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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규동 별서(소한정 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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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규동 별서(소한정 별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11/02 13:26 수정 2021.11.05 13:54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얼마 전 부산 영도문화도시센터의 ‘정원탐사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아리에서 어곡동 우규동 별서(일명 ‘소한정 별서’) 해설 요청이 들어왔다. 우리 시민에게 ‘우규동 별서’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것 같은데, 우리 해설사에게도 그랬다.

우선, 우규동(禹奎東)은 지명이 아닌 인명이다. 별서(別墅)는 농장이나 들에 한적하게 따로 지은 집을 말한다. 소한정(小閒亭)은 이 별서에 지은 여러 정자 중 대표적이다. 경남문화재자료 제189호인 우규동 별서는 조선 후기 의금부도사와 통정대부를 지낸 벽은(碧隱) 우규동(1850~1930)이 만년에 낙향해 1910년께부터 조성한 별서다. 양산시 어곡동 산5번지 일대 계곡 계류를 따라 소한정, 쌍청각(雙淸閣), 세심당(洗心堂) 등 정자와 세심당(洗心塘)이라는 연못을 만들고 주위에 기이한 수목과 화초를 심었으며 자연경관에는 불로장수를 뜻하는 도교적인 이름으로 12경물을 명명했다.

『소한정기(小閒亭記)』에는 ‘정자를 지어 소한정이라 하며, 사람이 있고 여가가 있어…’, ‘…꽃나무를 심고 가꾸려는 것이니 선조의 유풍과 여가를 끊이지 않게 함이라’고 해 은퇴한 선비의 멋과 풍류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해설 준비를 위해서 동료 해설사와 사전에 현장 확인을 하러 갔는데, 지금은 조성 당시 정자들은 다 없어지고 편액도 없는 조그만 임시 정자 하나가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작고 낮아서 들보에 세 번이나 머리를 찧었는데, 내 머리보다 오히려 정자가 걱정될 정도였다.

별서 조성자 우규동 어른의 증손자인 우종신 씨에 의하면 6.25전쟁 때 빨치산 활동을 막기 위해 정자는 다 불태워졌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계곡에도 우리 현대사가 할퀸 아픈 생채기가 남아있었다. 당일 우종신 씨는 귀한 시간을 내, 답사자들에게 증조부와 별서의 내력, 앞으로 복원 계획 등을 설명했는데 참가자들은 증손자의 생생한 설명을 직접 듣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다들 좋아했다. 참고로 이 별서는 단양 우씨 문중 소유로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문중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행정기관 지원도 확보해놓았다고 귀띔해줬다.

전체 면적 1만1천820㎡(약 3천500평)의 별서는 물가 일부를 남겨놓고 잡목들이 어지럽게 우거져있다. 소한정, 쌍청각 등 정자는 터조차 찾기 어렵고, 세심당 연못 자리는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것만으로도 경관은 일품이다.

지금 별서 입구는 반대쪽에 나 있는데 여기서 내려보는 조망도 멋지지만, 계류 건너편 좀 더 위쪽, 원래 입구에 있던 소한정에서 내려다보면 신선 사상에 근거한 방지원도(方池圓島)의 세심당 연못과 자연 계류, 바위들, 그리고 골라심은 조경수 등이 어우러진 경관이 가히 선경 같았으리라.

게다가 주위 경관에는 신선 사상에서 장생불사를 상징하는 구학용봉(龜鶴龍鳳) 등 상서로운 동물들로 이름을 붙여놓았으니(龜上蓮池 구상연지, 一雙梅鶴 일쌍매학, 龍臥雲谷 용와운곡, 鳳立梧林 봉립오림 등) 선경이 따로 없다. 조경수로는 소나무, 잣나무, 배롱나무, 당단풍, 회화나무, 조릿대 등을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정작 양산 사는 우리는 모르고, 혹은 소홀히 넘기고 있었는데, 외지에서는 많은 사람이 우규동 별서를 알고 있었다. 이날의 ‘정원탐사대’도 김수진 인솔자를 비롯해 다들 정원에 많은 관심과 내공을 지닌 이들이었다.

어떤 이는 별서 일대 글씨가 새겨진 바위를 하나하나 조사해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감탄과 함께 우리가 부끄러워진다. 이 자료를 토대로 바위를 거의 다 찾아봤다. 모두 120여건이 새겨져 있는데, 인명 80여건과 도교적으로 명명한 경관의 이름이 30여건에 바둑판을 새긴 바위도 있었다. 장기판 바위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 중에는 특히 기장군수를 지낸 엄신영(嚴信永)이 눈에 띄는데 상해 임시정부 요인인 독립운동가 윤현진의 장인이며, 양산 3.1만세운동 주역인 엄주태의 백부이기도 하다.

우규동 별서 예찬을 계속하자면 끝이 없을 터이니 이만하고,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 적당히 알려졌을 때가 좋은데, 혹시 문중이나 행정기관에서 너무 잘 정비해 별서가 단순히 놀기좋은 행락지가 돼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나침보다는 다소 부족한 듯한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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