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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문해력을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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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문해력을 확인해보자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2/01/20 15:31 수정 2022.01.20 17:37

이병길
작가. 보광중학교 교사
학생들은 방학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평소에 몰랐던 아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많이 눈에 띌 것이고, 그것 때문에 잔소리하게 된다. 이럴 때 자녀의 학습 능력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학생의 학습 능력을 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책 읽기다. 부모와 같은 글을 동시에 읽어 시간을 재보는 것이다. 아니면 형제끼리 해도 좋다. 책 읽기 속도가 다를 것이다. 그 속도가 학생의 학습 능력이다. 책 읽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다음에 나올 단어와 문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읽기 때문이다. 늦는다면 단어나 문장의 뜻을 잘 모른다고 보면 된다. 한국어도 영어도 마찬가지다. 영어 단어를 모르면 읽기가 안 되는 것과 같다.

예전에 아침마다 교과서를 읽게 한 적이 있었다. 필리핀 유학을 다녀온 학생이 영어로 소설을 읽는 등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유학생과 전교 1등 학생에게 영어 교과서 읽기 속도 대결을 시킨 적이 있다. 국내파가 조금 더 빨랐다. 유학생은 한국어로의 표현이 어려웠지만, 국내파는 해석도 어렵지 않게 했다. 유학파는 영어 읽기와 이해력은 있었으나, 한국어 능력이 현저해 부족했다. 학부모에게 전화해서 학생에서 한국어 공부를 권유했다. 나중에 국내파는 서울대학교에, 유학파는 지방 국립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때 유학파가 한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진학 성적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모든 학습 능력은 어휘력에서 시작한다. 한글은 소리글자로 모든 소리를 표기하기에 적합한 문자다. 하지만 한국어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구성돼 있다. 고유어는 소리글자지만 한자어는 뜻글자다. 교과서는 보편 지식을 다루고 있다. 학교 수업 대부분은 어휘 공부다. 어휘는 용어고, 개념이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니 소리로 읽어도 그 뜻을 몰라 문장을 읽어도 이해력이 떨어진다. 교과서는 명사가 주어로 문장이 구성돼 있다. 명사가 곧 개념어고 학습 목표다. 학교 시험은 개념을 지식화한 문제다. 어떤 학생이 수학을 못 한다면, 그것은 사칙 연산적 계산보다는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사, 개념은 인류의 지적 결정체다. 서양의 고유명사를 일본인들이 한자어로 번역한 것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명사 대부분은 일본인 작품이다. 서양어, 특히 영어는 뜻글자가 아니라 소리글자다.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소리글자에 뜻을 입혀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소리이기에 고정된 뜻보다 상황에 따라 그 뜻이 다르게 사용됨은 영어 사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서양어를 익히는 데 동양인은 힘들 수밖에 없다. 결국, 사전의 대표적 뜻으로 소리글자를 이해한다. 영어 문장을 소리로 읽고 소리글자의 뜻을 한국어로 번역한다.

요즘 학생은 한글 전용 세대라 한자어에 익숙하지 않다. 결국, 학생들은 한국어나 영어나 모두 소리글자로 인식한다. 한자를 배운 세대는 한자어를 뜻글자로 번역해 이해한다면, 한자를 모르는 학생은 그냥 소리로 그 뜻을 암기한다. 즉, 한자 세대는 한자어를 한글화하는 이중 번역의 과정을 겪었다. 학교(學校)를 ‘학(學, 배우다)+교(敎, 가르치다)=배움터’로 바꾸는 과정이다. 한자 세대는 단어를 처음 접해도 한자의 뜻을 상상해서 그 단어 뜻을 이해했다면 지금은 그런 이중 번역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따라서 영어 단어 외우듯이 한국어 단어를 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분명 장ㆍ단점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어휘력이 빈곤하면 읽기 속도도 느리고, 이해도 느릴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문장 해석 능력, 즉 문해력이 떨어진다. 문해력이 빈곤하면 학습 부진이 온다. 결국, 어휘력이 문제다.

예전에는 학생의 가방에는 사전이 있었다. 요즘은 종이 사전 자체가 없다. 찾기 훈련이 안 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는데 실천을 하지 않는다. 단어 찾기 숙제가 없기 때문이다. 학습이 강제인 시대는 지났다. 자율적으로 하지 않으면 학습 부진에서 탈출할 수 없다. 읽기가 돼야 쓰기와 말하기가 가능해진다. 문해력은 벼락치기 공부로 안 된다. 주어진 원고를 읽는 것이 힘든 사람은 용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읽으면서도 뭔 뜻인지 모른다. 학교 시험은 벼락치기로 성적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삶은 결코 벼락 공부하듯 되는 것이 아니다. 문해력이 떨어질수록 천천히 사전을 찾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 4학년부터 학교는 놀이터에서 배움터로 변한다. 이때를 놓치면 어떤 학생은 배움터가 아니라 놀이터인 학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낸다. 학습 부진아만큼 구제하기 어려운 것은 없다. 자녀의 문해력 해결 실마리는 부모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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