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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에서 훈련받은 참신한 사람을 기대한다..
오피니언

정당에서 훈련받은 참신한 사람을 기대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12/07 13:40 수정 2021.12.07 13:40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필자는 정치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정치세력이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는 영역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유난히도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역대 선거를 보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의 경우 초선의원 비율이 무려 62.5%에 달했고, 이후 초선의원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42.3%를 차지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50.3%에 달했는데, 평균적으로 보면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매번 새로 등장한 셈이다.

이런 흐름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국민은 어김없이 매번 대선에서 새로운 사람의 등장을 갈망했다. 이런 이유로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후보가 매번 바람을 일으키거나, 당선되기도 했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비단 후보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선 때만 되면 어김없이 처음 보는 참신한 사람을 찾기 위한 경쟁이 이어진다. 좀 더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 마치 경주를 하듯 올인한다. 이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다수 정치진영에서 행해지는데, 언론뿐만 아니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지식인들까지 가세해 누가 더 참신한 인물을 영입했는가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그만큼 크고 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존 정당과 정치인이 다수 국민의 이해관계와 지향을 충실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렇게 강한 걸까? 혹자는 이를 소선구제가 불러온 결과라고 말한다. 소선구제 하의 지역구에서 살아남으려면 불가피하게 국가라는 큰 공동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구라는 작은 공동체를 위해 더 많은 예산과 혜택을 가져오기 위한 경주에 올인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지역구 대소사도 모두 챙겨야 한다. 그러다 보니 국가를 위한 큰 정치를 하기보다 당장 살아남기 위한 조그만 정치에 매진할 수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때가 묻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제도가 이렇다 보니, 아무리 큰 포부와 이상을 지녔더라도 정치에 뛰어들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작은 정치에 실망한 국민은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새로운 사람을 끊임없이 갈망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대략 이런 이유가 새로움에 대한 갈망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유야 어찌 됐든 선거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정치세력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새로운 사람을 찾아내 오염된 정치를 정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자연스럽게 더욱 참신한 사람을 찾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이 관행화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물론, 이런 방식을 통한 새로운 사람의 빈번한 등장이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회가 급변하는 만큼 정치가 이를 반영하려면 매번 변화된 이해관계와 지향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런 만큼 새로운 사람의 빈번한 등장은 시기와 무관하게 민의를 반영하는 역동성의 징표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든 잘하려면 숙련을 쌓아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정치의 세계가 더욱 그러하다. 자연과학 영역에선 10대에도 가장 큰 성취를 이룬 천재들이 허다하지만, 정치 영역은 그렇지 않다.

이론이야 머리가 탁월하면 얼마든지 빨리 습득할 수 있지만, 이론에 걸맞게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지향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이해관계가 다른 수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때로는 부족하더라도 타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런 역량은 이론을 학습한 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지난한 실행을 수행할 때 습득할 수 있는데, 현대 사회에서 이를 담당하는 영역은 정당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제도 한계와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이 있음에도, 정당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을 새롭게 등장시키려는 노력을 더 했으면 한다. 선거가 임박해 참신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서 역량을 검증받은 사람들이 선거공간에 새롭게 나타날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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