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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 데이트 폭력 가해자, 항소심서 4년으로 형량↑..
사회

양산 데이트 폭력 가해자, 항소심서 4년으로 형량↑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21/08/18 10:05 수정 2021.08.18 10:19
여자친구 무차별 폭행한 30대 남성
1심 2년 6개월 형량 줄이려고 항소
“범행 잔혹” 이유로 오히려 형량↑

양산여성회 등 여성단체 입장문 내고
“데이트 폭력 피해자 지원 대책 필요”

당시 양산 데이트 폭력 사건을 최초 보도한 SBS 뉴스 캡처 사진.

 

지난해 많은 시민의 공분을 샀던 이른바 ‘양산 데이트 폭력사건’ 가해자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2년 6개월 실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범행이 잔혹하다며 오히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

울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우철 부장판사)는 상해와 감금미수, 주거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32)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A 씨는 2020년 10월 8일 새벽 양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여자친구 B(31) 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당시 CCTV 영상을 살펴보면 A 씨는 주먹으로 B 씨 얼굴을 때린 뒤, B 씨가 쓰러지자 발로 차고 내려찍었다. A 씨는 B 씨가 기절할 때까지 얼굴과 목 부분을 집중 폭행했다. A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B 씨를 강제로 차에 태우려 끌고 가기도 했다. B 씨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고 도망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B 씨는 안와골절 등 전치 8주 상해를 입었고, 외상 후 스트레스에도 시달리며 고통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같은 해 9월에도 음주운전을 만류하던 B 씨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에 던져 140만원 상당 재산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SBS가 이 같은 데이트 폭력 사건을 최초 보도했고, 이어 유튜브를 통해 폭력 과정 전체를 공개했다. 이후 데이트 폭력 심각성을 알리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A 씨는 상해와 감금미수, 주거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A 씨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오히려 폭행의 정도에 비해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징역 4년이 최종 확정됐다.

 

사건 발생 직후 경남 여성단체들은 경찰의 늑장 부실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형이 확정되자 양산여성회 등 양산을 포함한 경남지역 여성단체들이 17일 입장문을 내고 “데이트 폭력 피해자 제도적 지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당시 경찰의 늑장 부실 수사를 지적하며 “경찰은 잔혹한 폭행 사건임에도 가해자가 소환조사에 응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가해자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자 집 앞을 찾아가는 등 피해자를 두려움에 떨게 했고 다시 끔찍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의 용기 있는 문제 제기로 언론에 보도됐고, 국민의 공분이 이어지자 그제야 경찰은 가해자를 구속했다”며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사건 직후 이 같은 경찰의 부실 늑장 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1심 역시 솜방망이 판결에 그쳤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1심 법원은 피해자 피해를 전부 인정하면서도 가해자가 동종 범죄 전과가 없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며 “가해자는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았고, 자신의 죄를 덜고자 피해자와 피해자 주변 사람에게 연락하는 등 지속적으로 피해자 안전을 위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항소심에서 4년 실형이 선고돼 다행이지만, 여전히 데이트 폭력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들은 “부실한 경찰 초동 대응과 피해자를 중심에 두지 않은 판결, 데이트 폭력 피해자 지원제도가 없는 문제는 데이트 폭력에 있어서 고질적인 병폐”라며 “이번 사건처럼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고 폭행 영상이 공개되지도 않은 수많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아무런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싸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데이트 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체계 마련과 피해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경찰과 검찰에 사건 대응 지침을 즉시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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