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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2022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의 호질(虎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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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의 호질(虎叱)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1/12/21 13:33 수정 2021.12.21 13:33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며칠 후면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띠 해다. 우리 민속에서 천간인 임(壬)이 방위로는 북쪽, 색으로는 흑색을 가리키므로 굳이 말하자면 검은 호랑이(黑虎)띠 해가 된다. 띠는 절기력을 사용하므로 엄밀하게는 춘분인 2월 4일, 입절 시각인 5시 51분부터 호랑이해가 시작된다.

호랑이는 12지 가운데 3번째 동물로 백수(百獸)의 왕, 용맹함. 벽사, 영물, 지혜 등의 이미지와 더불어 한편으로는 보은, 어짊, 바보스러움의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다. 단군신화에서 곰과 함께 등장하는 성질 급한 호랑이가 우리 역사 기록에 나오는 최초의 동물이다. 그림까지 치면 울주 반구대 암각화의 호랑이 20여마리는 약 7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단군신화 이래 호랑이는 우리 역사와 민담 속에 여러 곳에서 여러 모습으로 수없이 등장한다. 신라ㆍ고려ㆍ조선시대의 왕궁에 출현한 호랑이, 『삼국유사』의 「김현감호(金現感虎)」에 나오는 둔갑형, 후백제 견훤에게 젖을 먹여 키웠다는 양육형, 목에 걸린 비녀를 빼준 나무꾼에게 은혜를 갚는 보은형, 토끼에게 속아 강물에 꼬리를 얼렸다가 사람들에게 잡히는 어리석은 호랑이, 곶감 하면 생각나는 조금 덜 떨어진 호랑이 등등 대체로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 양산과 관련해서는 얼른 떠오르는 것만 해도 호랑이가 자주 출몰해 범실 또는 범곡으로도 불렸던 호계(虎溪)마을, 호환(虎患)을 피해 산에서 내려와 모여 살았다는 법기마을, 호랑이를 산 채로 잡아서 부렸다는 삼장수마을 이징옥 장군, 통도사 호혈석(虎血石) 이야기 등이 있다.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그런 이야기들은 그만두고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의 『호질(虎叱)』에 나오는 호랑이의 호된 질책을 먼저 들어보자. 나라에서 정려까지 세워준 열녀 동리자(東里子)와 밀회를 즐기다 들통나서 벌거벗은 채 도망치는 ‘도덕군자’ 북곽(北郭) 선생을 질타하는 말이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 갑자기 귀가 커졌는지 서로 듣기 좋아한다고 내세우는 이른바 ‘쓴소리’다.

호랑이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구역질하다가 코를 막고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며 “에이쿠, 그 선비가 구리구나 … 앞으로 가까이 오지 마라 … 이제 다급하니까 내게 아첨하는구나. 그 말을 누가 곧이듣겠느냐…”

“…너희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쏘다니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며 남의 것을 착취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더구나. 심지어는 돈 더러 형이라 부르고… 이러고도 인륜을 논할 수 있겠느냐?… 너희보다 더 잔인하고 박덕한 자가 있겠느냐?” (『연암 박지원 소설집』, 이가원ㆍ허경진, 서해문집, 2007)

이 호랑이가 임인년 새 아침에 대한민국에 오면 무엇이라 질책할까. 북곽 선생들의 구린내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구역질하다가 코를 막고’ 가까이 오지도 못할 것이다. 모두들 코로나 때문에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러 있는데 그보다 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으니 이놈의 아수라장 선거판이다.

용호상박(龍虎相搏)의 멋진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돌아가는 꼴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막장 드라마다. ‘이제 다급하니까’ 사과하고 ‘아첨하지만 누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겠’는가.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는 일꾼은 없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쏘다니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며 남의 것을 착취하고’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선거꾼들만 난무한다.

이러고도 정의와 공정을 논할 수 있겠는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잔인하고 박덕’하기가 그지없다. ‘도덕군자연(然)하는 북곽 선생은 각성하라, 물러나라’하고 외치고 싶지만 어떤 이가 내게 ‘당신 같은 이들이 북곽 선생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느냐’라고 따지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2022년 호랑이해에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자.(호랑이도 뛰어야 토끼를 잡는다) 사소한 것에도 방심하지 말자.(호랑이도 개에게 물릴 때가 있다) 모험을 두려워 말자.(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 그렇다고 공연히 일을 만들지는 말자.(잠자는 호랑이 수염 뽑기, 호랑이 등에 올라타기)

올해도 졸필에 조언과 격려를 해주신 독자들과 귀한 지면을 할애해준 양산시민신문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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