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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유두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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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절 이야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7/27 11:45 수정 2021.07.27 11:49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우리 세시풍속이나 기념일에 ‘절(節)’이 들어가는 날은 매우 특별하고 격이 높은 날이다. 5대 국경일인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이 그렇다. 한글날은 날의 성격상 순우리말을 쓴다.

4대 명절도 순우리말인 설날을 제외한 한식, 단오, 추석에 ‘절’을 붙여 높이기도 한다. 중화절과 중양절도 있고, 성인을 기리는 성탄절, 석탄절도 있다. 웃자고 하는 말로 만우절도 있다. 부활절, 우란분절 같은 종교적 기념일까지 하면 그 수는 몇 배나 될 것이다.

이달 하순 달력을 보면 중복(21일), 대서(22일), 유두절(24일)이 연이어 있는데 ‘유두절’이라는 생소한 절이 눈에 확 들어온다. 무슨 날이기에 절(節)씩이나…. 호학심이 발동해 여러 문헌을 찾아서 유두절을 알아봤다.

유두절(流頭節)은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준말이라고도 하고, 신라 시대부터 이 풍속이 있은 것으로 볼 때 신라 옛말의 이두식 표기라고도 한다.

유두절은 음력 6월 15일로 복중(伏中)에 들어 있는데, 이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물맞이를 하면 여름에 질병을 물리치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민속에서 동쪽은 색깔로는 청색으로, 양기가 가장 왕성한 방위로 여겼기 때문에 동류(東流)에 의미를 둔 것 같다.

유두절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 후기 문인 김극기의 『김거사집(金居士集)』에 ‘동도(東都, 경주)의 옛풍속에 6월 보름날 동류수에 머리를 감아 불길한 것들을 씻어버리고 그 자리에서 계제(禊祭, 액운을 쫓는 제사)를 지내고 술을 마시는데, 이를 유두연(流頭宴)이라고 한다’고 나온다.

멀리 신라시대부터 유두절 풍속이 있었으니 가히 현대 바캉스의 원조라 할 만하다. 우리 시민은 유두절을 몰라도 이미 유두절 풍속을 즐기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유두벼, 유두콩, 유두조, 유두면 등을 올려놓고 ‘유두천신(流頭薦新)’이라고 하는 고사를 지내며, 농가에서는 농신에게도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오늘날에는 거의 잊힌 풍속이 됐지만, 유두절은 햇과일이 나오고 곡식이 여물 무렵에 몸을 깨끗이 하고 조상과 농신에게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면서, ‘절(節)’이라고까지 격을 높여 부르며 매우 중요시했던 우리 민족의 오랜 풍속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동유는 『주영편(晝永編)』에서 ‘우리나라 명절 중에 오직 유두만이 고유의 풍속이고, 그 밖의 것은 다 중국에서 절일이라고 일컫는 날’이라고 했다.

폭염이 코로나와 손잡고 연일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는 올여름, 무탈하게 보내려면 며칠 늦었으면 어떠랴, 굳이 동류, 서류를 가리지 말고 가족끼리 가까운 물가에 나가 맑은 물에 멱 감고 준비해간 햇밀 국수와 떡, 제철 과일(채소)인 참외와 수박 등을 함께 즐기며 하루를 시원하게 지낸다. 그리고는 이제 여름은 문제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양산에서는 문만 나서면 어느 쪽으로나 5분 거리 안에 물을 만날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은 일인가. 다만, 이 시국에 코로나 방역 수칙은 꼭 지켜야 할 일이다.

화제를 바꿔서, 지금 어느 유명인의 논문 표절 시비가 만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나는 2016년부터 한두 달마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데 소심한 성격 탓인지 매번 신경 쓰이는 것이 표절 문제다. 이런 종류의 글은 이미 발표된 문헌 자료들을 참조할 수밖에 없기에 혹시라도 표절 시비가 일어날까 하여 이 짧은 글에도 나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논문처럼 하나하나 각주를 달아서 출처를 표시할 수가 없으므로 내 말이 아닌 것을 내 것인 양 쓰지 않고, 문장 단위의 인용은 출처를 밝힌다. 내가 직접 취재를 해서 쓰면 다른 이가 내 글을 표절할지는 몰라도 내가 표절 시비에 휘말릴 일은 없지 않을까. 지면이 계속 허락된다면 이 칼럼도 표절 걱정이 없는 르포나 인터뷰 방식으로 점차 바꾸어가고 싶다. 물론 시간과 노력은 더 많이 들어갈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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