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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와 동남권 제조업..
오피니언

메가시티와 동남권 제조업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7/06 14:18 수정 2021.07.06 14:18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Ⅰ. 동남권 제조업의 추락

메가시티란 인구 기준으로 매우 큰 도시를 의미하는데, UN은 대략 1천만 이상의 대도시를 메가시티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8년 현재 1천만 이상의 도시는 33개에 달하며, 500만~1천만명 사이의 도시 역시 48개에 달한다(UN, 2018년). 그렇지만 국내의 경우 단일 대도시라기보다는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계된 광역도시권으로 이해되고 있다. 현재 800만 정도의 인구를 지닌 동남권은 메가시티 조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M이코노미뉴스, 2021년 3월 25일)

그렇다면 동남권은 왜 메가시티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가? 동남권 제조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살펴보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표1>은 통계청의 광업제조업조사를 이용해 3가지 주요 지표에 한정해 권역별로 분류한 것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 이유는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종사자 수 유형, 임금과 관련된 주요 자료가 2011년부터 제공되기 때문에 <표2>와 통일성을 기하기 위함이다. <표1>을 살펴보면, 2011년 기준 동남권은 종사자 수 기준 전체 제조업 대비 22.8%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2019년엔 21.3%로 소폭 하락했다. 그렇지만 동기간 출하액 비중은 28.4% → 23.8%, 부가가치 비중은 24.1% → 18.5%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수도권은 동기간 종사자 수 비중에선 거의 변화가 없지만, 출하액은 27.2% → 32.6%, 부가가치는 32.7% → 40.6%로 크게 상승했다. 수도권의 확장으로 간주되는 충청권을 살펴보면 동기간 종사자 수 비중은 14.4% → 16.6%, 출하액 비중은 17.6% → 19.8%, 부가가치 비중은 18.7% → 19.7%로 상승했다. 나머지 지역 역시 동기간 주요 지표 비중이 대체로 하락하고 있다. 대경권은 3가지 지표가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하락하고 있으며, 전라권은 종사자 수 비중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출하액, 부가가치 비중이 모두 하락하고 있다.


수도권이 확장되면서 동남권이 차지하던 제조업의 지위 또한 크게 위협받고 있다. 동남권은 2011년 기준 출하액 비중이 1위였으며, 종사자 수와 부가가치 비중에선 수도권에 이은 2위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2019년 현재 동남권은 종사자 수와 출하액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수도권에 이은 2위에 해당하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선 충청권에도 뒤처져 3위로 내려앉았다. 이와같은 동남권의 추락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고부가가치 신산업이 입지한 반면, 동남권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 등이 위기를 겪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된다.


<표2>와 <표3>은 동남권 제조업 중 주요 산업에 대해 전국 동일 업종과 동남권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에서 2019년 사이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업종은 조선산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다. 2011년 기준 기타운송장비는 출하액, 부가가치, 종사자 수 측면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그렇지만 조선산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동기간 출하액은 17.8% → 10.9%, 부가가치는 22.0% → 14.4%, 종사자 수는 21.5% → 18.4%로 크게 하락했다. 그 결과 1인당 급여 역시 122.7% → 97.4%로 추락해, 동남권 제조업 평균 급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선산업이 위기를 겪게 되면서 2019년 현재 출하액 기준으로 동남권에서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 및 트레일러다. 동남권 대비 동기간 출하액은 13.5% → 18.6%, 부가가치는 14.0% → 16.8%, 종사자 수는 14.2%→ 16.1%로 크게 상승했다. 그렇지만 전국 업종 대비 비중을 보면 출하액은 32.8% → 34.9%로 상승했지만, 부가가치는 31.1% → 31.3%로 출하액 상승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 이는 출하액 상승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론되며, 역외에서 생산된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동남권이 활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가 1인당 급여에 반영돼, 동기간 전국 업종 대비 114.6% → 112.6%, 동남권 제조업 대비 129.5% → 125.1%로 소폭 하락하고 있다. 이 말은 동남권 제조업에서 자동차 및 트레일러 비중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질적으로 개선되지 못한 채 양적 확대에 그친 것으로 해석된다.

부가가치 기준 세 번째로 큰 산업인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발견된다. 2011년 기준 출하액은 전국 업종 대비 33.5%였지만, 부가가치는 36.3%로 출하액에 비해 부가가치 비중이 더 높았다. 2019년 기준 출하액은 전국 업종 대비 27.4%를 차지하고 있지만, 부가가치는 24.1%에 그치고 있다. 전국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 하락 폭에 비해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 하락 폭이 더 크다. 부가가치 기준 네 번째에 해당하는 코크스, 연탄 및 석유정제품업종의 경우에도 동일한 패턴이 발견된다.

Ⅱ. 연구개발기능의 약화와 동남권 제조업의 추락

2011년과 2019년에 대한 비교를 통해 동남권 제조업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현상은 부가가치 비중의 하락이다. 그러면 왜 동남권의 부가가치 비중은 하락하고 있는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연구개발조사 활동에 대한 조사는 이를 추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표4>와 <표5>는 동남권 주력 산업인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투자를 나타내고 있다. 두 산업에서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동남권 연구개발비 비중의 추세적 하락과 수도권 연구개발비 비중의 추세적 상승이다. 이는 연구개발 기능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동남권이 생산기지로 점차 전락해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은 한국기업데이터(주)의 재무정보를 이용해 경남도 주력 산업인 자동차산업과 조선업에 대해 분석한 남종석 외(2019년)의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경남도 자동차산업 협력기업들은 1인당 자본장비율은 높지만, 1인당 노동생산성은 높지 않다. 그 결과 총요소생산성 역시 다른 시ㆍ도에 비해 낮은 수준에 있다. 이런 패턴은 조선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되는 현상으로 자본집약도에 비해 총요소생산성이 매우 낮다. 이 말은 경남도 주력 제조업이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제품 혁신보다 설비에 체화된 기술에 의존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공정혁신 위주의 발전전략에 주력했음을 의미한다.

Ⅲ. 패러다임 전환과 뒤처지는 동남권

한 마디로 그동안 동남권의 주력 제조업은 설비투자 중심의 발전전략에 집중했다. 이 전략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기까진 상당 기간 잘 작동해왔다. 그렇지만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동남권 제조업이 뒤처지게 되는 원인이 되고 말았는데, 그동안 성공적으로 작동한 성장전략에 안주하다 보니 ICT와 전통제조업을 결합해 고부가가치화하려는 제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포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물론,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은 인더스트리 4.0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은 외(2017년)에 따르면 독일은 제조업 분야에서 추격자를 따돌리고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ICT와 융합을 통해 경쟁우위를 갖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이미 2011년부터 수립하기 시작했다. 이를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불렀는데, 제조업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어 ICT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격차를 만들지 않고는 추격자를 따돌릴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김계환ㆍ박상철, 2017년) 이는 다른 말로 산업의 디지털화로 이해되기도 하는데, 우리 사회에선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단어를 사용한 이후 대중화됐다.(이상근, 2019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얼마나 정확한 표현인가라는 논란과 별개로, 전통제조업에 ICT를 융합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 세계 유수의 자동차메이커가 생산시설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서 드러나듯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됐으며, 구글ㆍ애플ㆍMS 등과 같은 IT 강자들 역시 자율주행과 맞물려 자동차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간주하고 있다.(kotra 해외시장뉴스, 2021년 2월 19일; 서동혁 외, 2015년). 이는 조선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은 자동운항시스템을 2025년까지 탑재할 계획이며, 우리나라에선 재고관리, 운송장비 모니터링 등에 loT를 활용해 조선소의 생산성을 향상하려 하고 있다.(정재훈, 2019년)

그렇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동남권은 패러다임 전환의 수혜자가 될 수 없었다. 남종석 외(2019년)가 사회네트워크 분석방법을 통해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에 대해 업종 간 네트워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경남지역 산업생태계는 ICT 업종과의 연관성이 크게 낮아 미래산업을 이끌 동력이 부족하다. 최종재를 생산하는 선도기업의 연구역량에 의존햐 제조 역량에만 집중하다 보니,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지역 스스로 만들지 못했다.

Ⅳ. 메가시티와 동남권 제조업

그렇다면 메가시티는 동남권 제조업의 경로의존적 상황을 전환시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동남권 기업이 동남권 내에서 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새로운 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를 통해 수도권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연구기능의 이탈을 저지하고, 동남권에도 고부가가치 신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동남권 제조업은 2019년 기준 출하액이나 종업원 수라는 양적 기준에서 보면, 아직까진 수도권 다음가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창원ㆍ울산 등과 같은 제조업 중심 도시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산에선 수도권 다음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동남권은 전통제조업 중심의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서 연구를 위한 인프라 역시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동남권의 주요 지역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활용하는 계획을 갖지 못했다. 다시 말해 제조역량이 동남권에 존재하는 유리한 상황에 안주해, 수도권에 걸맞은 연구개발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존재함에도 이를 동남권 제조업에 적합하도록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자원을 조정ㆍ배치하려는 계획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제조 인프라는 경남과 울산에 집중된 반면, 연구 인프라는 부산에 집중돼 지역 간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어느 지역도 부산지역 연구 인프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수도권에 신산업이 입지하고, 수도권으로 연구개발 기능이 집중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중앙정부에 지역 균형 발전을 호소하는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응을 할 수 없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개별 지역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원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입지 여건상 동남권에 만들어질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던 세계 굴지의 조선기업 연구개발센터가 수도권에 건립된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오마이뉴스, 2019년 6월 13일)

그렇지만 동남권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는 상황을 마주한 현재, 동남권은 좋든 싫든 살아남기 위해선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통합해 규모를 키우고, 자원을 조정ㆍ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조그만 이익을 독점하기 위한 지역 간 경쟁을 지양하고, 동남권이라는 큰 틀의 발전 속에서 각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자원을 통합하고, 재조정해야 한다.

문제는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지역 공통의 이해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원의 조정과 집중에 지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민 공통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생활권을 통합해 동일지역으로 만드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지역 간 이해관계를 통합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 메가시티라고 판단하며, 새로운 제조업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현실성 있는 유일한 출발이 메가시티라고 판단한다.

물론 메가시티는 단기간에 조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 간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메가시티가 성공적으로 조성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메가시티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그 과정에서 지역 공통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공동의 과제를 만들어 이를 실현해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남권에 새로운 제조업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선 이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다.

 

※ 이 글은 경남발전 154호(2021년 4월호)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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