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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의 성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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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의 성공을 기원하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10/06 10:07 수정 2021.10.06 10:07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얼마 전 중등학교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고교학점제에 대해 듣는 기회가 있었다. 고교학점제란 마치 대학처럼 공통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 대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2025학년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원래 이 제도는 2022학년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선진국이 학생 개개인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선생님들 반대와 입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2025학년도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에 따르면 이 제도는 진보, 보수와 관계없이 지지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2025학년도에는 반드시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규범적으론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실행하려면 만만치 않은 난관이 놓여 있다고도 알려줬다.

우선, 고교학점제를 실제로 담당해야 할 고등학교 선생님들 반대 여론이 너무 높다. 교육플러스에 따르면 연구ㆍ시범학교 선생님들 81.4%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반대하고 있으며, 7개 교육단체가 올해 4월 시행한 ‘고교학점제 고교교사 설문조사’에서도 48.9%가 중단을, 37.9%가 연기를 응답해 압도적 다수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준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학생들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면 그만큼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들 업무량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그만큼 교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도시는 어떤 형태로든 필요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이 경우 필연적으로 지역 간 교육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절대평가로 전환이다. 학생들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내신에 대한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상대평가를 하게 되면 성적이 높은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의 경우 다른 학생들이 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과목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어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 교육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올해 2월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해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지만,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전환은 학생들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지만, 보완장치가 추가되지 않으면 그동안 좋든 싫든 착근된 입시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상대평가는 3년 동안 마주 보는 동료를 적으로 만드는 매우 나쁜 제도지만, 주요 대학 주류가 된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와 내신을 통해 선발하는 제도, 이하 학종)과 결합하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은 긍정성을 만들었다. 서울지역 10개 사립대학에 대한 2017학년도 입시 결과를 보면 비수도권은 수능에서 차지한 비중이 29.4%밖에 되지 않지만, 학종의 경우 43.9%에 달할 정도로 높다. 결과적으로 학종은 비수도권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통로가 된 셈이다.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정보와 경제력에 차이가 있는 비수도권 학생들이 비교과에서 불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일까? 학종은 비교과 외에도 내신이 매우 중요한데, 내신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특정 학교에 대한 쏠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교육부가 13개 주요 대학 학종에 대해 2016~2019년 사이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데, 조사 사례에 따르면 일반고의 경우 합격자 평균 내신등급이 1.5일 정도로 매우 높고, 자사고와 특목고도 2.86에 달할 정도로 높아 어떤 유형의 학교도 합격자를 독점하는 것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특정 학교와 지역에 대한 쏠림현상을 막아주던 안전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물론, 교육부는 공통과목의 경우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절대평가의 경우에도 원점수와 과목 평균, 수강자 수와 성취도별 학생 비율 등을 기록하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해 성적 부풀리기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지만 벌써 주요 대학이 내신 변별력 약화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이것만으론 기존 상대평가가 가진 쏠림 방지 기능을 얼마만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필자는 고교학점제가 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며, 평가방식에서도 절대평가가 상대평가보다 더 낫다고 판단한다. 이런 이유로 교원 부족과 같은 기술적 문제가 주된 난관이라면 이 부분은 남은 기간 보완해 선생님들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지만 비수도권 학생들이 그동안 얻을 수 있었던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한다. 이는 비수도권 고등학교 존립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화가 여전히 공고하며, 더 나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그나마 비수도권 학생들에게 돌아가던 혜택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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