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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참 마음을 회복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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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참 마음을 회복하는 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11/09 10:32 수정 2021.11.09 10:36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상대방의 슬픔과 고통에는 공감하기 쉬우나, 이익과 성공에 함께 기뻐하기는 쉽지 않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누구나 배가 아픈 것이다. 이러한 내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는 선ㆍ명상을 통해 밝은 긍정성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것은 곰팡이를 없앨 때 독한 소독제를 뿌려 닦는 것보다 밝은 햇볕에 내놓아 바람을 쐬면 자연히 해결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간의 도덕성 발달이론으로 유명한 미국 심리학자 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 1927~1987)에 따르면 ‘인습 이전 수준(Pre-Conventional Level)’의 인간은 ‘벌과 복종의 단계’와 ‘도구적 목적과 교환의 단계’를 지나 ‘인습 수준(Conventional Level)’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벌과 복종의 단계는 처벌을 피하려고 고의로(또는 억지로) 올바른 행위를 하는 단계며, 도구적 목적과 교환의 단계는 자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가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되는 단계다.

이 수준에서 인간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통해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상대의 기대에 맞게 행동하는 ‘개인 간의 상응(相應)적 기대, 관계, 동조의 단계’를 거친다. 그다음에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회체제와 양심 보존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후 ‘인습 이후 수준(Post-Conventional Level)’에서는 사회계약 정신으로서의 도덕적 법과 질서가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는 ‘권리 우선과 사회계약’의 단계를 거쳐 인류 보편의 도덕적 원리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양심적인 행위가 올바른 행위라고 보는 ‘보편 윤리적 원리의 단계’라는 원숙한 단계에 도달한다고 주장했다.

말년에 콜버그는 ‘우주적 영생을 지향하는 단계’를 추가하게 된다. 진정한 도덕성을 우주적 원리(원불교 교리의 핵심인 일원상 진리 또는 불성(佛性), 신성(神性), 영성(靈性))와의 합일로 보는 단계이다. 이는 붓다와 예수, 소태산과 같은 성인들의 지경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결국, 콜버그가 주장하는 도덕성 향상의 길, 인간 완성의 길은 벌과 복종으로 이뤄지는 인위적인 방법이 아니라 지극한 명상 수행의 결과로 영적인 평화를 얻는 데에서 완성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혐오와 폭력의 기류, 진보와 보수 등의 이념으로 자신과 타자를 분리하는 패거리 문화, 자본의 갑질과 일방적 착취를 극복하는 길은 사회적 제재보다 보편적 진리와 인간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것은 햇볕이 결국 바람을 이겨 행인의 두꺼운 외투를 벗게 만든다는 이솝우화의 한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인간 심성의 어두운 그림자는 억지로 깨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황금율과 보편윤리에 바탕을 둔 마음공부로 자연스럽게 정심(正心)을 회복시키도록 해야 한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인성교육’도 그저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과목에 그칠 것이 아니라 명상과 마음공부를 통해 그 본래 취지를 향상해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ㆍ공동체ㆍ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경쟁에 내몰려 영혼을 파 먹히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선과 명상을 통해 참된 성품과 역량을 기르게 하고 사심(邪心)을 돌려 정심(正心)을 회복하도록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요긴한 인성교육의 빠른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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