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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위안과 위로가 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1/09/17 10:02 수정 2021.09.17 14:33
양산의 백년가게 남부시장 ‘이지단팥빵’

허문화
우리동네작은도서관장
맛은 기억이라고 한다. 아련한 기억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위안을 준다. 나에게, 그리고 양산사람들에게 ‘이지단팥빵’은 바로 그런 맛을 선물해 주는 곳이다.

양산지역 오랜 전통시장인 남부시장 안에는 아버지와 딸이 함께 운영하는 빵집이 있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이지단팥빵’이라는 상호를 가진 정갈한 빵집이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70세가 넘으신 인자한 할아버지가 직접 흰 앞치마를 두르고 흰 모자를 쓰고 반죽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분이 1986년 옛 뉴욕제과를 만든 이래영 씨이고, 현재 딸 이명진 씨가 대표를 맡아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양산에도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이미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모양도 색감도 화려하지만 빵맛은 마치 성형미인처럼 비슷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지단팥빵은 다르다.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먹은 후에 속이 부대끼지 않은 편안한 맛이다. 어찌 보면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양산만의 맛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우선 빵집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맛즐삶즐’이라는 글귀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맛이 즐거우면 삶이 즐겁다’라는 이지단팥빵만의 맛과 삶에 대한 철학이 빵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다.

아침 일찍 갓 구워낸 단팥빵과 소금빵, 식빵 등은 맛과 영양이 살아 있으면서도 가격까지 저렴한 ‘가성비 빵’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 꽈배기, 팥도너츠, 찹쌀도넛 등은 매일 일정량만 튀겨내 오후가 되면 품귀현상이 생기기 일쑤다. 그리고 삿갓쿠키, 땅콩쿠키, 초코쿠키는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맛을 통해 추억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물론 어린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이지단팥빵 이래영ㆍ이명진 대표

이지단팥빵은 케이크도 특별하다. 사람들은 큰 행사나 특별한 날 빵집에서 케이크를 산다. 대부분은 만들어져 있는 케이크 가운데 하나를 골라 구매한다. 하지만 이지단팥빵은 소비자가 생각하고 꿈꾸는 케이크 만들어 준다. 가게 입구에 보면 이명진 대표의 케이크 디자이너 자격증이 붙어 있는데, 손님 요구사항을 듣고 최대한 비슷한 요구대로 케이크를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암으로 남편을 잃은 한 시인이 올해 2월 남편 사망 1주기 추모 시집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그때 이지단팥빵에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시집 표지를 닮은 섬세한 케이크 모습에 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케이크가 한 편의 시가 됐을 정도로, 음식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같은 맛을 내기란 쉽지 않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먹었던 그 빵 맛이 군대를 다녀오고 성인이 됐는데도 여전히 그대로라며, 빵을 먹을 때마다 반갑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다고 말하곤 한다. 이것이 20여년이 넘게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나에게, 그리고 많은 양산사람에게 맛에 대한 공동의 기억을 가진 이지단팥빵이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큰 박수를 보낸다. 백년가게의 명성에 걸맞게 이제 이지단팥빵의 맛과 기억들이 우리 아이들이 호호할아버지가 되어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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