산업단지의 피해, 개발자에게 구상권 청구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6/25 11:07 수정 2021.06.25 13:05
누구에게는 개발 파라다이스, 누구에게는 개발부정의
개발자책임제도가 필요하다

허문화
우리동네작은도서관장
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주민들의 말이 옳았다”

지난 23일 양산시의회는 제181회 정례회 및 행정사무감사를 마무리했다. 22일간의 긴 여정 동안 많은 시민이 실시간으로 양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특히, 작년에 온 태풍 ‘하이선’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석계산업단지에 대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심도 있게 다룰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실시간 화면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런데 개발 관련 심의를 담당하는 도시건설위원회에서는 석계산업단지에 대해 언급조차 없었고, 그나마 기획행정위에서 석계산업단지가 위치한 상북면 지역구 한 의원이 하이선으로 인한 피해 복구비용에 대해 질의했으며, 복구비용이 약 300억원 가까이 든다는 내용이 오갔다.

민선 5ㆍ6기 전 시장 시절 ‘기업하기 좋은 도시 양산’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양산 곳곳에 산업단지를 유치했다. 그런데 다른 산업단지는 심각한 악천후 상황이 와도 별문제가 없는데 석계산업단지만 유독 태풍이 오거나 장마가 지면 산업단지 인근 옹벽이 무너지거나 터져 나오는 등 위험천만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양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석계산업단지 복구비용에 대한 질의한 박재우 시의원은 2013년 8월 산업단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양산시청 앞에서 집회하는 사진을 보이며 산업단지를 반대했던 “주민들의 말이 옳았다”고 안타깝게 이야기했다. 복구비용 주체에 대한 질문을 받은 담당 공무원은 산단 옹벽이 무너지고 균열이 간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라는 묘한 대답만 되풀이했다.

이것이 과연 자연재해인가? 석계산업단지는 양산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곳이다. 그 전부터 오랫동안 기업을 유치해온 노후 산업단지도 많이 있는데 유독 석계산업단지만 장마철이나 태풍에 큰 피해를 본다. 가장 최근에 만든 산업단지이기에 최신 공법으로 더 안전하고 튼튼해야 함에도 비만 오면 무너지고 균열이 가고, 돌이 굴러 내려오는 등 무시무시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2013년 산업단지를 진행할 당시 산업단지 반대대책위를 맡으며 주민, 학부모들과 함께 산업단지 반대 운동을 했다. 막연히 산업단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은 것이 아니었다. 산업단지를 유치하려던 곳은 산 자체가 물이 많아 아주 희귀한 고산습지가 발달한 천성산 아래였으며, 그때 당시 400여명이 넘는 학생이 생활하던 중학교가 인접해 있었으며, 자연마을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주거지가 평화롭게 형성된 곳이었다.

산업단지를 하기에 최저 고도와 최고 고도의 표고 차가 165m나 돼 절ㆍ성토로 인한 토지의 왜곡된 형태 변경이 심각할 수 있고, 산의 평균 각도가 16.5도로 김해, 창원 등 다른 지역 산업단지에 비해 개발 불능지나 개발 억제지로 볼 수 있는 20도 이상의 각도가 25% 이상 나오는 가파른 곳이기도 했다. 골짜기마다 물이 많이 흐르고 있어 자칫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곳 인근 주민과 중학교 학부모들이 아이들 학습권과 생존권 및 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산업단지 반대 운동을 했다.

개발을 추진하던 측은 허가가 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반대하는 주민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겁주기식 협박에 가까운 공식 입장을 기자들에게 공공연하게 유포하기도 했다. 결국, 2013년 9월에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했던 산업단지가 주민들 반대로 2014년 8월에 한 번의 심의에서 보류됐고, 그해 10월, 거대한 힘이 움직여 경상남도 심의에서 승인이 났다.

그리고 2015년 6월부터 약 5만4천그루의 나무를 벌목해 산은 붉은 속살을 드러냈으며, 2016년 10월 태풍 ‘차바’와 2020년 태풍 ‘하이선’ 때 깎아지른 옹벽이 무너지고 물이 폭포처럼 쏟아졌으며, 일부 도로는 뒤집히고 엿가락처럼 휘어지는 엄청난 일이 발생했다. 이것을 자연재해라고 믿는 주민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곳에서 수십년을 살아왔어도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었다고들 한다. 나무가, 그것도 수만그루 나무가 사라진 이후 장마가 지거나 태풍이 오기만 하면 국가 재난 수준으로 상상을 넘어서는 피해가 나오고 있음에도 자연재해를 운운하며 자연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개발이익을 챙기는 자 따로, 개발에 의해 피해를 오롯이 받고, 책임을 떠안는 사람 따로라면 무분별한 개발은 온 국토를 망칠 것이다. 제품을 만들 때도 ‘생산자책임제도’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제도인데, 요즘 플라스틱 용기가 심각한 쓰레기로 부상하면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제도다. 수백을 넘어 수천억원이 드는 개발에 대해 개발자가 책임을 어느 정도 지는 ‘개발자책임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개발에 따른 책임을 몇 년간 개발자들에게 지게 한다면 석계산업단지 같은 무분별한 개발은 줄어들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오염원을 내지 않은 작은 섬나라들이 해수면의 높이가 올라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것을 기후부정의라 부른다. 또한, 전기는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 소비하는데 핵발전소 같은 위험 시설물을 인구가 적은 농촌 바닷가 마을에 설치하여 주민들이 정의로운 에너지 생태환경과 먼 삶을 살며 피해를 보는 에너지부정의도 있다. 이처럼 산을 깎아 산업단지를 만들어 개발주의자들에는 개발 파라다이스가 됐는지는 모르나 약간만 날이 궂어도 겁이 나고 비만 오면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이런 환경은 개발부정의다.

개발도 정의로워야 한다. 개발 이득을 공정하게 나눠 갖자는 것이 아니라 뭇 생명체들의 터전을 인간이 함부로 훼손해서 될 일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계속되는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정의롭게 해야 한다.

2013년 석계산업단지를 조성할 당시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2013년 9월 1일자 경남도민일보)고 협박한 자에게 시민들은 말해야 한다. 석계산업단지에 대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산업단지 아래 주민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고, 시민 세금이 몇백억원씩 들어가는 형국이니 시민들이 오히려 구상권을 청구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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