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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통도사 호랑이를 보러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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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통도사 호랑이를 보러 가시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2/01/01 09:12 수정 2022.01.05 09:49

이병길
작가. 보광중학교 교사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검은 호랑이해라고 한다.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이자 경외의 대상이다. 용맹과 기백을 가진 용감무쌍하지만, 권선징악을 판별하는 영물이다. 조선을 호담국(虎談國)이라 최남선은 말했고, 호랑이 민담 전설이 60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19세기 말, 비숍은 1년의 반은 호랑이를 쫓고, 반은 호랑이에 물려 죽은 사람 문상 가는 나라로 기록하고 있다.

단군 이야기부터 한반도는 호랑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가장 오래된 호랑이는 울산 대곡리 암각화에 새겨져 있다. 그 호랑이 후손들이 영축산 아래 통도사에 인연을 맺고 있다. 조선 풍속화기인 김홍도는 소나무나 대나무 아래 포효하는 호랑이를 그렸다. 털 하나하나를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그렸다. 그가 방어진 말 목장에 관리로 있을 때 나타난 호랑이를 목격한 탓인지 모르겠다. 그 김홍도의 이름이 통도사 마애비 근처 선자바위 아래 바위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통도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호랑이 이야기는 호혈석이다. 현재 극락보전과 응진전 근처에 있다. 통도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백운암 스님의 독경에 반한 젊은 여인이 스님을 사모하다 죽은 후 호랑이로 변신해 스님을 해코지했다. 그 후 통도사에 호랑이가 출현하는 일이 발생해 호랑이의 혈기를 누르기 위해 붉은빛 돌을 놓았다. 그만큼 호랑이가 위험한 존재이기도 했다.

통도사에 호랑이 민화가 그려져 있다. 까치 호랑이 그림으로 알려진 호작도이다. 통도사 해장보각과 명부전 용화전에 있다. 해장보각과 용화전에는 외벽화지만, 명부전은 내벽화다. 그림 구조는 비슷하다. 까치와 호랑이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호랑이를 탐관오리와 같은 권력자를 상징하고 까치는 연약한 민중을 대표한다는 해석이 있다. 호랑이 조금 바보스러운 해학적 표정을 하고, 까치는 당당하게 묘사한다. 조선시대 신분 사회를 비판한 그림으로 본다. 또 다른 해석은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호랑이는 액을 막아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통도사 해장보각은 현재 자장율사를 영정을 모신 곳으로 이름은 불경 도서관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은 왕실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공간이었다. 용화전은 미륵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미래에 오실 부처님을 기다리는 곳이다. 명부전은 지장보살의 공간으로 사람이 죽은 후 극락으로 인도하는 공간이다. 이 세 공간의 그림은 나쁜 액을 막고 복을 기원해 호랑이 그림을 붙인 새해 풍습과 연관을 지어 생각할 수 있다.

통도사 호랑이 그림 중에 으뜸은 응진전에 그려진 하얀 호랑이다. 예전에는 부처님 제자인 나한들 탱화 뒤에 가려져 있어 공사할 때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절대 해학적이지 않다. 우리나라 땅에는 백호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 다만, 고구려 고분 벽화에 상상적으로 그렸다. 사신(四神)의 하나로 상서로운 짐승으로 서쪽을 지키는 동물이었다. 응진전은 부처님의 제자들을 모신 곳이다. 그 제자들을 수호하는 호위 짐승으로 한 벽면을 호랑이로 그렸다. 불법 수호의 영물이다.

응진전 호랑이는 벽면 전체에 단숨에 그린 듯 역동감이 넘친다. 호랑이의 사나운 기운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하얀 몸에 검은 무늬이니 실상 백호이자 흑호이니 임진년의 호랑이다. 앞의 두 다리는 긴장한 상태로 벌리고 왼쪽으로 시선을 둔 얼굴로 입을 크게 벌려 호령하고 있다. 입 주변에는 수염이 듬성듬성 자라고 크게 부릅뜬 눈과 치켜뜬 눈썹, 붉은 혀와 하얀 치아, 몸통과 복부는 하얗다. 얼굴은 호랑이보다 표범과 고양이의 합성 같은 느낌이 든다. 검은 줄무늬 몸 끝에는 수평을 이룬 듯한 꼬리의 끝은 조금 말려있다. 포효하는 호랑이는 어떤 악이라도 물리칠 듯하다.

통도사의 마지막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으로 되지 못한 호랑이가 산신이 된 단군 할아버지와 함께 산신각에서 통도사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수호하고 있다. 통도사에 호랑이가 그려진 시대는 일제강점기로 추정된다. 암울한 시대에 악함을 물리치는 수호신으로 희망의 시대를 바라며 호랑이를 그렸을 것이다. 그때 한반도 지도를 호랑이로 형상화했다. 난국의 시대, 존재하지 않았던 백호를 그리며 상서로운 시대를 꿈꿨다. 옛날에는 백호가 나타나면 성군(聖君)이 나타난다고 했다. 올해 임임년의 호랑이를 보러 통도사로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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