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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받아들임 그리고 놓아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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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받아들임 그리고 놓아버림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2/01/20 15:19 수정 2022.01.20 15:19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우리는 자주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느낌이나 감정을 밖으로 밀어내거나 발산해 버린 후에 어쩔 수 없이 체념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또는 이미 드러난 사실을 부정하거나 저항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럴 때 몸과 마음은 더욱 긴장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야 할 에너지는 엉뚱하게 소진된다.

신경, 근육, 뼈마디까지 다 풀어 늦추고 외계(外界)의 소리, 경계, 시비 등에 동하지 않고 다 받아들여 평온과 안정을 얻는 것이 ‘선(禪)’이요, ‘명상’이다. 사실 받아들인다는 말은 자신의 원칙을 훼손해 가면서 무비판, 무조건 따라오라는 것은 아니다. 굳어진 습관으로 긴장되고 오염된 마음을 통찰한 뒤 자발적으로 수용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그런 후에야 만사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의 기본자세가 몸에 힘을 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받아들인다’는 개념을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받아들임’은 역으로 ‘놓아버림’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도 다르지 않다. 받아들임의 초점이 외부에 향해 있다면 놓아버림의 초점은 내부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된다. 어떠한 현상이나 감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차라리 놓아버린다고 이해하면 좀 쉬울 것이다.

필자가 명상을 지도할 때 잘하는 질문이 있다.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당황하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지시했음에도 질문을 받자마자 머릿속에는 ‘분홍색 코끼리’가 떠오른다. 심지어 분홍색 코끼리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동물임에도 강렬하게 떠오른다. 생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더욱 그 생각을 강하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럴 땐 의지를 내려놓고 떠오르는 그 생각을 그대로 충분히 받아들여야 그 생각에서 자유롭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 마음은 회피와 통제에 익숙해 있다. 생각은 우리가 회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통제한다고 조절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떠올리지 말라고 해도 자꾸 떠오르는 분홍색 코끼리처럼 말이다. 그래서 명상은 우리 마음이 갇혀 있는 회피와 통제라는 감옥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

받아들임과 놓아버림을 설명할 때 종종 거론하는 예가 바로 2014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잇고(Let It Go)’다. 주인공 엘사는 “마음을 열지 마라, 들키지 마라. 항상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 숨겨야 해, 느끼면 안 돼, 남이 알게 해선 안 돼. 근데 이젠 다들 아는걸. 놔버려, 저 멀리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어 놔버려(Let It Go), 놔버려. 문을 쾅 닫고 떠났으니 뒤돌아보지 마. 뭐라 하든 상관없어”라고 노래한다.

이 노래는 명상을 설명하는 좋은 가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항상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끼려고 하기보다는 감추고 외면해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하고, 부정적인 것은 숨기려고 한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주둥이 좁은 항아리에 과일이 숨겨 원숭이를 잡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숭이는 항아리 속의 과일을 꽉 붙들고 놓지 못해 결국 사냥꾼에게 잡히고 만다. 그냥 놓아버리면 살 수 있는데 말이다.

놓아버림은 마음의 무게를 툭 내려놓는 것이다. 놓아버리면 가볍고 홀가분해진다. 심하게 화를 내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며 웃음을 터뜨리고 긴장이 풀리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받아들임과 놓아버림을 충분히 자각할 때 지금 여기 이 순간 우리는 놀라운 기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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