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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 안정?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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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 안정? 주거 안정!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1/11/04 17:07 수정 2021.11.04 17:07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최근 집값이 급등했다. 내 집이 없는 사람들 한숨도 깊어졌다. 가격이 올랐으니, 전세와 월세도 따라 올랐기 때문이다. 소득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르니, 빚만 늘어난다.

집값이 오를 때면 거의 예외 없이 이런 말이 나온다. ‘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니,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의도했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든, 이런 주장과 정책으로는 주거 안정을 달성할 수 없다. 대신, 토건족(토지 소유자, 시행사, 건설사, 주택을 적극적 투자 상품으로 접근하는 투기꾼들)에게 거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그 주장대로, 주택 공급을 신속히 늘리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집 지을 땅(택지)을 민간에 (싼값에) 팔아야 한다. 민간이 스스로 땅을 사서 택지를 조성하고, 그 위에 집을 지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반면, LH는 일사천리로 택지를 개발할 수 있다. 공권력을 이용하면, 원주민의 땅을 ‘합법적으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으로 매입한 땅에 LH나 지자체 등 공공이 직접 집을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LH가 개발한 땅을 산 민간 건설업자는 무조건 이익이다. 첫째, 그냥 되팔기만 해도 이익이다. LH가 수용하고 개발하기 이전까지 그 땅은 대개 산이나 논밭 등 개발되지 않은 땅이었다. 이제 개발했으니, 땅값은 뛸 수밖에 없다. 아니, 그 전에, 개발될 것이란 소문만 나도 이미 땅값은 오른다. 둘째, 그 땅에 집을 지어 팔면, 더 큰 이익이 생긴다. 새로 지은 집은 땅값과 건설비 등 비용은 물론이고 크나큰 이윤을 붙여 팔기 때문이다.

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대한 개발이 이뤄지면, 기존에 있던 주변 집값도 덩달아 뛴다. 주택 투기꾼들이 몰리는 이유다. 주택 단지가 개발되면 주변에 도로, 공원, 상가, 심지어 지하철 등 인프라가 대거 깔리고, 주거 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주변 집값이 뛰면 새로 지은 집도 더 비싸게 분양된다. 이 모두가 ‘주택 공급 확대’가 낳은 결과다.

그렇다면, 공공이 땅 개발하고 집 지어 ‘싸게’ 분양하면 어떻게 될까? 전반적인 집값이 높은 한 분양받은 사람만 큰 이익을 본다. 아무리 싸게 분양하더라도, 즉시 주변 시세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 공급 늘리면 집값이 안정될까? 위 표는 대통령을 기준으로 시기마다 주택 공급(즉시 들어가 살 수 있는 입주 기준)을 보여준다. 최근 집값 급등이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었는지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국적으로 주택 공급은 박근혜 정부 대비 21.3%, 아파트만 보면 47.2% 증가했다. 집값 급등의 진앙이었던 서울 아파트는 현 정부 시기 36.3%, 수도권 아파트는 81.4%나 증가했다. 이렇게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었는데도 집값은 급등했다. 공급이 증가한 시기에 집값도 상승하는 경향은 최근 현상만은 아니다. 항상 그래왔다. 그런데도, 아파트 많이 지으면, 아파트 가격이 안정된다고 할 수 있나?

수요와 공급 원리를 기계적으로 대입해서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아파트 공급이 증가했는데도 가격이 더 오른 이유는 수요가 그보다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요는 왜 갑자기 증가했을까? 주택 수요는 크게 두 집단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수요자는 소위 ‘실수요자’라 할 수 있는데, 가구 수로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크게 상승했던 2017년에서 2020년까지 4년 동안 가구 수는 전국적으로 6.5%, 서울은 4.5% 증가에 그쳤다. 수도권을 구성하는 경기도는 10.9%, 인천광역시는 6.7% 늘었을 뿐이다. 이들이 갑자기 집을 샀기 때문에 집값이 그렇게 올랐다고 할 수는 없다.

주택 수요 두 번째 집단은 ‘가수요’라 통칭할 수 있다. 여기에는 우선 투기꾼이 있다. 명목상으로는 임대 사업이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주택 가격 상승을 목표로 하는 다주택자들도 이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무주택자라도 주택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갭투자 등으로 주택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여기에 속한다(최근 1년 사이 총 주택 거래의 60%가량이 갭투자라는 통계 분석도 있다). 다음으로, 현재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새 주택으로 이사하고자 하는 수요도 있다. 실제로 신규 아파트 입주자 절반 정도가 이들이다. 이들은 새 아파트의 더 좋은 주거 환경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영원히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계획보다 훨씬 일찍 주택을 사두려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패닉바잉’이 그것이다.

공급을 능가하는 수요는 바로 이 ‘가수요’가 주도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가수요는 모두 가격 상승 ‘기대’에 기초한다. 특히, 주식 시장 등 대부분 자산 시장에서 그렇듯, 어떤 자산의 가격이 일단 상승하기 시작하면, 그 추세는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 반대 경향 또한 사실이어서, 자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이런 심리적 변화는 주택 공급이 따라가기 어렵다. 주택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주장을 믿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이유로 공급 중심 주택 정책은 ‘가격 안정’을 목표로 하지만,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공급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이란 정책 목표는 토건족 이익으로 귀결될 뿐이다. 이제는 주택 정책 목표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가격 안정이 아니라 ‘주거 안정’으로. 집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인 한, 그 가격은 항상 변덕스럽게 변화하고, 주거 안정은 요원해진다. 공공이 땅 개발하고 집 지어, 원가로 한 50년 정도 임대하면 어떨까? 내 집 마련의 로망은 이미 넘쳐나는 주택이며 민간 개발업자에게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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