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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박사의 경제 산책] 선진국이라는 이중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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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 박사의 경제 산책] 선진국이라는 이중의 환상!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1/11/10 09:37 수정 2021.11.11 08:59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학 박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운크타드(UNCTAD: 유엔무역개발회의)가 한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바꿨다. 청와대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또 어떤 이들은 뿌듯한 자부심을 내보인다. 최근 한국이 추격형 성장 시대에서 ‘추월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진단하는 단행본도 발간됐다.

몇 가지 단상이 떠오른다. 왈러스틴식으로 이야기하자면 한국은 국가 간 체제에서 저 밑바닥에 있다가(195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중위국가로 진입했고(1990년대), 2010년대에 중심부 국가 언저리로 상승했다고 할 수 있다. 주변부에서 반 주변으로, 다시 중심부 언저리로 진입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진입을 우리는 마냥 즐겁게 생각하고 뿌듯해야 하는가? 나는 여기에 이중의 환상이 작동한다고 판단한다. 한국에서 선진국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더 발전한 국가이고 ‘모범 사례’로 우리가 따라야 할 대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래서 선진국은 늘 모방의 대상이다.

한국 경제가 재벌 중심으로 발전한 것을 두고 옛날에는 천민자본주의라고 비판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제도를 보편적인 준거점으로 두고 한국이 유럽이나 미국과 다르다는 점에서 그건 문제시됐다. 가족 중심 족벌지배체제는 심지어 반 봉건성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경제 성장에 비해 복지가 한참 뒤처져 있다. 지금도 유럽 모델들은 계속해서 한국의 그것과 비교되며 표준 사례로 꼽힌다. 북유럽이 어떠어떠한데 한국은 이렇다는 식이다.(비교복지체제론) 그리고 이는 다시 한국의 후진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꾸준히 인용된다. 지식인들은 미국이나 유럽을 다녀와야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전 지구적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이들은 그와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1980~1990년대까지 유럽 경제는 0점대 성장률을 기록했었고, 유로 출범 이후에도 몇몇 경쟁력 있는 국가를 제외하고는 상황이 결코 좋아지지 않았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그 결과는 구체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대경제사에 대한 조금의 지식만 있어도 유럽이 고장 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것이 됐고,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불평등이 최고 수준에 이른 국가라는 사실도 여러 자료로 알려진 지 오래다. 복지는 축소되고 노동자계급의 불안정성은 증대하며, 극우파들이 준동하는 세계 말이다. 심지어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있었다.

1990년대 발행된 『공간의 역사』(마거릿 버트하임)라는 책은, 전후 최초로 서구의 아들 세대(청년들)가 아버지 세대(전후 황금기)보다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쓰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의 세대정치의 근본 원인이 된 청년들 일자리 부족과 불안정은 1990년대 유럽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도시의 젊은 중간계급들(young urban professional: 여피족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노동자계급 아이들 미래는 아버지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와 고전파, 신고전파가 공유하는 관점이 있는데 그건 선진국이 될수록 투자에 비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체감하고, 그러다 보니 기업 수익성은 하락하고 적자는 늘어나며 성장률은 정체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전파 경제학자 리카르도식으로 표현하면 수확체감법칙이고, 현대경제학으로 표현하면 자본생산성하락법칙이다. 성장률이 정체하면 노동자에 대한 공격은 심화하고 복지는 축소된다. 노동자들 지위는 더 불안정해진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많지만, 선진국은 이미 1990년대부터 좋지 않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내가 이병천류의 비교자본주의론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큰둥하게 반응한 이유다. 그들은 ‘한국의 특수성’을 ‘유럽의 보편성’이라는 기준으로 비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사실은 유럽 자본주의도 특수하고 한국 자본주의도 특수하며, 보편적인 것은 ‘자본주의 일반’이다. 유럽이 정상이고 한국은 비정상이라서 한국이 유럽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틀렸다는 의미다. 제도의 차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제도의 차이 속에서도 보편적인 경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것은 한국도 유럽의 경로를 그대로 따라갈 것임을 나타낸다. 그렇다. 한국은 선진국이 됐다. 소득도 올라가고 1인당 재화 소비량도 늘었다. 실질임금이 증가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불평등은 심화하고, 경제성장률은 세계성장률을 밑돌기 시작했으며, 일자리 불안정성도 확대되고, 기업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몇몇 잘나가는 기업만 선택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기업들 신규 채용은 줄었고, 지역 간 불평등도 심화한다. 수익성 하락, 투자 감소, 저성장이 되먹임 관계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내가 이중의 환상이라는 것은, 선진국이 우리가 그렇게 모방할 만큼 동경할 대상은 아니라는 사실과(첫 번째 환상)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고 딱히 그 이전보다 더 행복한 사회가 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두 번째 환상)

이 시대는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저성장이 일반화하며, 자산소득자(불로소득자)에게는 큰 혜택을 주는 반면, 노동을 공격하는 것이 수익성 개선의 핵심 조건이 된 시대다. 이것은 예외 없이 관철되는 후기 자본주의의 일반적 특징이다. 또한, 여전히 우리가 마르크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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