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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적적성성 성성적적..
오피니언

[슬기로운 명상생활] 적적성성 성성적적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7/27 10:04 수정 2021.07.27 10:04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명상이 익숙해질 때 느낄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음 상태로 ‘고요함’과 ‘깨어있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을 이룰 때 동시에 수행의 질도 향상된다. 바퀴 하나만 없어도 수레 구실을 하지 못하듯 명상도 이 두 가지 중 하나에만 편중되면 제구실을 못하게 된다. 수행자는 고요한 가운데 깨어있고, 깨어있는 가운데 고요함을 유지해야 밝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적적’(寂寂)이란 한자는 깜깜한 밤하늘이 별빛 하나 없이 고요한 상태로 비유할 수 있다. 명상이 익숙해지면 일상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 상태가 고요하게 유지된다. 고요하다는 것은 요즘 말로 ‘멍 때리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멍한 상태를 넘어서서 ‘혼침’(惛沈) 즉 졸아 버리기까지 한다면 그것은 적적함이 아니다.

물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일상이나 업무 시간에 종종 멍한 상태에 빠져있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뇌가 잠시 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휴식을 넘어서 습관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챙겨야 한다. ‘성성’(惺惺)은 적적과 상반되는 의미가 있다. 곧,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게 떠 있는 것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 별이 총총한 것은 좋은데 무대 위 사이키 조명처럼 주위를 초점과 순서 없이 요란하게 비추고 있다면 우리 마음은 금세 차분한 상태를 잃고 망상에 빠지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적적한 상태에서는 뇌도 휴식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 하지만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 뇌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활성화되고, 어떠한 작업에 집중할 때에 오히려 활성이 감소하는 회로 시스템이 뇌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두 상황이 균형을 이룬 상태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고 한다.

명상 역시 ‘적적’과 ‘성성’이라는 이 두 상황을 중도(中道)에 맞게 유지해야 한다. 삼학(三學)에 비유한다면 정신수양으로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경지를 ‘적적’으로, 사리연구로 대소유무와 시비이해가 밝게 분석되는 지혜를 ‘성성’으로, 작업취사로 모든 일에 정의는 취하고 불의는 버리는 실천을 ‘적적’과 ‘성성’이 균형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성함이 지나치면 정신 기운이 허비되며, 적적함이 지나치면 캄캄한 귀신 굴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명상하다 보면 우리는 곧잘 졸게 되거나 잡념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나는 명상 체질이 아닌가 보다’ 하며, 좌절하고 수행을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혼침과 망상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때 새로운 정신을 차리는 것과 정념(正念)으로 돌리기를 잊지 않고 챙기기를 우직하게 반복하는 것이 바로 선을 공부하는 진정한 의미임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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